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일임에도 불구 객석은 어린이 관객으로 모두 찼다.유성호
조명이 꺼지고 전래동요 자장가가 흘러나오면서 주인공 '하늘이'의 탄생으로 인형극이 시작됐습니다. 하늘이는 다리가 불편한 홀엄마 밑에서 어렵게 살고 있는 시골 마을 아이입니다. 하늘이 아빠는 집에 불이 나자 하늘이와 엄마를 구하고 돌아가셨습니다. 하늘이는 그 사실을 까맣게 모르고 있다가 엿을 바꿔 먹기 위해 팔려던 아빠와 엄마의 일기장을 통해 알게 됩니다.
아빠가 돌아가신 이후 대신 일기장을 이어 써가고 있는 엄마가 아빠에게 보내는 편지를 읽어내려 가자 극장 안은 숙연해 졌습니다.
"일천구백육십칠년 팔월 일일. 여보, 오늘은 비가 옵니다. 하늘이가 비를 맞고 올텐데 걱정이에요. 우산을 가지고 마중 나가고 싶지만 하늘이가 제 다리 때문에 놀림 당할까봐 나가지도 못하네요. 당신이 없이 혼자서 하늘이를 건강하고 착한 아이로 키우기 위해 있는 힘을 다하지만 아무래도 아빠 없는 아이라 사람들이 손가락질할까봐 항상 걱정이 됩니다. 그때 당신 대신 내가 하늘나라로 갔더라면 좋았을 텐데 하는 생각도 해요. 하늘이와 나를 구하기 위해 당신이 그 불기둥이 깔리지만 않았더라도 좋았을 텐데. 여보, 당신은 하늘에서 우리 하늘이와 나를 지켜보고 있겠죠? 오늘처럼 비오는 날은 내 마음이 슬퍼지네요. 당신이 너무 보고 싶은데…. 우리 하늘이를 제가 잘 키울 수 있을까요…."
엄마의 목소리가 담담히 이어지고 있는 데 옆에 앉아 있던 작은 녀석이 소매로 얼굴을 훔칩니다. 눈이 간질거리거나 졸려서 그러려니 하고 무대로 눈을 돌리는 데 녀석의 손길이 예사롭지 않았습니다. 연신 무엇인가를 걷어올리고 닦아내는 것이 분명 닭똥 같은 눈물이었습니다.
조금은 당황스러워 '왜 그러느냐'고 물어 보지만 녀석은 답 대신 눈물로 대답합니다. 그렁 그렁한 녀석의 눈망울을 보니 괜히 우리 부부까지 짠해지는 것 같았습니다.
"근영아, 왜 그래? 슬퍼서 그러니?"
그때서야 녀석은 고개를 끄떡끄떡 거립니다. 그 순간 고집불통 돌콩 같기만 하던 녀석의 깊은 심지가 느껴졌습니다. 녀석은 그렇게 한동안 소리 없이 어깨를 들썩이며 흐느꼈습니다. 아이의 소리 없는 흐느낌은 그 자체가 '슬픔'처럼 다가 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