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통일의 꿈을 담아 핀 '귤꽃'

내개로 다가온 꽃들(17)

등록 2004.01.20 13:02수정 2004.01.20 1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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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희
제주의 특산물 중 하나인 '귤'은 겨울철에 가장 많이 먹는 과일중의 하나로 비타민을 풍부하게 간직하고 있는 맛난 과일입니다. 아주 작고 하얀 꽃, 그런데 이 작은 꽃에 담고 있는 것이 참으로 소중합니다. 위에서 말씀드렸듯이 비타민은 기본이고, 평화통일의 꿈까지도 품고 있는 예쁜 꽃이랍니다.

한라에서 백두까지 이어 줄 예쁜 꽃, 해마다 제주에서는 북한에 감귤보내기 사업을 합니다. 지난 15일에도 제주항에서 '킹스7호(4천t급)'에 북한으로 보내는 감귤을 선적했습니다. 제주도는 지난 98년부터 해마다 북한 동포들에게 감귤을 보내왔는데 그에 대한 답례로 북한에서도 제주도민들을 초청했습니다.


그러니 평화통일의 꿈을 안고 있는 꽃이라는 것이 허튼 말이 아니지요. 한라에서 백두로, 백두에서 한라로 평화통일의 기운이 이어져 그토록 갈망하는 평화통일이 거역할 수 없는 봄처럼 다가왔으면 좋겠습니다.

김민수
귤꽃은 작고 하얗습니다. 이 작은 꽃에서 어쩌면 그렇게도 어여쁘고 달콤한 열매를 맺는지 신기합니다. 꽃이 필 무렵 귤밭에 서면 감미로운 향기가 입안에 씹히듯이 온 몸을 휘감습니다. 아주 작은 꽃들을 자잘하게 달고 있는데 제주의 바람에 얼마나 많이 떨어져나가는지 모릅니다. 그런데 그렇게 많이 떨어져 나감에도 불구하고 얼마나 많은 열매들을 맺고 있는지 신기할 따름입니다.

꽃이 핀다고 다 열매를 맺는 것은 아닙니다. 너무 많으면 적당히 떨어져 주어야 실한 열매를 맺을 수 있습니다. 어쩌면 누구나 다 열매가 될 수 있었는데 다른 누군가를 위해서 바람이 불면 떨어졌을 수도 있고, 아니면 바람에 떨어지지 않기 위해서 그 태풍이 부는 시간에도 끝까지 삶에 대해 희망을 가지고 있었던 것들만 열매를 맺었을 수도 있겠네요.

김민수
꽃잎이 조금씩 퇴색해 갈 무렵이면 아주 작은 귤의 형태를 볼 수 있습니다. 언제 크려나 싶지만 조금씩 제주의 바람과 햇살과 별과 달의 기운, 그리고 땅의 기운과 파도소리를 들으며 보이지 않게 익어갑니다.

하얀 꽃 잔치가 끝난 이후 아무 것도 보이지 않다가 어느 날 갑자기 주렁주렁 맺힌 열매가 보이고, 그러다 어느 날 갑자기 가을햇살에 화사하게 익어 가는 것이죠.


하우스가 아닌 노지에서 키우는 귤의 경우에는 땅이 참으로 중요하다고 합니다. 대부분의 과실수가 옥토에서 자라지만 귤의 경우는 너무 땅이 기름져도 안되고, 적당히 돌밭이어야 한답니다. 그래야 물이 쫙쫙 빠져서 높은 당분을 유지할 수 있다고 합니다. 적당한 갈증, 목마름이 있어야 한다는 말입니다.

우리들의 삶도 그렇잖아요. 모든 것이 다 채워지면 좋을 것 같지만 적당한 부족함이 있어야 그 삶이 풍성해집니다. 고난과 아픔을 겪으면서, 극복하면서 성장해 가는 것이죠.

김민수
우리가 상품으로 사 먹는 귤에는 씨가 없습니다. 그러나 원래는 귤에도 씨가 들어있었죠. 과일 중에서 우리가 먹는 과육부분은 씨앗에 영양분을 공급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인데 우리는 그 속에 들어있는 영양분들을 섭취하는 것입니다.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과일은 원형의 것이 많습니다. 아마도 원의 형태가 가장 골고루 많은 영양분을 공급해 줄 수 있는 형태이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물론 이런 저의 문학적인 상상력을 좇아가다 보면 바나나, 딸기 같은 과일들에 대해서는 설명을 할 수가 없겠지요?

둥글다는 것은 모나지 않다는 것입니다. 그러니 우리 민족의 염원인 '평화통일'을 이루려면 남북한 피차간에 서로 인정해 줄 것은 인정해 주고, 부족한 점은 서로 보완해 주는 노력들이 필요한 것이죠. 서로 모난 모서리로 찌르려고만 하니 갈등만 증폭이 되고, 어느새 50년이 넘는 세월을 분단국가로 살아가면서 얼마나 많은 이들이 고통을 당하고 있는지 모릅니다.

경색된 이데올로기, 획일적인 반공주의에서 벗어나 서로를 포용할 수 있는 성숙한 의식들을 가지려면 어떻게 해야할지 어떤 때는 너무 막막합니다. 아직도 제도교육에서는 반공 일변도의 교육이 행해지고, 사회 일각에서도 북한을 단지 타도의 대상으로만 생각하는 이들이 너무도 많으니 통일의 길이 멀고도 멀 것만 같을 때도 있습니다.

조금만 우리의 모난 생각을 둥글게 다듬었으면 좋겠습니다.

겨울입니다.

그러나 이제 곧 겨울이 품고 있는 봄이 올 것입니다. 여기저기서 거역할 수 없는 꽃소식들이 들려오고 있으니까요.

지금은 꽃 대신 과일을 쉽게 만날 수 있을 것입니다. 그 예쁘고 달콤한 과일을 볼 때마다 모난 세상 둥글게 살아가고, 이 민족도 분단의 철조망을 거둬내고 둥글둥글 평화통일의 꿈을 키워갔으면 좋겠습니다.

덧붙이는 글 | 이선희 선생은 초등학교 교사로 주 중엔 꽃보다 아름다운 아이들과 생활하다가 주말은 돋보기 들고 들에 나아가 꽃 관찰하며 이야기 나누고 그러다 화폭에 담아 응접실에 걸어놓고 행복해 하는 사람입니다. 

그가 색연필로 들꽃을 그린 지 4년째입니다. 예쁜 카드(현재 3집까지 나왔음)로 만들어 사람들에게 들꽃을 소개할 뿐만 아니라 카드를 팔아 불우한 어린이를 돕고 있습니다.

<내게로 다가온 꽃들>은 총 100회를 목표로 시작했으며, 이 기사를 통해 나오는 원고료와 관련 수익금은 전액 불우어린이들을 위한 기금으로 사용하기로 했습니다. 

[지난 기사까지의 기금] 320,000원

덧붙이는 글 이선희 선생은 초등학교 교사로 주 중엔 꽃보다 아름다운 아이들과 생활하다가 주말은 돋보기 들고 들에 나아가 꽃 관찰하며 이야기 나누고 그러다 화폭에 담아 응접실에 걸어놓고 행복해 하는 사람입니다. 

그가 색연필로 들꽃을 그린 지 4년째입니다. 예쁜 카드(현재 3집까지 나왔음)로 만들어 사람들에게 들꽃을 소개할 뿐만 아니라 카드를 팔아 불우한 어린이를 돕고 있습니다.

<내게로 다가온 꽃들>은 총 100회를 목표로 시작했으며, 이 기사를 통해 나오는 원고료와 관련 수익금은 전액 불우어린이들을 위한 기금으로 사용하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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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소재로 사진담고 글쓰는 일을 좋아한다. 최근작 <들꽃, 나도 너처럼 피어나고 싶다>가 있으며, 사는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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