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솜씨들. 위에서부터 새날이 앉은뱅이 책상. 책상 위의 나무와 한지로 만든 스탠드. 섬돌, 디딤돌. 실내 창고 문짝. 집 울타리. '금이' 집이다.전희식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우리 집 진돗개 '금이'집을 한 채 만든 것이다. 겨울바람 한 줄기 안 들어오게 틈바구니 하나 없이 만들어 헌 옷을 바닥에 깔아 주었더니 '금이'가 다시는 집을 뛰쳐나가지 않았다. 금이 집에 쓰인 나무들은 모두 다 잘 아는 현장 소장이 군불이나 때라고 갖다 준 것이다. 나무 탁자도 이것으로 만들었다.
우리 집 진돗개 ‘금이’가 목줄을 풀고 동네를 들쑤시고 다니게 된 것을 <오마이뉴스>에 올렸더니 극성스런 독자들이 금이 집이 그게 뭐냐 느니, 생태적인 농사를 짓는다면 개 한 마리에 대해서도 뭔가 달라야지 목줄을 그렇게 팽팽히 조여 놓으면 되냐느니, 술을 먹여 개를 취하게 해서 다시 묶는 것은 좀 잔인하다느니 등등 충고와 조언이 잇따랐다. 그들의 등쌀을 배겨 날 수 없어 입막음용으로 '금이'집을 새로 지어 준 것인데 만들고 나니 잘 했다 싶었다. 작년에 금이 집을 처음 만들 때와는 전혀 다르게 고급스런 개집이 만들어졌다. 사람이 머리로 아는 것과 손이 이것을 해 내는 것하고는 별개의 문제임을 새삼 느끼게 되었다.
목공일의 진수는 문짝 짜는 것이라고 언젠가 목수인 선배한테서 들은 적이 있다. 정말 그랬다. 올 겨울 목공일 중에 제일 마지막에 한 일이 문짝 짜는 일이었는데 나는 며칠동안 만든 문짝을 결국은 폐기처분해야 했다. 솜씨가 상당수준에 이른 시점에 한 일이었는데도 내 생애 처음으로 폐기처분하고 처음부터 다시 작업을 했을 정도라면 말 다했다.
탁자나 찻상, 그리고 컴퓨터 책상 같은 것은 톱질이 조금 빗나가거나 못질이 잘못되어도 큰 문제가 아니다. 마감작업 할 때 교정 할 수 있고 설계도에서 조금 크게 만들어지거나 작게 만들어 져도 상관이 없다. 하지만 문짝은 커도 작아도 안 된다. 비틀림이 있어도 안 된다. 특히 장쇠를 달았을 때 문짝의 무게를 지탱 해 내야 할뿐만 아니라 문이 회전하면서 축이 바로 서야 한다.
이게 가능하려면 힘의 작용점과 방향, 그리고 수평과 직각이 발라야 한다. 또한 손잡이 도어락(door lock)의 높이와 간격을 맞춰 다는 일도 간단하지가 않다.
장쇠를 문짝과 문틀에 붙여 여닫아 보자 끼이거나 잡음하나 없이 사뿐하게 문이 닫히고 열렸다. 이때는 내 입에서 탄성이 다 나왔다. 1mm도 안 틀리고 네 귀퉁이가 딱 맞았다. 측량을 할 때 중심선부터 잡아야 한다는 목공일의 기초를 충실히 따른 결과이다.
초보자들은 끝에서부터 자로 재는데 넓이는 맞는데 길이가 어긋난다든가 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반면에 전문가들은 그렇게 하지 않는다. 뭐든 중심선을 잡고 중심선에서 좌우로 재서 잘라 나가야 비틀어지거나 하지를 않는다.
동네 할아버지가 “이제 쌔돌이(새들이를 이렇게 부른다) 아빠 어디 가서 목수질만 해도 밥 안 굶겠다”고 했다. 여간해서 내 일에 간여하지 않는 아내도 '어이구야'하면서 감탄을 했다. 이 문짝을 만드는데 든 비용을 생각하면 놀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