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식 나선 변호사, "시민적 저항 대신할 뿐"

[인터뷰] 대구 중앙지하상가 '전면백지화' 촉구하는 정한영 변호사

등록 2004.02.09 18:42수정 2004.02.13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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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저는 변호사 입장이 아닌 시민의 한 사람으로 나섰습니다"

"저는 변호사 입장이 아닌 시민의 한 사람으로 나섰습니다" ⓒ 김용한

"저는 오늘 변호사의 입장으로서 단식에 나선 것도, 또 상인들의 이익이나 상인들의 생존권을 옹호하기 위해서는 더 더욱 아니다. 단지 250만 시민의 이익과, 시민을 대신해 시민적 저항을 하고 있을 뿐이다."

대구시가 지하상가 상권 개발과 현대화(프리몰)를 목적으로 추진 중인 민영화 사업에 제3지구 상인들이 제동을 걸고 나서 5년째 첨예한 갈등을 빚고 있다.

지난 2일 '불법특혜 의혹 규명'과 '전면백지화' 등을 내세우며 한 시민단체의 시민운동가가 삭발했고, 7일과 8일 양일간 동조단식을 위해 불침번을 선 한 변호사가 있다.

2일 정제영 총무이사(영남자연생태보존회)의 삭발시위에 이어 연일 이어지는 시민단체의 릴레이 동조 단식 항의 시위와 상인들의 시민선전전, 그리고 감사원에서 '시정적 주의'(총사업비 책정과 임대료 적정조정 등) 촉구까지 받은 대구시가 어떻게 대처할 지에 귀추가 주목된다.

이런 가운데 현재 대구지하상가 문제의 법적 문제를 놓고 법률적 자문과 법리적 검토를 하고 있는 정한영 변호사가 시민단체, 상인들이 합세해서 벌이고 있는 릴레이 단식에 참여해 눈길을 끌었다.

a 동조단식에 나선 정한영 변호사(2월 7일)

동조단식에 나선 정한영 변호사(2월 7일) ⓒ 김용한

정한영 변호사는 "상인들의 생존권을 위해서 참여했다기보다는 시민들을 대신해서 시민적 저항에 함께 하고 있을 뿐이다"면서 그렇게 대단한 것이 아니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그는 "민투(민간투자)사업은 대구시의 무능하고 무책임한 행정을 대표하고 상징하는 그런 사건이다"라고 규정하면서 "대구시가 중앙지하상가에서 범한 무능하고 무책임한 행정 형태를 전면 백지화하는 발상의 전환을 이루지 않는다면 대구시는 희망이 없다"고 하였다.


정 변호사는 "대구시가 중앙지하상가 문제를 전면 백지화하는 것을 계기로 시민지향적이고 시민참여적인 행정을 만들어 나가도록 해야 할 것이다"고 언급했다.

a 상인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정한영 변호사

상인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정한영 변호사 ⓒ 김용한

정 변호사는 단식에 참여하면서 상인들의 애로사항을 귀담아 들어주고 있었고, 단식 7일째(8일) 접어든 정제영 총무이사의 건강을 염려하면서 격려해 주는 모습도 보였다.


정 변호사는 "이 부당한 사업은 중앙지하상가의 운용 이익을 서울의 한 사기업에게 줌으로써 시민의 행정 재원을 낭비 한 꼴이 되었다"고 지적하였다.

현재 대구지하상가는 20여 년 전 상인들이 낸 임대분양금으로 건축된 상가건물로써 현재 제1, 2지구는 프리몰화 사업이 완공되어 있는 상황이고, 제3지구는 상인들과 10여개의 시민단체의 반발로 갈등을 빚고 있다. 대구시는 1999년 12월 31일 지하상가(구 중앙초교 포함)를 재개발한다는 명목으로 민투법을 적용해 4년여째 상인들과 대립하고 있다.

또한, 대구시는 종래 시설관리공단에서 갖고 있던 상가 운영권을 현 시행업체인 대현실업에게 대리 위탁한 상태이다. 또, 대현실업이 프리몰 사업을 진행하기 위해 제3지구 재개발을 위한 법적인 절차로 명도소송을 진행 중이다.

정 변호사는 중앙지하상가의 민간투자법에 따른 법리적 소견으로서 "대구시가 민투법을 적용한 중앙지하상가는 사회 간접자본시설이 아니다. 도로 점용물로서 대규모 점포(시장)로 등록되어 있다. 따라서 민투사업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하였다.

또 “민투법 규정에 따르면 대규모점포(시장)는 부대사업 대상에도 해당되지 않는다”라고 주장했다.

정 변호사는 상인들이 감사원에 항의시위 차 올라간 것에 대해 "상인들을 대리해서 감사원에 상인들의 입장을 대변했고, 법리적으로 대구의 민투 사업이 왜 잘못되었는가를 설명하고 설득하러 갔다"고 말했다.

그는 "대구시가 민투 고시를 하고 나서 5년째, 상인들과 16개 시민단체의 연대투쟁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버티기 행정으로 일관하는 것을 보고 분노를 느낀다"면서 "대구시는 지금까지 250만 대구 시민의 눈과 귀를 가리고 거짓으로 일관하면서 250만 대구시민을 기만하고 있다"고 하였다.

a 7일째 단식에 접어든 정제영 총무(좌)와 담소를 나누고 있는 정한영 변호사(우)

7일째 단식에 접어든 정제영 총무(좌)와 담소를 나누고 있는 정한영 변호사(우) ⓒ 김용한

정 변호사는 "정책 타당성부터 결여된 이 부당한 사업은 중앙지하상가의 개발과 이익보다는 서울의 한 사기업에게 시민의 행정 재정을 잘못 사용케 한 꼴이 되었다"고 지적하였다.

또한 "대구시가 상인들의 임대차 만료기간을 운운하면서 자신들의 입장만을 대변하는 것은 본말(본질)이 전도된 것으로써 250만 대구 시민의 눈과 귀를 막으려는 수작이다"라고 비난했다.

정 변호사는 감사원에 대한 감사결과에 대해선 "감사원이 국민감사청구를 한 상인들의 요구를 23개월(국민감사청구인 경우 60일 이내 종료, 10일 이내 의뢰인에게 감사결과 통보)이나 지체하면서 미흡한 결과를 제출한 것은 국민의 청원권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사항이다"고 언급하면서 "이 문제와 관련해서는 시민단체의 요구에 의해 헌법소원 청구를 진행 중에 있다"고 하였다.

또 "시민단체를 대리해서 중앙지하상가 재개발 전면 백지화를 위해 사법부에 백지화를 위한 소송제기를 준비중에 있다"고 강조했다.

정 변호사는 "대구시가 민투사업이라고 말하면서도 중대적 하자인 것은, 실시협약을 함에 있어서 총사업비를 책정하지 않은 채 계약을 체결한 것이 대형 유착의혹을 주는 사항이다"고 꼬집어 말하면서 "민투사업은 공공기관이 사업 시행자와 결탁해서 시민의 이익에 반한 채 자본가의 배를 불릴 수 있는 가능성을 배제하기 위한 결탁방지의 제도로써 총사업비, 무상 사용기간, 사용료 등을 반드시 체결하도록 되어 있는 것이다"라고 설명한다.

그는 "민투법에서 포괄적으로 총사업비를 정해놓고 있으면 그것이 바로 밀실에서 공사비, 사용료를 과다 책정할 수 있는 소지를 안겨주는 것이며 그 결과의 피해는 결국 시민들에게 고스란히 전가되는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a 시민 홍보에 나선 상인

시민 홍보에 나선 상인 ⓒ 김용한

정 변호사는 인터뷰 말미에 "시민적 저항에 적극적으로 동참해 주길 바란다"는 당부의 말도 잊지 않았다.

상인들은 중앙지하상가 문제와 관련해 대구시에 전면백지화 혹은 공영개발을 재추진해 줄 것을 요청하고 있으나 이 문제가 여전히 걸림돌이 되고 있는 상황에서 난항을 거듭하고 있다.

한편, 이날 7일 동조단식에는 손은영 간사(인간과 마을), 송종대씨, 이점득 상인 등이 참여해 중앙지하상가의 전면 백지화를 거듭 촉구했고, 상인들은 쇼핑 나온 시민들을 상대로 시민 홍보전에 주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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