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삶 속의 모든 경계를 넘어보자"

송두율 문화제 <경계에 피는 꽃> 12일 이대에서 열려

등록 2004.02.11 12:53수정 2004.02.11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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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계에 피는 꽃' 공연에서 창작 판소리와 무용을 선보일 이명국씨(좌)와 박호빈(우)씨.
'경계에 피는 꽃' 공연에서 창작 판소리와 무용을 선보일 이명국씨(좌)와 박호빈(우)씨.경계를 넘는 사람들

"우리 삶 속의 모든 경계를 넘어보자."

문화제 '경계에 피는 꽃(송두율과 그의 벗들을 주제로 한 변주)'이 12일 오후 7시 이화여자대학교 삼성언어교육원 1층 강당에서 열린다. 이 공연은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구속돼 재판을 받고 있는 재독 철학자 송두율(59. 뮌스터대) 교수를 돕기 위해 마련됐다.


공연을 주최한 '경계를 넘는 사람들'은 분단·이념·남녀·지역·빈부 등 여러 경계에 서있는 우리 시대를 갈등과 투쟁이 아닌 조화와 상생의 길로 가고자 하는 각계 인사들의 모임이다. 총 70여명으로 구성된 이 모임은 김세균 서울대 교수, 박호성 서강대 교수, 이돈명 변호사, 진관 스님, 함세웅 신부, 소설가 황석영씨, 개그맨 김미화씨 등으로 구성돼 있다.

"경계인은 두 가지로 해석될 수 있다. 우선 간에 붙었다 쓸개에 붙었다 하는 기회주의자로 불릴 수 있는데 이는 잘못된 것이다. 경계인은 양극 모두 가까이 있기 때문에 둘을 통합할 수 있는 능력을 가졌다고 생각한다. 한마디로 솥냄비 인간이다. 물과 불은 마치 현재의 남과 북처럼 절대 섞이지 않지만 솥냄비가 얹혀지면 제3의 요리가 탄생하지 않는가."

박호성 서강대 교수의 경계인에 대한 해석이다. 박 교수는 대표적인 경계인으로 송 교수를 꼽았다. 또 다른 발기인인 김세균 서울대 교수는 "송 교수 자신이 경계인이라며 이념의 경계를 넘나들며 활동하다 지금 이런 상황을 맞았다, 그런 의미에서 김구·문익환·윤이상 등 역시 연관성이 있다"며 "또 확대된 개념으로 소수자적 삶을 사는 모든 사람들은 모두 경계인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취지에 동감하며 예술로서 경계인을 표현하려는 이들이 이날 문화제에 참여한다. 창작판소리 '경계인'의 이명국씨와 창작무용 '경계를 넘는 몸짓'의 박호빈씨 등이 그들이다.

판소리 '경계인'은 주인공 수인(송두율)이 김경숙, 김구, 윤이상, 문익환 등 혼령과 대화를 나누다 경계를 허무는 한마당이다.


이명국씨는 "지난해 12월 송 교수 후원에 밤에서 춘향가의 한 대목을 연주했는데 감옥에 가있는 송 교수 현실과 맞지 않는다는 느낌이 들었다"며 "그래서 송 교수를 위한 곡을 만든다면 호소력이 더 커지지 않을까 해서 판소리를 창작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씨는 "이번 공연에서 경계화돼 있는 우리나라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동시에 이를 넘을 수 있는 가능성을 제공하고 싶다"고 말했다.

현대무용가 박호빈씨는 수인이 바깥세상으로 나가기 위한 모습과 경계를 넘는 몸부림을 표현하는 '경계를 넘는 몸짓'을 열연한다. 봉산탈춤 이수자로 30회 이상 공연에 출연해왔던 박씨는 특유의 강한 힘이 반영된 움직임을 선보일 예정이다.


이밖에 성북동 천주교회 어린이 합창단 '마니피캇'이 스타카토의 전형을 보여준다. 꽃다지와 우리나라 등 노래패도 함께하며, 신동호씨가 '시와 이야기'를 들려준다. 또 송 교수의 부인 정정희씨와 아들 린씨가 '고향의 봄'을 부르는 가운데 퍼포먼스를 선보일 예정이다.

이번 공연 총감독을 맡은 서해성씨는 "이번 공연은 다른 것보다 문화적인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준비된 것"이라며 "우리 안의 경계를 녹여 미래를 만드는 보습이 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공연장 가장 앞자리에서는 반가운 얼굴들을 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김구·윤이상·문익환씨 등 선배 경계인들이 그 주인공들. 주최측은 "이날 가장 앞자리는 이들의 자리로 영정을 놓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두번째 줄에는 송 교수 재판을 담당하는 판사와 검사들의 자리를 마련했다. 주최측은 이미 이들을 초대했다고 한다.

공연문의 (02)777-0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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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년 동안 한국과 미국서 기자생활을 한 뒤 지금은 제주에서 새 삶을 펼치고 있습니다. 어두움이 아닌 밝음이 세상을 살리는 유일한 길임을 실천하고 나누기 위해 하루 하루를 지내고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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