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마을호 입석 만들고 무궁화호는 줄인다?

4월 고속열차 개통 따라 일반열차 서비스 질 저하 불보듯

등록 2004.02.03 19:01수정 2004.12.01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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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4월이면 우리나라도 명실상부한 고속열차 보유국이 된다. 고속열차가 개통되면 대중교통의 혁명이 일어나는 것인양 온 나라가 떠들썩하지만, 고속열차 개통 후 서민들이 겪어야 할 부담은 오히려 커지게 생겼다.

특히 경부선 장거리 열차의 경우 최대 70%가 감축운행될 예정이라고 하는데 이에 대한 대책은 미흡한 상황이다.

경부선, 새마을·무궁화 대폭 감축

a 한국고속철도 - 'KTX'. 4월 1일 고속철도 개통을 앞두고 일반철도의 대폭 감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고속철도 - 'KTX'. 4월 1일 고속철도 개통을 앞두고 일반철도의 대폭 감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 건설교통부

현재 경부선 열차는 하루 약 63회(새마을호와 무궁화) 운행되고 있지만, 4월 이후 이 구간에는 고속열차 60회, 일반열차 11회(임시열차 제외)만이 운행될 예정이다. 또한 철도청은 '통근용 통일호외 모든 통일호는 폐지시킨다'는 입장을 알리고, 이미 언론에 '중앙선 통일호 폐지 및 무궁화 열차를 현 통일호 정차역에 정차시키겠다'고 밝힌 바 있다.

무궁화호에만 적용하던 학생 할인을 새마을호에 적용하고, 종전과 달리 새마을호에도 입석을 할애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것은 사실상 새마을호가 현재의 무궁화호 수준으로 격하되는 것이라 볼 수 있다. 더욱이 4월부터는 새마을호가 정차하지 않는 영동 및 평택 등지의 역에 새마을호가 정차하게 된다.

무궁화호 역시 현재 통일호가 담당하는 중·단거리 수송 위주로 재편됨에 따라 사실상 통일호로 전락하는 것과 같다. 결국, 철도청이 공식적으로 발표만 하지 않았을 뿐, 고속열차의 등장으로 모든 열차의 등급을 한 단계씩 낮춘 셈이다.

호남선 한 역의 역무원은 "서울 가는 무궁화호가 없어지고, 새마을호가 그 자리를 대신한다"며, "고속열차 중 일부가 새마을호의 기능을 대신할 것"이라고 말했다.

목포에 사는 한 주부는 "일반열차 대폭 감축은 처음 듣는 소리"라고 말했다. 서울에 있는 자녀를 만나기 위해 기차를 이용하는 이 주부는 "앞으로 어떤 교통수단을 이용해야 할 지 걱정된다"며, "결국 돈 있는 사람만 기차를 이용하라는 얘기"라고 불만을 표시했다.

지방에 있는 집에 가기 위해 한 달에 1회 정도 기차를 이용한다는 대전에 사는 대학생 이모씨도 "통일호가 폐지되고 무궁화호가 대폭 감축되면 앞으로 지방에 있는 집에 다녀오기 힘들 것 같다"면서 일반열차의 감축 정책을 제고해야 한다고 밝혔다.

문제는 이 뿐만이 아니다. 두 열차의 서비스는 더 열악해질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새마을호는 정차역이 적어 소요시간이 단축되고, 입석이 발생하지 않아 편안한 여행을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다.

4월부터 새마을호는 기존의 정차역보다 더 많은 역에 정차를 함에 따라 목적지까지의 소요시간이 길어진다. 철도청은 지난해 12월 1일자로 새마을호와 무궁화호의 운임을 10% 올렸다. 운임은 올라가고 서비스의 질은 떨어져 요금이 지나치게 인상됐다고 볼 수밖에 없다.

게다가 지금 검토중인 새마을호 입석제도까지 허용된다면 과거에 비해 이 열차를 이용하는 승객들의 불편함은 불을 보듯 뻔하다. 지난 92년 항공기 수준의 편안한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며 시작된 우등고속 버스 도입 이후 일반고속 버스가 크게 줄어들어 사실상 운송회사들의 요금인상으로 이어졌던 사례와 흡사하다.

철도청 일반철도 영업과 관계자는 "새마을호 입석제도를 검토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명절이나 휴가철 등의 대송 기간이기 때문에 우려할 수준은 아니다"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새마을호에 입석 도입으로 철도를 이용하는 고객들에게 불편을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철도청에 따르면 2002년 현재 수입 100원을 얻기 위해 지출하는 영업계수가 통일호의 경우 287.8로, 공기업 구조조정의 바람 속에서 통일호를 지속적으로 운행시키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무궁화호의 영업계수 역시 101.9로서 승객을 많이 태워도 적자를 면하기 어렵다고 밝히고 있다.

다만, 통일호는 지난해 요금 인상 대상에서 제외하였고, 무궁화호의 기본운임 책정 거리를 100km(5200원)에서 50km(2600원)로 조정하여 통근 목적으로 기차를 이용하는 승객들의 불편을 최소화하겠다고 밝혔다.

고속열차 이용도 불편할 듯

a 고속철도 내부 모습

고속철도 내부 모습 ⓒ 노상근

또한 고속열차가 서지 않는 김천, 구미 등의 지역에서는 서울행 열차 횟수가 80% 정도 감축돼 '울며 겨자 먹기'로 새마을호를 이용해야 한다. 새마을호가 정차하지 않는 시간대에는 대전까지 무궁화호를 이용하여 고속열차로 갈아타야 한다.

호남선의 경우에는 서울행 일반열차가 26회에서 16회로 감축돼 경부선에 비해 그래도 상황이 나은 편이다. 그러나 역시 철도청의 장거리 무궁화호 폐지 방침에 따라, 16회 모두 새마을호로 편성될 예정이며, 현재 18회 운행 중인 목포 및 광주발 서울행 무궁화호는 완전히 사라지게 된다.

호남고속열차의 경우 대전 이남의 선로는 기존 호남선 철도를 전철화한 선로로 운행하므로 절반의 속력(최고속도 150km/h)밖에 내지 못한다. 따라서 소요시간에 비해 요금이 비싸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광주-서울간을 운행하는 우등고속버스의 요금은 1만9200원으로 평일기준 3시간 30분 정도 소요가 된다. 이에 반해 광주-서울간 고속열차는 2시간 40분 소요에 3만8200원의 운임이 책정됐다.

시간 차이는 약 1시간이지만, 운임차이는 2배다. 일반고속 버스와 비교하면 거의 3배에 가까운 액수다. 고속버스의 서울시내 접근성 및 고속도로 정체 현상을 감안한다 하더라도 운임이 비싸게 느껴지는 것은 사실이다.

고속철도 할인혜택도 크지 않다

철도청은 고속철도에 다양한 할인요금이 적용되며, 최고 40%까지 할인율이 적용된다고 밝혔다. 비즈니스, 법인, 청소년, 경로 할인의 경우 최소 15%에서 최대 30%를 할인해주고, 출·퇴근, 통학 등을 위해 정기적으로 고속열차를 이용하는 경우 주중에 한해 40% 정기할인을 실시한다. 또한 기차표 예매 시점에 따라 최저 3.5%에서 최대 20%까지 할인해 준다고 밝혔다.

얼핏 들으면 고속철도를 싸게 이용할 수 있는 것처럼 들린다. 정기 통근자를 위한 40% 할인은 연간 편도 80회 이상 이용하는 경우에만 해당한다. 일주일에 왕복 1회 이상을 탑승하는 승객들이 이용할 수 있는 할인제도이다.

한 달에 왕복 1∼2회 정도 이용하는 일반인이 2주일 전에 고속철도 예약을 했을 때 적용받을 수 있는 할인율은 최대 15% 정도에 불과하다. 주말 탑승시에는 7.5% 정도의 할인을 받는다.

이 승객이 서울에서 부산까지 평일에 일반실을 이용하고자 하여 2주일 전에 예약할 경우 4만 9900원의 85% 수준인 4만 2400원의 운임을 지불해야 한다. 주말에 일반실을 이용하고자 2주일 전에 예약한 경우에는 4만 6200원을 지불해야 한다. 주말 예약의 경우 현재 철도회원에 가입된 회원이 적용받는 할인율 5%와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

예약에 의한 최대 할인율 20%는 평일에 기차를 이용하고자 하는 경우로 최소 한달 전에 예약을 하는 승객들만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과연 30일전에 평일 기차표를 예매할 승객이 얼마나 될지는 생각해 봐야 할 일이다. 다만, 청소년과 노인 등에 할인율은 기존의 20%보다 많은 30%의 할인율을 적용할 예정이다. 이 할인 역시 할인카드를 구입한 대상자에게만 해당된다고 한다. / 백호 기자
고속열차는 KTX-I급과 KTX-II급으로 나누어 운행하게 되는데, 호남선의 경우에는 KTX-II급이 정읍, 김제, 나주 등 현 새마을호 정차역에 선택 정차한다는 내부방침이 서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호남선 KTX-II급의 경우 대전 이남은 새마을호와 속도 차이가 20∼30km/h 밖에 차이가 나지 않으며, 정차역이 늘어남에 따라 소요시간도 KTX-I급보다 시간이 더 소요되어 고속열차 요금을 내고도 새마을호 수준의 서비스를 받는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게다가 철도청 뉴스에 따르면 일반실 객차의 경우 절반의 좌석이 주행방향의 역방향으로 고정되어 있어, 최악의 경우 비싼 요금을 지불하고 3시간 동안 역방향으로 앉아서 가야하는 경우가 생길 수도 있다.

오는 2월 2일부터는 고속열차의 원활한 시험 운행을 위해 경부선과 호남선의 무궁화호 일부 열차를 감축하고, 부산역과 부산진역에서 출발하던 경전선과 동해남부선의 모든 기차를 부전역 출발로 바꾸었다.

부산으로 통근을 한다는 한 시민은 "철도청 홈페이지에 제발 아침 시간만이라도 부산역까지 연장 운행을 해달라"는 민원을 제기했으나, 철도청은 2월부터의 열차 운행 방안은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철도청의 모든 행정이 고속열차에 집중되어 일반열차에 대한 행정은 뒷전인 셈이다.

이러한 지적에 대해 철도청 일반철도 영업과 관계자는 "고속열차가 기존 철로를 이용해야 하기 때문에 일반철도의 운행 횟수 조정이 불가피하다"면서, "그러나 아직 구체적인 횟수가 확정된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고속 철도 운임 역시 조정 과정에 있는 만큼 2월초에 최종적으로 확정해 운영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결국 철도청의 고속열차 및 일반열차 운행 방안은 그 동안 철도를 이용하던 서민들에게 큰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일반열차가 대폭 감축되고 그 서비스 또한 저하되어 이용객들의 불편이 클 전망이다. 고속열차는 그야말로 꿈에서나 타볼 수 있는 '꿈의 교통수단'이 되지 않을까 우려스러운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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