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 서태지, 새음반 OK! 공연은 NO!

돌아온 서태지를 바라보는 전문가들의 시각

등록 2004.01.31 08:29수정 2004.01.31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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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올림픽공원 체조 경지장에서 열린 서태지 'Live Wire'공연에는 1만여명의 팬들이 찾았다.
29일 올림픽공원 체조 경지장에서 열린 서태지 'Live Wire'공연에는 1만여명의 팬들이 찾았다.서태지컴퍼니
지난 27일 새 음반 '서태지 7집'을 낸 데 이어 29일 'Live Wire' 공연을 벌인 서태지. '문화 대통령'이라는 별명까지 얻으며 90년대 가요계를 너머 대중문화계를 평정했던 2004 서씨의 새 음반에 대한 평가는 대체로 긍정적이다. 하지만 공연에 대해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압도적이다.

전문가들의 평가와는 별개로 새 음반은 30만장이 선주문되고 추가로 제작되는 등 최악의 상황을 이어가고 있는 음반 시장에 부활의 가능성을 보여 주고 있다는 평을 듣고 있다. 또 이번 공연 역시 1만여 명의 관객이 입장, 최근 록 음악 공연 중 최고의 관중을 동원해 '서태지 신드롬'이 재현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더구나 자신이 "세계 최고의 밴드"라고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던 콘(Korn)의 보컬이자 리더 조나선 데이비스로부터 "한국에 서태지 같은 음악가가 있는지 몰랐다. 미국 진출을 돕겠다"는 찬사도 들어 서씨의 재돌풍에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과연 전문가들은 2004년 새로운 서태지를 어떻게 평가하고 있을까.

공연에 임하고 있는 서태지씨.
공연에 임하고 있는 서태지씨.서태지컴퍼니
"제 갈 길을 찾았다. 이번 음악 스타일 고수해야"

서씨는 이번 새 앨범에서 지난 6집의 강한 하드코어 음악과 다르게 멜로디가 가미된 '감성코어'를 선보였다. 특히 개인의 느낌과 사회적인 메시지를 적절히 섞어 기존의 음반과 다른 면을 보였다. 또한 형식적으로 4개의 코드만으로 전체 곡을 채워 한 음반이 한 곡을 듣는 듯한 느낌을 강조했다.

새 음반에 대해 록음악 전문지 <핫뮤직> 조성진 편집장은 "서씨에게 성량의 음역이나 힘 등에서 하드코어의 그로울링 창법이 힘들고 한계가 있다고 생각했다. 때문에 전작들을 들으면서 오버한다는 느낌 받곤 했다"며 "하지만 이번 7집을 들으면서 이제야말로 자기 용량을 찾아 밥그릇대로 간다는 느낌 받았다"고 말했다. 자신이 소화하고 잘 할 수 있는 부분을 하겠다는 것으로 받아들였다는 것.


음악평론가 강헌씨는 "이번 음반에서 대단히 성숙해진 서태지의 모습이 보인다"며 "진정한 대가들은 쉽게 이야기를 하는 법이다. 자기가 하고 싶은 얘기는 다 하면서도 대중들에게 쉽게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던 것도 서씨의 능력"이라고 칭찬했다.

강씨는 "이번엔 '감성코어'를 들고 나왔는데 지금의 서태지가 취하고자 하는 방향과 가장 맞는 표현인 것 같다"며 "이는 대중들과의 폭넓은 의사 소통을 위한 마케팅을 시도하는 고심에 찬 표현이기도 하다. 하지만 대중적 야합을 했다던가 하는 차원은 아니라고 본다"고 분석했다.


인디음악 전문매체 <블루노이즈> 신현국 피디는 "예전과 마찬가지로 혁신적인 스타일을 도입했지만 '본인에 근거한 새로움'이 아닌 밖(해외)에 있는 것을 도입했다는 인상을 받았다. 하지만 일본에서 작업해서인지 사운드만 봐서는 국내 최고 앨범"이라며 "지금 시점에서 비주류인 록 음악이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줄 수 있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기대감을 밝혔다.

반면 서씨의 음반에 대해 비판하는 의견도 있다. <핫뮤직> 조성진 편집장은 "3, 4년만에 내놓은 결과물임에도 새로운 시도가 전혀 없다는 것은 비판의 대상일 수 있다"고 꼬집었다. 대중들에게 생소한 '감성코어'는 이미 미국 등에서는 록 음악계의 주류를 이루고 있기 때문이라는 게 조 편집장의 설명.

한 음악 전문방송의 피디는 "서씨의 음반은 참신함이 떨어진다. 외국이나 국내 거장들에 비해 작가 정신이 떨어진다는 말"이라며 "거장들은 창조성을 바탕으로 대중들의 융합을 이끌었는데 서씨는 대중들은 융합했지만 자기만의 음악성은 없다"고 혹평하기도 했다.

"아이돌스타 공연의 문제점 그대로 드러나"

음반 발표에 이어 29일엔 서씨의 'Live wire' 첫날 공연이 열렸다.(이 공연은 31일과 2월 1일에도 진행된다) 이날 공연은 근래 보기 드물게 많은 관객들이 찾았고 각 곡마다 조명, 소품 등으로 많은 변화를 줘 관객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특히 하드코어의 대부 '콘'과 인더스트리얼 메틀의 강자 '피어팩토리'와 함께 함으로써 팬들에게 큰 선물을 줬다. 그러나 사운드, 연주의 조화 등의 문제점이 지적되기도 했다.

변화무쌍 무대연출 "역시 서태지"…컴백 공연 열광의 3시간- <동아일보>
폭풍의 사운드. '이것이 라이브'- <조선일보>

29일 서씨의 공연에 대한 일부 언론의 기사 제목이다. 대부분의 언론에서는 약속이라도 한 듯 칭찬일변이다. 특히 이번 공연에 대한 기사에서는 찬사를 아끼지 않아 이번 공연이 성공적이었음을 말해준다.

하지만 언론의 평가와는 달리 일부 전문가들은 이와는 다른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쇼'적인 측면에서 관객들에게 즐거움을 줄 수 있는 서씨의 능력을 높이 평가하는 이가 많았지만 공연적인 측면에서는 부정적인 입장들도 만만치 않았다.

<핫뮤직> 조성진 편집장은 "이번 공연의 가장 큰 문제점은 모든 악기들이 세밀한 소리를 끌어내야 하는 데 제대로 하지 못해 소리가 뭉개진 것"이라며 "(주최측에서) 최첨단 음향이라고 자랑했는데 뽑아 내는 효용 가치는 기대 이하였다"고 비판했다. 이는 비슷한 음악 스타일의 콘의 공연과 비교했을 때 소리가 각 세션별로 명확하게 구분돼 들렸다는 점에서 두드러지 드러나는 부분이었다. 

성시권 EM미디어 피디는 "한마디로 음악보다 쇼였다. 주객이 전도된 느낌이었다"며 "뮤지션의 공연이라기보다 쇼적인 측면을 강조하는 아이돌 스타들의 공연에서 드러나는 문제점이 그대로 노출됐다"고 지적했다. 성 피디는 사운드의 뭉개짐과 더불어 "밴드 구성원의 연주 능력은 좋았는데 각 파트별로 손발이 안 맞는 것 같았다"고 덧붙였다.

이동연 문화연대 문화사회연구소 소장은 "이번 공연에서 연주의 스타일이 하나로 맞지 않았고 연주의 파워도 떨어졌다"고 지적했고 한 팝음악 평론가는 "국내에서 보기 힘든 공연 감각은 계속 발달하고 있는 것 같지만 지나치게 백화점 식이었다는 점 때문에 산만했다"고 평가했다.

한 음악평론가는 "칭찬만 하는 언론의 시각도 문제"라며 "칭찬을 할 때도 건전한 비판도 곁들여져야 그 음악가의 발전도 가능한 것"이라고 언론의 보도 태도에 일침을 가했다.

그러나 블루노이즈 신 피디는 "무대 장치나 연출 면에서는 굉장했고 음향도 초유 수준의 공연이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한 뒤, "지금 국내 상황 속에서 그런 공연을 했다는 것 자체가 대단한 일"이라고 평가했다.

이번 공연에 대해 서태지 컴퍼니 관계자는 "아쉬운 점들이 있지만 이를 보강해서 31일, 2월 1일 공연에는 완성을 기하겠다"고 밝혔다.

서태지컴퍼니
"서태지 보호 분위기 많은 듯"

이런 가운데 이번 서씨의 음반과 공연에 대한 평가 외에 '서태지를 보호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는 이들도 있다.

음악전문 방송 m.net의 최재윤 피디는 "개인적으로 서태지를 보호해야하는 입장이다. 우리나라에 창조하는 음악가의 유일한 후보자이기 때문"이라고 밝힌 뒤 "이번 새 앨범 관련 활동에 나선 뒤 언론에서 거의 대부분 긍정적인 기사를 내놓는 것은 그런 면이 작용하고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침체된 음반 시장의 부활의 활로를 서씨가 열어줄 것이라는 기대 또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 음반 관계자는 "서태지의 음반이 빛이 안 보이는 음반 시장에 큰 희망이 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지금 우리로선 믿을 수밖에 없는 것 아닌가"라고 서씨에 대한 기대를 보였다. 하지만 문화연대 이동연 소장은 "대중음악계가 바뀌지 않으면서 서씨가 100만 장을 팔아 음반 시장의 활로를 찾아줄 것으로 기대하는 순간 서씨의 음악적 평가보다 아이돌 스타, 신화적 존재로만 보게 되는 것"이라며 "100만 장이 팔린다면 이는 100만 장이라는 숫자로만 보면 된다"고 지적했다.

"정치 서태지, 문화 서태지를 만나다"

▲ 서태지 공연장을 찾은 정동영 열린우리당 의장
지난 29일 공연에는 옛 동료 양현석씨를 비롯 싸이, 지누션, 김종서, 체리필터 등 음악가들이 참석했다. 특히 이날 눈에 띄는 사람들이 있었는데 바로 열린우리당 정동영 의장과 박영선 대변인, 천정배 의원이 그 주인공.

노란색 점퍼를 입고 서씨의 공연이 끝난 뒤 공연장을 나서던 정 의장은 "나도 서씨의 팬으로 공연에 참석했다. 공연은 대단했다"며 "70년대 밥 딜런이나 스팅처럼 사회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줬으면 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정 의장은 또 "공교롭게 노란색 풍선이 뿌려져 기분이 좋았다"고 말했다. 이번 공연에는 매 곡마다 여러가지 조명이나 소품들이 동원됐는데 공연 중간 큰 풍선이 터지면서 안에 있던 노란색 풍선들이 쏟아져 나오는 이벤트가 선보였다. 최근 우리당과 민주당은 서로 원조 노란색을 주장하고 있다. 천 의원은 "문화의 서태지와 정치 서태지(정 의장을 칭함)가 오늘 만났다"고 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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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년 동안 한국과 미국서 기자생활을 한 뒤 지금은 제주에서 새 삶을 펼치고 있습니다. 어두움이 아닌 밝음이 세상을 살리는 유일한 길임을 실천하고 나누기 위해 하루 하루를 지내고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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