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산에서 내려다 본 대리 시내. 멀리 푸른 강이 얼하이 호수, 그 눈이 시린 푸르름이 아직도 생생하다.최성수
그 다양하고 색다른 색채감에 취하며 창산으로 향하는 길은 이국적이고 아름답습니다. 골목이니 당연히 차 한 대 들어올 수 없고, 늘어선 가게들마다 내놓은 물건들이 툭툭 발길에 차이는 곳, 그래서 여행자들의 시선이 골목 양쪽으로 왔다 갔다 할 수밖에 없는 길을 지나면 창산으로 가는 말을 탈 수 있습니다.
창산, 대리의 배경을 이루는 해발 약 4천m의 고산입니다. 머리 위에 희디 흰 눈을 이고 있는 창산은 나이 든 은자(隱者)의 모습으로 우뚝 솟아 있습니다. 그리고 여행자들은 그 창산을 케이블카를 타거나 말을 타거나 혹은 걸어서 오릅니다. 케이블카는 밋밋하고, 그렇다고 걷기에는 나이 든 다리가 마땅치 않아 말을 타기로 합니다.
나를 태운 말은 몸집이 작고 힘도 약한 놈입니다. 그래서 산길을 오르면서 자주 방귀를 뀌어대고 길을 벗어나 풀숲에서 풀을 뜯곤 합니다. 고삐를 당기며 "이랴, 이랴" 소리를 질러 보지만 제 멋대로인 경우가 더 많습니다. 그래도 말은 익숙하게 다닌 길이라는 듯, 알아서 척척 산 위로 올라갑니다.
한동안 산길을 오르다 보니, 헉헉 숨 차 하는 말이 불쌍합니다. 녀석과 내 뒤에 따라오는 송희가 탄 말이 형제라고 합니다. 두 녀석은 다른 말들에게 앞자리를 결코 양보할 수 없다는 듯 다른 말이 조금 앞서면 마구 뛰어 제 자리를 차지하곤 합니다. 덕분에 말 타는 기분을 조금이나마 느껴 볼 수 있습니다.
케이블카가 닿는 곳인 중화사 부근이 말의 도착지이기도 합니다. 말에서 내려 대리를 조망할 수 있는 곳에 오르자 바람이 거세게 불어옵니다. '소문으로만 듣던 대리풍(大理風)이 바로 이것이구나!'하며 감탄하는 사이, 바람은 사람들 모자를 훌렁 벗겨 놓기도 합니다.
일행들이 산 위에 있다는 폭포를 찾아 간 사이, 나는 그냥 거기서 대리의 모습을 구경하며 놀기로 합니다. 내려다 보는 대리의 풍경은 지극히 아름답고 잔잔합니다. 등 뒤로는 창산의 흰 눈에 눈이 시린데, 발 아래로는 푸른 나무들이 숲을 이루고 있습니다. 그리고 대리 고성이 옹기종기 시간을 머물게 하려는 듯 모여 있습니다. 그리고 그 끝에는 좌우로 길게 퍼져 있는 얼하이(洱海) 호수가 펼쳐져 있습니다. 창산에서 바라보는 대리는 잔잔하고 고요합니다. 비록 세찬 바람이 몸을 마구 흔들어 대도, 바라보는 대리의 풍경에는 바람 한점 없는 듯 느껴집니다.
창산에 올라 보면, 창산 유람의 핵심은 산을 오르는 과정이 아니라 오른 뒤의 풍경임을 깨닫게 됩니다. 사실 창산 오르는 길이야, 그저 말을 타고 오른다는 것만 제외한다면, 우리 나라 강원도 뒷산만도 못합니다. 먼지 풀풀 날리는 산길에, 늘 보던 소나무들이, 그것도 우리 나라 산들보다는 듬성듬성 서 있는 그저 그런 산일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