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도 죽고 너도 죽는다, 양보하라"

특검보-파견검사 진실게임 2라운드...특검, 논란 확산 부정

등록 2004.02.17 18:27수정 2004.02.18 0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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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대통령 측근비리 수사를 맡은 김진흥 특별검사 사무소 현판식과 첫번째 기자회견이 지난 1월 5일 오전 서초동 홍익대 강남교육원 4층에서 열렸다. 기자회견장을 나서는 양승천 특검보, 김진흥 특별검사, 이준범 특검보, 이우승 특검보.

대통령 측근비리 수사를 맡은 김진흥 특별검사 사무소 현판식과 첫번째 기자회견이 지난 1월 5일 오전 서초동 홍익대 강남교육원 4층에서 열렸다. 기자회견장을 나서는 양승천 특검보, 김진흥 특별검사, 이준범 특검보, 이우승 특검보. ⓒ 오마이뉴스 권우성

'노무현 대통령 측근비리' 의혹을 수사하기 위해 국민적인 기대를 안고 출범한 김진흥 특검호가 최근 내부갈등으로 야기된 '이우승 특검보 사임 사태'로 인해 난파 위기 직전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특히 이 전 특검보가 16일 돌연 사임을 발표하면서 언급한 김광준 파견검사와의 갈등 문제를 좀더 구체적으로 밝히면서 또다른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이우승 특검보와 김광준 파견검사간의 '진실게임'이 제2라운드로 접어든 셈이다.

이 특검보는 16일 밤 10시에 특검기자단과의 전화통화에서 "김진흥 특검이 김광준 파견검사가 '대검에 돌아가겠다고 이야기하니까 (대검에서) 돌아오라고 했다'고 말해줬다"며 "김 파견검사가 (나를) 폭력행사로 고발하겠다고 한 것과 대검에 보고했다는 이야기는 모두 김 특검에게 들었다"고 밝혔다.

더구나 이 전 특검보에 따르면 김 특검이 전날(16일) 오후 긴급기자회견을 통해 이 같은 사실을 지난 13일에 안 것이라고 밝힌 것과 달리 이틀전인 11일에 이미 알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또 이 전 특검보는 김 파견검사와의 갈등 내용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그는 썬앤문에 사기 대출해준 농협 대출 담당자인 정아무개를 검찰에서 배임죄로 이미 구속한 것을 기초해, 대출을 승인해 준 농협 차장이나 지점장을 구속하는 것도 법률적으로 큰 문제가 없다고 판단하고 수사를 진행했으나 이를 김 검사가 반대했다는 것.

이어 이 전 특검보는 "김 검사가 (농협 직원을 폭행한 사실을) 폭로하고 돌아가겠다고 특검에게 강력히 요구하니까 김 특검이 나를 빠지라고 한 것"이라며 "특검에게 김 검사의 파견을 취소할 수 없으면 내가 사임하겠으니 (나를) 놔달라고 했으나 '사임한 뒤 (기자들이) 취재하면 이유가 밝혀져 구속될 수 있으니 눌러 앉으라, 특검도 죽고 너도 죽는다, 양보해라'고 했다"고 말했다.

한편, 이 전 특검보는 "(김 특검이) 수사권 뺐지 않았다고 말하면 나만 우스운 사람이 되는 것"이라며 "지난 40일간 (기자들이) 지켜봐서 알겠지만 (특별)검사로서 혐의가 있으면 그것만 쫓아가면 된다고 생각한 사람으로 그런 사람이 뛰쳐나갈 때는 애달픈 사정이 있어서 아니겠나"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이 전 특검보가 '사임'하기까지 발생한 배경이 하나둘씩 드러나면서 특검팀 내부의 문제가 예상 밖으로 심각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로 인해 단순한 특검보와 파견검사간의 '진실게임'을 넘어 김 특검의 '자질론'까지 불거지면서 사태가 확산되고 있다. 게다가 1차 수사기한 마감을 10여일 앞둔 특검팀이 이렇다할 추가비리 단서를 찾아내지 못한 상황이기에 사태가 진정되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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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흥 특검, 왜 내부갈등 알고 있으면서도 모른척 했을까

a 김진흥 특검.

김진흥 특검. ⓒ 오마이뉴스 권우성

특히 이 전 특검보가 그동안 특검팀 내부에서 발생한 수사지시 거부 및 수사방해 의혹에 대해 모두 알고 있었다고 주장한 것에 대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이 전 특검보가 16일 오전 사임 기자회견을 가진 후 김진흥 특검도 이날 오후 긴급기자회견을 자청했다. 이때 김 특검은 "이 특검보의 행동은 돌출행동이며, 파견검사의 검찰보고 및 조직적 수사방해를 인정할 만한 아무런 근거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김 특검은 기자회견을 통해 단순히 이번 사태를 단순히 이 전 특검보가 농협직원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행한 '폭력 행위'를 문제점으로 지적하고 책임을 물어 해임하는 것을 밝히면서 일단락 지으려고 했다.

그러나 이 전 특검보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김 특검이 "특검도 죽고 너도 죽는다"고 말하면서 이 전 특검보에게 '양보'를 종용한 것은 무슨 의도였을까. 이 전 특검보의 말이 사실이라면 상황은 달라질 수밖에 없다.

더구나 김 특검은 긴급기자회견에서 '김 검사가 특검에게 찾아와 이 특검보의 가혹행위를 폭로하겠다고 말하고 대검에 돌아가겠다고 복귀요청한 적이 있나'는 기자들의 질문에 "글쎄요"라고 말하며 애매한 웃음을 지어 의구심을 증폭시켰다.

이때 옆에 있던 양승천 특검보가 "서로 확인하는 과정에서 그런 대화가 지난 금요일(13일)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고 다급히 해명해 의혹을 일단락 지었다.

한편 특검팀은 17일 김성래씨가 연루된 농협 115억원 사기대출 사건과 관련해 당시 대출에 관여한 것으로 알려진 농협 임직원들의 계좌에서 수천만원대의 뭉칫돈을 발견하고 출처추적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이 전 특검보가 일부 농협 임원들의 계좌에 들어있던 '뭉짓돈'을 추적하기 위해 친인척 계좌 등에 대한 포괄적인 압수수색을 실시하려다 수사팀 내부적으로 마찰을 빚은 문제인 것으로 전해졌다.

"수사권 박탈하고 수사팀 사실상 해체"
[해명] 이우승 전 특검보 16일 밤 특검기자단과 통화 내용

이우승 전 특검보가 지난 16일 여러 가지 의문점을 남기고 사임하자 특검기자단은 그와 전화 통화를 시도했다. 이날 밤 10시가 넘어 이 전 특검보와 어렵게 통화가 이뤄졌고 그는 다음과 같이 전했다.

"김진흥 특검이 '김광준 검사가 대검에 돌아가겠다고 이야기해서 돌아오라고 했다'고 말해줬다. 김 검사가 특검에게 나(이 전 특검보)를 수사선상에 두고 보고하고, (농협직원 폭행사실을) 폭로하고 돌아가겠다'고 강력히 요구하니까, 김 특검이 나를 빠지라고 한 것이다. 이미 김 검사는 지난 13일 오후부터 나한테 보고를 하지 않았다."

[수사권 박탈 및 재배치 관련] "(수사팀원 중에) 우아무개 변호사는 DJ 초기에 1300억원 우리은행 사기대출 뒷처리한 사람이다. 금융전문가로 그 친구가 채용되면서 우리 팀에 배정돼서 10여일 동안 일을 했다. 100여 페이지에 달하는 의문점을 작성했다. 또 김아무개 변호사도 그 방대한 기록 다 보고 검토했고, (농협중앙회) 본부에 있는 대출을 승인한 사람과 현재 대출을 담당하고 있는 직원 등을 불러서 조사를 다 했다.

그런데 (김 특검은) 내가 수사권이 박탈된 13일 사실상 수사팀을 해체시킨 것이다. (김 특검은) 우 변호사를 1팀에 넣었다. 김 변호사는 나와 여행을 가라고 했다. 실질적으로 농협대출 관련된 수사를 맡고 있는 세 명을 다 빼 버리면 사실상 수사팀 해체 아닌가. (김 특검이) 수사권을 안뺏았다고 말하면, 난 우스운 사람이 되는 것이다. 지난 40일간 (기자들이) 나를 지켜봐서 알겠지만, 검사로서 혐의 있으면 그것만 쫓아가면 된다고 생각한 사람이다. 그런 사람이 뛰쳐나갈 때는 애달픈 사정이 있어서가 아니겠나."

[김 파견검사의 협박과 김 특검의 반응] "파견검사가 협박했다는 것은 지난 11일 김 특검이 나에게 '(김 검사가) 복귀요청서를 보이면서 (이 특검보의 참고인 폭력행위를 언론에) 폭로해서 박살내겠다'고 하니까 '네가 양보해라'고 이야기했다. 그래서 김 특검에게 '김 검사의 파견을 취소할 수 없다면 내가 사임하게끔 나를 놔줘라'고 했다.

그랬더니 김 특검이 '사임하고 나서 (기자들이) 이유를 취재하면 (사임한 구체적인 사실이 밝혀지면서) 니가 구속될 수 있으니 눌러 앉아라'고 했다. 또 '특검도 죽고 너도 죽는다. 양보해라'고 말했다. 그래서 지난 13일 이준범 특검보가 나와 김 파견검사를 화해시키려고 오후 2∼3시쯤에 불러놓고 자신은 나갔다. 이때 김 검사가 나에게 '미안하다. 내가 살기 위해서 어쩔 수 없었다'고 했다. 또 '대검에 보고했더니 돌아오라'고 하더라고 했다."


김진흥 특검, 논란확산 부정... 남은 수사기한 진통 속 파행 수사차질 예상

김 특검은 이번 사태를 매듭짓기 위해 우선 공석인 특검보 자리를 메우고자 수사진을 재배치하고 수사를 재개했다. 이어 특검팀은 후임 특검보를 찾고자 변협에 추천을 의뢰하고 내부적으로도 물색 중이라고 17일 밝혔다.

그러나 이번 사태가 좀처럼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기 때문에 특검팀이 후임자를 고르는 것은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또 이우승 전 특검의 주장을 놓고 김광준 파견검사가 이날(17일) 오전 이 전 특검보의 주장을 전면 반박하면서 이번 특검수사를 마치는 대로 이 전 특검보를 명예훼손 등 혐의로 고소하겠다는 입장을 밝혀, 특검팀의 내부갈등 문제가 법정문제으로 비화될 전망이다.

한편 대한변호사협회도 이번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는 상태다.

김갑배 변협 법제이사는 "특검은 독립된 기구이기 때문에 자체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고 폭행문제는 특검보를 해임하면서 적절한 조치가 내려졌다고 생각한다"며 "수사방해 여부는 각자의 의견이 엇갈린 가운데 특검과 파견검사가 해명할 것으로 판단한다"고 한발 물러선 입장을 보였다.

이어 김 법제이사는 "만약 정치권에서 (이 문제에 대해) 계속 의혹을 제기하면 변협 진상조사 차원에서 적절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덧붙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진흥 특검은 이날 출근길에 기자들에게 "현재 특검팀은 지구가 돌 듯 활동을 잘 하고 있다"고 논란이 확산되는 것을 애써 부정했다. 하지만 김진흥 특검호는 수사 종반에 돌출된 '이우승 특검보 사퇴 파문'으로 위기에 몰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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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 대통령실 마감하고, 서울을 떠나 세종에 둥지를 틀었습니다. 진실 너머 저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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