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참사 교훈 삼아 대구 혁신 이뤄야"

지난 13일 지하철참사 1주기 추모 심포지엄 열려

등록 2004.02.15 18:48수정 2004.02.19 2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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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지난 13일, 경북대 복지관 교수회의실에서 열린 '지하철참사 1주기 추모 심포지움'에서는 "참사의 교훈을  혁신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주장이 중심을 이뤘다.

지난 13일, 경북대 복지관 교수회의실에서 열린 '지하철참사 1주기 추모 심포지움'에서는 "참사의 교훈을 혁신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주장이 중심을 이뤘다. ⓒ 위정은

2.18 대구지하철참사 1주기를 며칠 앞둔 지난 13일, 경북대 복지관 교수회의실에서 '지하철참사 1주기 추모 심포지엄'이 열렸다. <대구지하철참사의 교훈과 대구혁신의 과제>라는 주제로 열린 이 심포지엄은 ▲1부 대구지하철참사, 무엇이 원인이었나 ▲2부 대구지하철참사의 수습 : 무엇이 문제였나 ▲ 3부 종합토론 : 대구, 무엇을 혁신할 것인가? 순으로 진행됐다.

심포지엄에 앞서 김규원 대구사회연구소장은 "참사가 발생한지 1년이 채 안됐음에도 일상적 생활에서는 참사를 잊고 사는 게 아닌지 모르겠다"면서 "오늘 이 자리가 참사를 잊지 않겠다는 다짐과 안전도시로 거듭나겠다는 각오를 다지는 자리였으면 한다"고 밝혔다.

"참사 관련자 처벌에만 주목해서는 안 돼"
참사 교훈을 혁신 계기로 삼을 것인가는 '대구시민의 몫'


a 홍덕률(대구대 사회학, 대구사회연구소 부소장) 교수

홍덕률(대구대 사회학, 대구사회연구소 부소장) 교수 ⓒ 위정은

1부 발제를 맡은 홍덕률(대구대 사회학, 대구사회연구소 부소장) 교수는 참사 수습에 대해 "불이 왜 그리 빨리 번졌는지, 앞으로 어떤 소재를 사용해야하는지가 중요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단순한 사건주의에서 넘어설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그는 "참사 관련자들을 처벌하는 것은 분명 중요한 일이지만 지나치게 이것에만 주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행정적 처벌 이후 집단적 기억상실증에 걸리는 것은 구조적 통찰력과 사회과학적 상상력이 결여된 자세라는 것.

홍덕률 교수는 "대구지하철참사에는 '빨리빨리', '대충대충,' '설마' 하는 식의 급진적 근대화가 고스란히 담겨있는데, 이는 60년대 이후 한국사회 운영 패러다임으로 작용하고 있는 '박정희 패러다임'을 연상케 한다"고 설명했다. 이는 '대구는 사고도시'라는 오명을 안겨준 대구의 근본적이고 구조적인 문제를 반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에 홍 교수는 "대구의 문제를 고스란히 안고 갈 것인가, 대구 혁신의 계기로 삼을 것인가는 전적으로 대구시민의 몫"이라면서 "지하철참사를 '억울하게 죽음을 당한 사람들만의 불행'으로 볼 것이 아니라, 나와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처한 상황으로 받아들이고 내 삶과 연결시켜 우리 자신을 변화시켜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사고 다음날 운행 재개는 명백한 잘못"

a 성상희 변호사(대구참여연대 집행위원장)

성상희 변호사(대구참여연대 집행위원장) ⓒ 위정은

이어 진행된 2부에서는 성상희(대구참여연대 집행위원장) 변호사가 발제를 맡았다. 성 변호사는 대구지하철참사 수습 과정 중 ▲지하철 안전확보와 운행중단 문제 ▲희생자 장례와 추모사업 ▲참사의 법률적·정치적 책임 등의 잘못된 점을 지적했다.


성상희 변호사는 운행 재개에 대해 "사고 직후 시민 불편 최소화를 위해 운행을 재개한다는 대구시의 주장에 설득력이 없었음에도 대구시민사회가 실효적 통제를 하지 못했다"면서 대구시의 무책임성과 시민사회단체의 끈기부족 및 책임감 부족을 지적했다.

또한 성 변호사는 "추모공원 조성에 대해 지난해 6월 16일 합의를 했음에도 대구시가 약속된 지역(수성구 삼덕동 118-1 지역)에 묘역을 조성하기 위한 작업을 수행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조해녕 시장의 퇴진 요구에 대해서는 "대형참사의 발생에 대한 책임, 이후 수습과정에서 보여준 부적절한 행위 등을 고려할 때 부득이했다"면서 "조해녕 시장에 대한 무혐의 처분에 대해 유가족 중 1인이 검찰청법상 항고를 제기, 항고사건이 진행 중에 있다"고 밝혔다.

"조 시장 퇴진요구는 정당한 행위"..안전지하철 기준 마련 급선무

a 2부 참여자들의 모습. 왼쪽부터 김태일교수, 성상희 변호사,  김경민(대구YMCA 중부지회) 관장.

2부 참여자들의 모습. 왼쪽부터 김태일교수, 성상희 변호사, 김경민(대구YMCA 중부지회) 관장. ⓒ 위정은

2부 토론자 김경민(대구YMCA 중부지회) 관장은 "지하철을 바로 움직이지 않으면 난리가 난다고 생각하는 것은 대구시 행정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라면서 "3백여명의 사상자가 발생했음에도 끄떡하지 않는 것이 대구사회의 지배계급과 조해녕 시장"이라고 말했다.

김 관장은 "막연히 안전을 논할 것이 아니라 안전한 지하철의 기준을 마련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지적하고 "엄정한 안전 기준에 따라 대구의 지하철은 몇 점이며, 고쳐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판단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토론자로 나선 김태일(영남대 정치학, 대구사회연구소 정책평가센터 본부장) 교수는 "(참사를 통해 드러난) 대구시의 무능력과 수습 과정의 잘못은 명백한 문제지만, 더 중요한 것은 오류를 줄여나갈 장치가 없다는 것"이라면서 "이는 언론과 지식인, 시민단체들의 투철한 반성이 필요한 대목"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김 교수는 조 시장 퇴진요구에 대해 "퇴진을 요구한 것은 잘한 것"이라고 딱 잘라 말한 뒤 "물러나라는 말조차 없었다면 대구가 살아있다고 말할 수 있겠냐"면서 "기록의 정치를 위해서라도 마땅히 해야할 일이었다"고 말했다.

[종합토론] "추모묘역 합의 사항 변한 것 없다"
조 시장의 정치적 책임, 내장재 문제 등 해결사안 남아

▲ 3부 종합토론 참여자들의 모습.

3부 종합토론은 4명의 토론자 발표 후 질의 응답으로 이어졌다.

부시장 "참사 수습, 유가족 입장에서 진행"

먼저 조기현 대구시 행정부시장은 "부시장 취임 전 시가 인식하는 방식이 잘못됐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면서 "관련 공무원의 3교대 업무 방식이 불신을 조장한다고 파악, 이를 조정했다"고 전했다.

조 부시장은 "재난 수습에 대한 체계를 확립하고 나아가 대구가 '방재거점도시'로 나아가기 위한 원대한 밑그림을 그렸다"고 밝혔다. 또한 부시장은 "모든 수습과정은 유가족 입장을 최대한 존중하는 차원에서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장주효 새대구경북시민회의 공동대표는 "상인동 가스폭발사고 당시 '아무리 큰 사고라해도 2주만 지나면 잊혀지더라'는 고위급 관계자의 말이 생각난다"면서 "이것이 국가를 경영하는 사람들의 마인드가 아니겠냐"고 지적했다.

장주효 공동대표는 "지하철 참사는 사회병리적 현상의 압축된 면모기 때문에 절대 잊어서는 안되지만, 반대로 계속 눈물만 지을 것이 아니라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고 작은 일이라고 해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하철참사 해결할 문제 남아"

백승대(영남대 사회학, 대구참여연대 공동대표) 교수는 "지하철 참사는 정치적 책임이 무엇인가를 보여줄 수 있는 계기였음에도 조 시장은 그 책임을 다하지 못했다"면서 "지방정치를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경쟁적 리더십 형성과 시민사회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백 교수는 "8년 동안 3번의 참사를 겪으면서 무엇이 바뀌었나를 반문해보면 95년 상인동 가시폭발사건에 비해 2003년 지하철 참사에는 참여의 폭이 넓어졌음을 알 수 있다"면서 "하지만 이것이 시민사회의 혁신으로 이어지지 못한 것은 반성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정혜진(영남일보 사회부) 기자는 참사 1주기 기자회견장에 조 시장이 참석하지 않고 조기현 행정부시장이 참석한 것에 대해 "과오에 대한 반성과 잘하겠다는 각오를 다지는 자리라면 시장이 나와야하지 않냐"고 질문했다.

또한 정 기자는 "지난 12일 지하철 전동차 교체 내장재 화재 모의 실험에서 여전히 유독가스가 많이 발생한 것을 간과해서는 안된다"면서 "전동차 설계를 할 때도, 교육을 할 때도, 수습을 할 때도 '철학'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기자회견 조 시장 불참건 및 추모묘역에 대한 질의 응답

조기현 부시장은 기자회견장에 시장 대신 참석한 것에 대해 "5월 2일 이후 전방에 나서 수습한 사람이 본인이었기 때문에 기자들의 궁금증을 풀어주기 위해서였다"고 응답했다. 또한 "향후 조 시장의 행보에 대해 알고 있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개인적인 것은 알 수 없다"고 답했다.

전동차 교체 내장재 화재 모의 실험 결과에 대한 대구시의 입장을 묻는 질문에 대해 조 부시장은 "유독가스가 발생했다는 결과는 언론을 통해 접했지만, 아직까지 시의 입장이 정리된 것은 없다"고 말했다.

또한 추모묘역 사업 추진에 대해 조 부시장은 "기존의 방침이 변한 것은 없다"면서 "현재 합의된 부지의 그린벨트 해제 작업 및 수성구민 반발 등을 해결하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윤석기 지하철참사 희생자대책위원회 위원장은 "지난해 6월 16일 합의한 내용에 근거해 진행되는 것이 맞는가"를 재차 질문한 뒤 "합의문에 따라 진행될 것이라 믿겠다"고 말했다. / 위정은

덧붙이는 글 | <2004 총선, 공정선거보도를 위한 대구경북시민연대 기자단 공동취재>

'2004 총선, 공정선거보도를 위한 대구경북시민연대'는 대구경북기자협회, 대구경북언론노조협의회, 참언론대구시민연대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지역의 언론 현업인과 언론개혁운동 시민단체가 공동으로 연대 2004총선에서 미디어선거를 정착시키기 위해 노력하고자 지난 2월 10일 발족기자회견을 갖고 본격적인 활동에 돌입했습니다.
기간 참언론대구시민연대 기자단은 4월 15일 총선까지 '2004 총선, 공정선거보도를 위한 대구경북시민연대 기자단'으로 활동할 예정입니다. 
자세한 문의 : 053-423-4315/http://www.chammal.org

덧붙이는 글 <2004 총선, 공정선거보도를 위한 대구경북시민연대 기자단 공동취재>

'2004 총선, 공정선거보도를 위한 대구경북시민연대'는 대구경북기자협회, 대구경북언론노조협의회, 참언론대구시민연대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지역의 언론 현업인과 언론개혁운동 시민단체가 공동으로 연대 2004총선에서 미디어선거를 정착시키기 위해 노력하고자 지난 2월 10일 발족기자회견을 갖고 본격적인 활동에 돌입했습니다.
기간 참언론대구시민연대 기자단은 4월 15일 총선까지 '2004 총선, 공정선거보도를 위한 대구경북시민연대 기자단'으로 활동할 예정입니다. 
자세한 문의 : 053-423-4315/http://www.chammal.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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