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선희
패랭이는 옛날 신분이 낮은 천민 계급의 사람들이 쓰던 모자의 일종입니다. 패랭이를 거꾸로 한 것과 비슷한 까닭에 패랭이꽃이라는 이름을 얻었습니다.
석죽화(石竹花), 대란(大蘭), 산구맥(山瞿麥)이라고도 하는데 낮은 지대의 건조한 곳이나 바닷가의 모래밭, 우거진 풀섶 등 가리지 않고 잘 자랍니다. 패랭이꽃은 이른 봄부터 피기 시작해서 서리가 내리기 전까지 끊임없이 피어납니다. 천민이라고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았지만 끈질긴 삶을 살았던 이들, 그 사회의 근간이 되었던 이들이 쓰던 모자와 닮은 꽃은 외형만 닮은 것이 아닌 것 같습니다.
내게로 다가온 패랭이꽃은 술패랭이와 갯패랭이였고, 간혹 원예종 패랭이들을 만났는데 그 모양새가 모두 소박하면서도 잔잔하니 서민적인 아름다움을 간직한 꽃인 듯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