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에 비친 장족촌의 마을. 호수에 비친 마을이 장족촌인지, 땅 위의 마을이 장족촌인지...최성수
이른 아침 곤명역 광장에는 사람들이 왁자지껄합니다. 발 디딜 틈도 없이 몰려들어 기차표를 사려는 사람들, 그 사람들을 그저 낯선 얼굴로 바라봐야 하는 것이 여행자의 처지인지도 모릅니다.
오늘 밤 대리(大理)행 기차표를 구할 목적으로 나선 길입니다. 우여곡절 끝에 늘어선 줄에 한 다리 끼어 보는데, 한참 후에 그 줄은 학생표만 파는 곳이라는 말에 난감해 집니다.
그때 오십 줄은 넘어 보이는 뚱뚱하고 선하게 생긴 아주머니가 다가와 우리에게 말을 건넵니다. 자기네 여행사에 표가 많이 있으니 조금만 웃돈을 얹어 주면 살 수 있다는 말입니다.
조금 망설였지만, 광장을 가득 메운 사람들의 무표정하고 단호하기까지 한 얼굴들을 보고, 저 틈에 끝까지 버티면서 기차표를 살 자신이 없어 아주머니를 따라 나섭니다.
인파를 헤집고 아주머니가 우리 일행을 데리고 간 곳은 역 앞의 허름한 골목길에 손바닥만하게 자리 자리 잡은 이름만 그럴듯한 곤명과상(昆明科翔) 여행사.
그곳에서 대리행 오늘 밤 경와(硬臥) 열차표를 장당 5원의 웃돈을 주고 구입한 우리는 좀전의 아주머니가 안내하는 길을 따라 소수 민족촌행 버스를 탑니다. 24번 버스, 차비 1원인 그 버스는 딱딱한 플라스틱 의자가 엉덩이의 인내를 시험하는 차입니다.
중국 여행 때마다 느끼는 일이지만, 중국은 아무래도 사람 개개인이 대접받는 곳은 아닌 듯 합니다. 방석 하나만 놓아도 될 것 같은 버스 의자는 흔들릴 때마다 살 없는 내 엉덩이를 사정없이 흔들어 댑니다.
버스는 좀체 큰 차가 드나들 수 없을 것 같은 좁은 길을 지나갑니다. 왼편으로는 전기 공사가 한창이라 큰 공사 차량이 길을 막고 있고, 오른 쪽에는 사탕수수를 잔뜩 실은 수레가 막고 있는 길을 버스는 용케도 빠져나갑니다.
길 가로는 개나리, 칸나, 능소화가 한창입니다. 곤명을 ‘늘 봄(常春)’의 도시(春城)라고 합니다. 길 가에 핀 꽃들을 보며 그 도시의 의미를 다시 한번 생각하는 사이, 버스는 시내를 빠져 나와 소수민족촌 앞에 우리를 내려놓습니다.
소수민족촌은 운남성에 소재하고 있는 소수민족들의 마을을 한 곳에 모아 놓은 곳입니다. 곤명시 남쪽 교외에 있는 이 민족촌에는 운남성 곳곳에 살고 있는 26개 소수민족의 생활과 문화를 약 1340평방미터 안에 담아 놓고 있습니다.
세세히 보려면 하루 종일을 돌아도 다 보기 힘들만큼 넓으니 우리는 그저 눈에 띄는 대로, 발길 닿는 대로 마음에 드는 곳을 찾아 구경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아니 어쩌면 그것이 여행의 참 맛인지도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