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바로 계룡산 산지기라오”

'계룡산 폴리스' 조성열씨의 산사랑

등록 2004.01.28 09:13수정 2004.02.01 1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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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계룡산 국립공원 책임 판매원 조성열씨

계룡산 국립공원 책임 판매원 조성열씨 ⓒ 권윤영

"제가 지금까지 계룡산을 오른 횟수만 천 번이 넘을 겁니다."


수많은 등산객들은 하루에도 몇 번씩 산을 오가지만, 산은 언제나 묵묵히 제자리를 지킨다. 산이 산답게 한결같은 모습으로 등산객을 맞을 수 있는 이유는 그 산을 지키는 이들 때문이리라.

국립공원관리공단 소속 조성열(55)씨는 충남 공주에 위치한 계룡산 국립공원의 책임 판매원이다. 국립공원관리공단이 생기기 전인 지난 77년 충청남도 공무원으로 근무하면서 계룡산과 인연을 맺었으니 벌써 25년이 넘었다.

a 산이 아름다울 수 있는 이유는 한결같은 마음으로 산을 지키는 이들이 있기 때문이다.

산이 아름다울 수 있는 이유는 한결같은 마음으로 산을 지키는 이들이 있기 때문이다. ⓒ 권윤영

지난 93년에 설악산 국립공원에서 근무한 1년을 제외하고는 지금껏 계룡산의 지킴이 역할을 해왔으니 오랜 시간만큼이나 계룡산에 대한 애정을 한가득 품고 있다.

“계룡산이 우리나라에서 최고 좋은 산이라고 자부합니다. 계룡(鷄龍)이란 산의 형상이 닭의 벼슬을 쓴 용을 닮았다고 해서 지어진 이름입니다. 닭이 벼슬을 쓰고 있는 것은 관을 뜻하고 용은 임금을 뜻합니다. 임금이 관을 쓰고 있는 형상이니 계룡산이 산 중의 왕이 되는 건 당연하죠.”

우리나라 20개의 국립공원 중 지리산에 이어 두 번째로 국립공원으로 지정됐다는 사실에서도 그의 자부심은 대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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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윤영

조씨는 아침 6시부터 저녁 6시까지의 근무를 위해 이른 새벽에 집을 나선다. 남들은 휴일에 날을 잡아야지 올 수 있는 산이지만 그에게 등산은 일상적인 것이다. 그는 “매표소에서 4년을 근무했는데 그 전에는 계룡산 순찰요원”이었다며 “자연스레 계룡산에 오른 횟수만도 천 번 이상에 달한다”고 자랑이다.

그에겐 달력 속 빨간 색의 글씨는 휴일이 아니다. 관광 명소에서 일하다보니 휴일에는 일을 하고 평일 하루를 쉬는 근무형태이기 때문. 추석이나 설날 등 민족 최대의 명절에도 예외는 아니다. 명절 때는 조를 나눠서 근무를 하는데 조씨는 이번 설날이 근무하는 날이었다.


“고향이 옥천인데 늦은 저녁에서야 갈 수 있었습니다. 남들 쉴 때 저는 근무를 해야 하니 쉬는 날에도 가족과 다 같이 놀러갈 수도 없어요. 20년이 훨씬 넘는 시간 동안을 그래왔으니 집에서는 당연히 빵점 아빠, 빵점 남편일 수밖에요.”

'빵점'이란 점수를 조금이나마 만회하기 위해 그가 찾은 방법은 가사 노동에 일조하기. 퇴근 후 청소, 설거지 등 집안 살림은 그의 몫이다.

조씨는 이내 계룡산의 장엄함을 보면서 힘든 일을 잊는다. 오랜 근무 기간 동안 어느새 그는 산의 마음을 닮았다. 빵점 소리를 들어도 싱글벙글 자신의 일에서 행복을 찾는 그가 느끼는 고충은 오히려 다른데 있다.

a 조씨는 계룡산 뿐만 아니라 모든 산을 사랑해 달라고 당부했다.

조씨는 계룡산 뿐만 아니라 모든 산을 사랑해 달라고 당부했다. ⓒ 권윤영

“스트레스를 해소하러 오는 등산객들을 상대하다보면 그 응석을 다 받아줘야 하잖아요. 아름다운 산을 보호하려면 담배피지 마라, 취사하지 마라 등 규제가 많을 수밖에 없다보니 마찰도 생겨요.”

계룡산이 규모는 작아도 악산(惡山)인지라 가끔 안전사고도 생긴다. 등산객이 다리를 다치는 경우가 더러 있는 것. 119 구조대에 연락을 취하고 그를 포함한 직원들이 출동해 직접 구조에 나서기도 한다.

“그래도 전보다는 요즘 사람들의 의식도 좋아졌고 자연보호도 많이 되고 있어요. 제가 처음에 계룡산에 왔을 때만 해도 나무가 적었죠. 제가 산지기로서 계룡산을 잘 지켜서 더욱 아름다워졌으면 좋겠습니다. 후손들에게 아름다운 계룡산을 물려줄 수 있다면 그게 기쁨이고 보람이지요.”

비수기인 요즘에도 평일에는 300여명, 휴일에는 3000여명의 등산객들이 산지킴이 조성열씨를 스쳐지나간다. 오랜 시간 근무해온 그에게 있어 계룡산을 찾는 관광객은 이미 자신의 집을 찾은 손님 마냥 반갑기만 하다.

계룡산을 등지고 내려오는 길, “계룡산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산을 사랑해주십시오”라는 산지킴이 조성열씨의 한마디가 소리 없는 울림을 타고 전해져왔다.

덧붙이는 글 | 행복한 소식만 전하는 인터넷 신문, 해피인(www.happyin.com)에도 실렸습니다.

덧붙이는 글 행복한 소식만 전하는 인터넷 신문, 해피인(www.happyin.com)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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