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자무협소설> 전사의 후예 276

남파 간세 사건 (4)

등록 2004.01.16 17:36수정 2004.01.16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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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멍청한 놈아, 옥천장(沃川莊)에는 우리 의방 소속 의원들이 제대로 발도 못 들여놓는다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그렇지 않다고 나불거려서 공개적으로 개망신을 자초해?”
“어, 어르신 그게 아니라… 소, 소인은…”

“임마, 아니긴 뭐가 아니야? 그깟 늙은 의원 하나가 쓴 소리 한번 한 것 가지고 발끈해서 그런 헛소리나 하고 있으니까 요즘 우리 의방 인기가 뚝 떨어진 거 아냐?”
“그, 그게 아니라…”


“아니긴 뭐가 아니야? 너 때문에 우리 의방 인기가 떨어져서 요즘 수입이 왕창 줄었다고 하는데 그게 사실이냐?”
“그, 그게…”

“임마, 네놈이 본 의방의 출납을 담당하는 놈이잖아? 왜 말을 못해? 창고에 쌓아둔 장부 전부를 가지고 와서 낱낱이 보고하라 해야 제대로 말하겠어?”
“……!”

“쨔식, 적당히 기록한 대외용 장부를 말하는 게 아냐. 임마, 진짜 순 수입을 기록하는 비밀 장부를 몽땅 들고 들어와서 보고하라는 거야. 그렇게 할거야?”
“헉! 아, 아닙니다.”

“그럼 임마, 어서 불어! 네놈이 헛소리 한번 하는 바람에 우리 의방의 수입이 얼마나 줄은 거야?”
“어, 어르신 지금 그런 걸 논할 때가 아니라…”

방조선이 분기탱천까지는 아니지만 단단히 화가 났다 생각한 효재는 잽싸게 두 손을 비비면서 얼른 말을 바꾸었다.


“어쭈? 말을 돌려? 그래서 시간을 벌어보겠다는 거야? 뭐야?”
“아, 아닙니다. 그, 그건 잠시 후에 보고를 드리고… 어르신! 지금 밖에 손님이… 손님이 오셨는데…”

“손님? 누가 왔다고 이 호들갑이야? 누군지 몰라도 기다리라고 해. 그건 그거고 수입이 얼마나 줄었는지 말을 하라니까?”
“어르신 밖에 와 계신 분… 마, 마중을…”


“이런 미친 놈! 내가 언제 누구 마중 나가는 것 봤어? 임마 일흔서생이 와도 얼굴을 보여줄까 말까 하는데 뭐? 마중? 미친놈! 이 세상 누가 와도 난 마중 안나가! 알았어? 그나저나 이놈아, 얼마나 손해났는지 말하라고 했잖아.”
“저, 저어, 그게…”

말을 하는 동안 방조선은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런 그의 눈에 뜨인 것은 오동나무를 베어 만든 목침이었다.

서탁 바로 옆 의자 위에 놓여 있던 그것은 효재의 시선이 미치지 못하는 곳에 있었다. 하여 슬그머니 그것을 집어든 방조선은 고개를 조아리고 있는 효재를 겨냥하고 있는 힘껏 던졌다.

쓔우우! 빠아악!
“아악! 으아아아악! 아이고, 사람 살려!”

목침에 머리를 정통으로 얻어맞은 효재는 자지러질 듯한 비명을 지르며 바닥을 데굴데굴 굴렀다. 모서리로 맞았는지 머리를 감싸 쥔 손가락 사이로 시뻘건 선혈이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그것을 본 방조선은 겨냥이 빗나가지 않았다는 것이 만족스러운지 괴소를 머금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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