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숙장애인 보금자리 ‘다사랑마을’ 폐쇄 위기

복지부 전면 개보수 지침...공사비 막막

등록 2004.02.10 17:03수정 2004.02.10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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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노숙 장애인 쉼터 다사랑마을이 복지부 복지시설 기준에 맞지 않아 내년 7월까지 시설을 신축해야 하지만 재정마련이 어려워 폐쇄될 위기에 놓였다. 사진은 다사랑마을 전경

노숙 장애인 쉼터 다사랑마을이 복지부 복지시설 기준에 맞지 않아 내년 7월까지 시설을 신축해야 하지만 재정마련이 어려워 폐쇄될 위기에 놓였다. 사진은 다사랑마을 전경 ⓒ 이종구


마음의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노숙장애인들의 보금자리 성남시 복정동 ‘다사랑 마을’(최상구 원장. 031-753-0639)이 폐쇄될 위기에 놓였다. 보건복지부 ‘미신고 복지시설 종합관리대책 추진지침’에 따라 내년 7월까지 시설 전체를 신축해야 하지만 재정마련이 막막하기 때문이다. 조건부신고(비인가)시설이 겪는 고충이지만 이번 시름만큼은 쉼터식구들을 사지로 내몰고 있어 더 매섭고 시리게 다가온다.

다사랑마을 식구들의 안식처는 100년 된 낡고 허름한 무허가 가옥이다. 비만 오면 지붕이 새 빗물이 떨어지고, 집은 점차 한쪽으로 기우는 그런 곳이다. 미인가 시설로 정부지원 없이 꾸려가다 보니 형편은 점점 어려워지는데 이번 복지부 지침은 쉼터 식구들을 아예 벼랑끝으로 내몰고 있다.

지난 6일 다사랑 마을 원장 최상구(50) 목사는 깊은 한숨을 내쉬며 ‘위기’라는 말로 현 상황을 대신했다.

“그냥 조용히 살고 싶었는데… 개원이래 최대 위기인 거 같습니다. 그러나 희망은 품는 자에 것이기에 열심히 후원활동을 전개하다 보면 좋은 결실이 있을 거라 생각됩니다.”

그러나 다사랑 마을 명의 통장 잔액은 50만원이 전부다. 한달 식료품비와 운영비 등 400여만원의 생활비가 드는 다사랑 마을. 그러나 매달 최 목사가 받는 강의료 200여만원과 약간의 교회후원비가 한 달 생활비의 전부다.

이런 형편에 복지부 기준에 따른 시설 신축비용 2억5천여만원은 염두도 못 낼 처지다. 자칫 폐쇄조치도 내려질 긴박한 상황이라 희망을 잃지 않겠다던 최 목사 얼굴에도 그늘이 진다.

a 다사랑마을 입구에 걸린 현판.

다사랑마을 입구에 걸린 현판. ⓒ 이종구

노숙 장애인 14명이 묵고 있는 다사랑 마을은 국제통화기금(IMF) 한파가 한창이던 지난 1998년 7월 최상구 목사의 사비로 설립됐다. 지난 5년간 쉼터를 꾸려오면서 노숙 장애인 110여명을 다시금 사회 품으로 돌려보내기도 했다. 게 중에는 취업교육을 통해 반듯한 사회인으로 거듭난 이도 적지 않다. 이들이 가끔 선물꾸러미를 사들고 찾아오는 날은 다사랑 마을의 작은 행복이라고.


그래서 최 목사는 더 가슴이 메어진다.

“사회에서 성공해 가끔 자가용을 타고 쉼터를 찾는 경우도 있는데… 그들이 쉼터가 폐쇄된 사실을 알면 가슴이 아플 겁니다. 또 쉼터를 통해 사회로 나갔다가 생활이 어려워 다시 돌아오는 노숙 장애인들도 많은데, 이곳이 폐쇄되면 갈곳을 영원히 잃게 되잖아요.”


사회의 무관심과 정부의 행정 편의로 다사랑 마을의 앞날은 무겁기만 하다. 최근엔 쉼터식구들이 다사랑 마을 살리기에 나서고 있지만 후원손길은 기대이하다. 한 명당 10만원씩, 총 2004명이 모이면 다사랑 마을 집짓기에 쓰여질 비용이 마련되는 ‘두천사운동’을 전개중인 것이다.

희망을 잃고 세상과 등지고 살아가는 노숙장애인들. 남이 아닌 우리의 이웃이기에 그들은 분명 이 시대의 슬픈 자화상인 듯 하다. 마음의 상처가 깊어 ‘희망’을 보지 못하는 다사랑 마을 식구들에게 이번엔 ‘외면’이 아닌 따뜻한 관심과 애정어린 손길이 잇따르길 기대해본다.

"마음상처 치료제는 관심과 사랑"
'다사랑마을' 최상구 목사

▲ 다사랑마을 최상구 목사
다사랑마을 최상구 목사는 5살 때 소아마비로 한쪽다리가 자라지 않아 평생을 장애인으로 살아왔다. 성인이 된 후에도 어려운 가정형편과 장애 장벽으로 집 한칸 장만하지 못했다.

“잘 곳이 없어 남산에 오른 적이 있어요. 서울 시내에 참으로 많은 불빛들이 있더군요. 그 많은 불빛 중에 제가 누울 곳이 없다는 게 참으로 불행하더군요. 한때는 사는게 너무 힘들어 자살까지 기도한 적도 있는데…”

지금의 아내를 소개받은 후 다시금 세상의 희망을 찾았다는 최 목사. 그 후 최목사는 20여년간 구두닦이와 시계수리일을 통해 집도 한칸 마련하고 점포도 개업했다.

베푸는 삶을 살겠다던 최 목사이기에 지난 98년엔 모든걸 정리하고 당시 집값이 저렴했던 복정동에 터를 잡고 다사랑마을을 개원했다. 노숙 장애인들의 상처를 알기에 최 목사는 먼저 그들에게 다가선다.

“먼저 저의 과거를 얘기하고 그들과 터놓고 대화합니다. 그들에게 필요한건 관심과 사랑이기 때문이죠.”

최 목사가 운영하는 다사랑마을은 다른 시설에서 기피하는 노숙장애인만 받고 있다. 목욕과 재활치료 등 최 목사의 하루 일과는 벅차고 힘들지만 다시금 사회로 돌아가는 그들을 볼 때면 보람된다 말한다.

“세상을 원망하고 복수심에 가득찬 노숙 장애인들이 점차 동료들을 위하고 배려하는 모습으로 바뀔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낍니다. 이런 즐거움을 잃지 않기 위해서라도 다사랑마을을 꼭 지키겠습니다”

최 목사의 마지막 바람이 꿈이 아닌 현실이기를 기대해 본다. / 이종구 기자

덧붙이는 글 | 본 기사는 뉴스리더에도 게재됩니다.

덧붙이는 글 본 기사는 뉴스리더에도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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