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삶의 가치, '콩깍지 사랑'

한 다운증후군 아이의 엄마가 전해주는 삶의 이야기

등록 2004.02.13 11:50수정 2004.02.13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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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나무 출판사

추둘란의 <콩깍지 사랑>은 한편의 수채화와 같은 수필집이라고 할 수 있다. 그녀는 충남 홍성의 한 시골에서 다운증후군인 귀여운 아들 민서와 함께 소박하게 살면서 이 책을 통해 자신의 삶의 편린들을 투명하면서도 진솔하게 그려내고 있다.

먼저 저자가 전해주고 있는 정겨운 자연의 모습은 도심 생활에 찌든 우리네 마음에 싱그런 쉼과 여유로움을 주기에 충분하다. 특히 그 다감한 감수성으로 시골의 솔숲을 거닐면서 자연을 통해 삶의 교훈을 되새기는 저자의 순수한 마음은 우리에게 깊은 인상을 심어준다.


저자는 다음과 같이 고백한다.

"하나님의 숲은 제게 많은 위로를 줍니다. 한때 저는 사람의 숲에서, 일의 숲에서, 글자의 숲에서 길을 잃었습니다. 길을 잃고 들여다보니 제 속엔 상처만 남아 있었습니다."

즉 인위적인 숲에서 자아중심적인 욕망을 추구하면서 상처를 주고받으며 살아가는 우리네 인생의 모습을 정확하게 묘사하고 있다고 하겠다.

하지만 그녀는 "함께 어울려 정다운 듯, 혹은 얼마간의 거리를 두고 외로운 듯 서 있는 나무들의 모습은 어찌 보면 사람 사는 모습과 많이 닮아 있습니다"라고 표현함으로써 이제는 다른 이들을 진정으로 이해하며 보듬어줄 수 있는 사랑의 삶의 중요성을 말해주고 있는 것이다.

한편 저자가 콩깍지 사랑으로 아들을 키우면서 발견하게 된 새로운 세계는 너무나도 아름다운 것이다. 그녀는 절망을 안고 온 줄 알았던 민서가 사실은 희망과 축복을 안고 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말하면서, 방긋방긋 웃는 민서의 얼굴에서 참된 기쁨과 희망의 세계를 찾게 되었다고 고백하고 있다.


그리하여 저자는 민서가 늦되다고 생각하지 않으며, 다만 천천히 자라는 것일 뿐이라는 것을 강조하면서 민서가 빨리, 또는 크게 자라지 않는다 하더라도, 민서만의 속도대로 자라나, 이 사회의 한 사람으로서 소중하게 살아가게 될 것을 확신하고 있다.

또한 저자는 하나님께서 다운증후군 아이를 맡아 길러 줄 부모를 고르고 골랐을진대 자신과 같은 사람을 골랐다는 것이 무엇보다 감사하며, 딱 한 번뿐인 자신의 생애에 장애아를 기르게 된 것은 하나님의 특별하신 은총이며, 지금은 세상을 다른 눈으로 바라보며 새로이 사는 기쁨을 갖게 되었다고 고백하고 있다.


그리고 저자는 민서를 통해 인생의 새로운 꿈을 갖게 되었는데 그것은 다운증후군 아이들을 위한 중등과정의 대안 학교를 설립하는 것이라고 하였다. 그래서 그녀는 다음과 같이 이야기한다.

"언젠가 하나님께서 때를 허락하시면, 이 예쁜 천사들과 꽃이 만발한 동산에서 함께 뒹굴고 크나큰 자연의 아름다움에 대해 함께 노래할게요. 그런 날을 꿈꿀 수 있게 민서를 우리 가정에 보내주시고, 이 세상에 다운증후군 아이들을 허락해 주신 하나님께 감사드립니다"

결국 저자는 자신이 처한 아픔을 진정한 사랑과 소망으로 승화시키면서 지극히 아름다운 생을 살아가고 있다고 하겠다. 저자의 이러한 삶은 우리에게 진정으로 가치있는 삶이 무엇인지를 가르쳐 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는 저자의 삶을 통해 사회적인 명성이나 도회적인 성공이 아닌, 다른 영혼들에 대한 사랑을 진실되게 실천하면서 그 생의 소임을 다하는 그곳에 참된 삶의 가치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리고 사람과 자연을 존중하고, 자신에게 주어진 생의 고난까지도 감사하면서 삶이야말로 성숙한 삶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는 것이다.

저자의 정감 어린 삶의 고백들을 통해 사랑하는 삶이 얼마나 사람의 마음과 삶을 고귀하게 만들어주는 것인지를 우리 모두가 함께 느껴볼 수 있기를 소망한다.

콩깍지 사랑 - 추둘란의 마음이 따뜻해지는 수필집

추둘란 지음,
소나무,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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