"일 총리에게 보내자!" 독도우표 매진 행렬

[현장] 독도우표 전국 동시 판매...광화문우체국 1시간만에 매진

등록 2004.01.16 11:06수정 2004.01.16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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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수량관계상 1인당 전지 1매씩을 판매한다는 안내문이 붙어있는 가운데 한 시민이 독도우표를 사고있다

수량관계상 1인당 전지 1매씩을 판매한다는 안내문이 붙어있는 가운데 한 시민이 독도우표를 사고있다 ⓒ 정민규

연초 일본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의 신사참배와 겹쳐 자칫 한·일간의 외교분쟁으로 비화될 뻔했던 '독도의 자연' 우표가 16일 드디어 전국에 동시 발매됐다.

이날 아침 9시 광화문 우체국에는 이미 100여명의 시민들이 독도우표를 사기 위해 길게 줄 서 있었다. 다들 한 손에는 우체국에서 나눠준 번호표를 들고, 독도 우표를 산 사람이 행여 옆으로 지나치면 목을 길게 빼고 우표를 구경하곤 했다.

우표를 산 김이한(55)씨는 "일본 고위 각료라는 사람들이 퍽 하면 시비성 억지 주장이나 하는 것이 화가 나 이 자리에 나왔다"고 말했다. "자녀의 교육때문이라도 두고 볼 수 없다"는 김씨는 "전범국가로써 자숙하지는 못할망정…"이라며 볼멘소리를 퍼부었다.

광화문에 있는 직장에 출근했다 바로 독도 우표를 사기 위해 뛰쳐나왔다는 허아무개(45)씨는 "고이즈미가 이걸 봐야지!"라며 "일본 총리 공관에 보낼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미 독도우표를 사 국제 우편으로 일본에 발송한 시민도 만날 수 있었다. 독도우표를 처음 사서 가장 먼저 일본 총리실에 발송했다는 홍정식(53)씨가 그 주인공이다. 홍씨는 한복을 차려입고 고이즈미 일본 총리에 대한 항의성 문구가 적힌 플래카드를 들고 시민들에게 "우표 수집만 하지 말고 그걸 일본 총리에게 보내자"라며 목소리를 드높였다.

a 한 소년이 독도우표를 들고 웃고 있다. 뒤 편으로 독도우표를 사기위해 길게 늘어선 줄이 보인다

한 소년이 독도우표를 들고 웃고 있다. 뒤 편으로 독도우표를 사기위해 길게 늘어선 줄이 보인다 ⓒ 정민규

홍씨는 "독도우표를 가지고 있으면 돈이야 되겠지만 일본 총리에게 보내는 것에 더 의의를 둔다"고 말했다. 현실적으로 힘들다고 했지만, 만약 일본에서 독도우표가 붙은 편지를 반송하면 어떻게 할 것이냐는 질문에 홍씨는 "그럼 일본 대사 관저로 쳐들어가 대사에게 잘못됐다는 말을 직접 들어낼 것"이라고 말했다.

우체국 직원들도 근래 볼 수 없었던 뜨거운 열기에 놀라는 반응이었다. 광화문 우체국 심기남(57) 국장은 "2002년 월드컵 우표 이후 볼 수 없었던 풍경이다"라고 설명했다. 심 국장은 "70~80년대는 취미 우표에 대한 관심이 있어 종종 볼 수 있었지만 그 이후로는 통신 판매가 늘어나면서 부쩍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번호표를 들고 길 게 줄을 서 있는 시민 틈에는 우체국 직원들도 볼 수 있었다. "직원도 번호표를 받아야 살 수 있다"는 김대만(42)씨에게 우표가 얼마 안 남았는데 못 사면 어쩌겠냐고 묻자 "그럼 어쩔 수 없죠"라며 "방송을 타서 그런가 봐요"라고 답했다.

a 일본 언론들이 몰려 독도우표에 대한 일본의 높은 관심을 반영했다.

일본 언론들이 몰려 독도우표에 대한 일본의 높은 관심을 반영했다. ⓒ 정민규

한편 이 날 독도우표를 취재하러온 언론사 가운데 일본 언론사들의 모습도 많이 보였다. 아사히TV의 요시노 미노루 기자는 "학교에서 배우지 않으니 일본 내에서 독도에 대한 관심은 그리 높지 못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아사히TV 외에도 TV도쿄, NHK, 마이니치 등 일본 주요 언론사들은 한국의 독도 우표에 대한 뜨거운 관심을 전하느라 바쁜 모습이었다.

일본인들이 독도우표를 사들고 가는 모습도 보였다. 요시마루(58)씨에게 독도를 아느냐고 묻자 "독도를 울릉도에 부속된 섬으로 알고 있다"며 한국 영토임을 확인해 줬다. 하지만 요시마루씨는 "독도 섬 자체에 대해서는 그리 아는 게 없다"고 말했다.

한편 독도우표는 전국의 우체국에서 56만장이 판매됐고 이날 광화문 우체국에서는 10시 20분경 현장판매 분 전지 250매가 전량 매진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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