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살 아버지가 밖에서 돈벌이 하는데..."

조순형 대표 등 민주당 지도부, 추미애 의원 성토

등록 2004.02.24 10:07수정 2004.02.24 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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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조순형 민주당 대표가 24일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기자들의 질문을 듣고 있다. 조 대표는 이날 오전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상임중앙위에 참석, 추미애 의원 등 당내 소장파들을 비난하며 "가장 빠른 시일 내에, 단호하게" 내분을 수습하겠다고 밝혔다.

조순형 민주당 대표가 24일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기자들의 질문을 듣고 있다. 조 대표는 이날 오전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상임중앙위에 참석, 추미애 의원 등 당내 소장파들을 비난하며 "가장 빠른 시일 내에, 단호하게" 내분을 수습하겠다고 밝혔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기사대체 : 24일 오전 11시50분]

조순형 민주당 대표가 최근 당 내분 사태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그대로 드러냈다.

조 대표는 24일 오전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상임중앙위에 참석, 추미애 의원 등 당내 소장파들의 '반란'을 비난하며 "가장 빠른 시일 내에, 단호하게" 내분을 수습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조 대표는 ▲조속한 시일 내 선대위 발족 ▲유용태 원내총무·강운태 사무총장 유임 등 6개항의 수습 방안을 당에 제안했다.

아울러 조 대표는 "이상의 수습방안이 (당에 의해)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당 대표직을 즉각 사임하겠다"고 밝혀 소장파의 반란에 사실상 '배수의 진'을 쳤다. 조 대표는 또 "당 대표로서의 재신임을 묻겠다"며 "이를 위해 빠른 시일 내에 중앙위원회와 의원총회 소집을 요청한다"고 말해 내분의 확산을 막기 위한 단호한 의지를 숨김없이 드러냈다.

조 대표가 이처럼 '공세적 대응'으로 나옴에 따라 추 의원을 비롯한 소장파들의 향후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조순형 "70살 아버지가 밖에서 돈벌이하는데, 아들들은 도와주지 못할 망정..."


조 대표는 이날 오전 상임중앙위에서 당내 분란 사태에 따른 자신의 심경을 그대로 털어놓으며 노여움을 숨기지 않았다.

23일 오후 전북 전주에서 열린 관권선거규탄대회 보고로 모두발언을 시작한 조 대표는 발언 가운데 "내 나이가 올해 69세, 내년이면 70세인데, 이 나이가 되면 우리나라는 다 은퇴하고 집안에 들어앉아 손자나 볼 나이"라며 소장파에 대한 노기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이어 조 대표는 "사실 오늘(24일) 관훈클럽 토론회 준비 때문에 어제(23일) 전주 관권선거규탄대회에는 내가 가지 않기로 돼 있었는데, 그 곳에 가기로 한 상임중앙위원이 안 나와서 할 수 없이 내가 갔다"며 추미애 의원을 겨냥한 말문을 열었다.

조 대표는 또 "69세의 노구를 이끌고 새벽 6시30분에 아침도 안 먹고 기차를 타고 가서 노인복지병원, 시장 순방, 정책토론회, 시지부 간부간담회, 규탄대회까지 다 마치고 올라왔다"며 "현지에 있는 동안 서울에서 소장파 20여명이 무슨 성명서 발표했다는 소식이 들려오고, 기자들은 나를 둘러싸고 그것만 물어보는데 현지 당원 동지들의 경악은 말할 수 없었고 당 대표로서 낯을 들 수가 없었다"고 말하며 비난의 수위를 높여나갔다.

계속해서 조 대표는 "어제 기차를 타고 오면서 참 서글프고 외로웠다"는 심경을 토로한 뒤 "나는 그런 생각을 했다, (지금 상황은) 가세가 기울어서 나이 70먹은 아버지가 밖에 나가서 돈벌이하는데 장성한 아들들은 도와주지는 못할 망정 돈벌이가 잘 안 된다, 그런 돈벌이하면 안 된다, 이것 해라, 저것 해라, 그런 격이 아닌가 한다"며 사실상 추 의원을 겨냥해 강하게 비난했다.

모두발언을 마친 조 대표는 자신이 준비한 A4 한 장 분량의 '당 내분 사태에 대한 수습방안'을 읽어내려 갔다.

이 수습책에서 조 대표는 ▲조속한 시일 내 선대위 발족 ▲당 대표, 5개 권역별 대표 각 1인, 외부영입인사 1인 등 총 7명의 선대위원장 구성 ▲유용태 원내총무·강운태 사무총장 유임 ▲공천기준과 원칙 강화 등 6개항을 당 중앙위원회에 제안했다.

또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당 대표직 즉각 사임"을 공개적으로 천명했으며, 이와 연계해 "재신임을 묻겠다"고 밝히고는 중앙위원회와 의원총회의 즉각 소집을 요청했다.

다음은 조 대표의 수습 방안 전문.

당 내분 사태에 대한 수습 방안

1. 총선 선거대책 위원회는 조속한 시일 내에 발족한다.

2. 선거대책위원회 위원장은 복수로 하되 당대표, 5개 권역별 대표 1인, 외부영입인사 1명 등 7명으로 구성한다.

3. 선거대책위원회는 당 역량의 결집을 위하여 거당적으로 구성한다. 당 구성원 누구도 배제되어서는 안 된다.

4. 인사, 공천 등 제반 당무를 당헌, 당규 및 상임중앙위원회의 지침과 지시에 따라 수행한 사무총장 등 주요 당직자는 문책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 총선 때까지 유임한다.

5. 필요하다면 공천기준과 원칙을 강화, 재조정하기 위하여 논의한다.

6. 11월 28일 전당대회의 정신은 관용과 포용이었다. 민주당을 지키기로 하고 참여한 당 동지는 누구도 공직후보 고려대상에서 배제되어서는 안 된다.

이상 수습 방안이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당 대표직을 즉각 사임한다.

당대표에 대한 신임문제를 논의하기 위하여 중앙위원회와 의원총회 소집을 요청한다.

새천년민주당 대표 조순형


a 조순형 민주당 대표가 24일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조순형 민주당 대표가 24일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민주당 지도부 추 의원 성토 "걸핏하면 당을 박차고 나가..."

조 대표 외에 다른 민주당 지도부도 소장파의 반란에 대한 성토를 아끼지 않았다. 특히 소장파로부터 당 지지율 하락의 원인으로 지목된 유용태 총무와 강운태 총장은 추 의원을 강하게 비난했다.

유용태 원내총무는 "지금 우리 당의 입장을 보면, 선거를 앞두고 무엇보다 당의 단합이 매우 중요하다"며 "단합을 통해 빼앗긴 권력의 절반을 되찾자는 것이 우리 당의 목표"라고 말한 뒤 추 의원의 즉각적인 당무 복귀를 촉구했다.

유 총무는 또 "우선 조 대표를 중심으로 일단 모든 것을 선거 후에 논의하기로 하고 당장 선거를 앞두고는 각자 참으며 함께 당무에 집중해야 한다"며 "추 의원은 이유를 불문하고 오늘 즉각 당무에 복귀하기를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유 총무는 "당에 대한 어떤 의견이 있어도 공식적인 자리에서 함께 논의하면 되는데, 밖에 나가서 언론을 통해서만 말한다면 바람직하지 않다"며 "말로는 당 대표를 중심으로 나가야 한다고 하면서 대표를 대표 역할도 하지 못하게 흔드는 것은 말과 행동이 따로 노는 것"이라고 말하며 추 의원을 비난했다.

강운태 총장 역시 "사무총장이 일을 못하면 물러나라고 말할 수 있고, 그게 다수의 뜻이라면 나도 물러날 수 있다"면서도 "그러나 내가 (23일 오전 조찬모임을 가진) 소장파 20여명 중 대부분과 통화해 본 결과 많은 참석자들이 총장이나 총무를 물러나라고 한 적이 없다는데 당을 이렇게 혼미스럽게 만들어도 되는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영환 상임중앙위원도 "지금은 어떠한 개혁이라는 이름으로라도 당의 분열을 조장하는 것은 죄악"이라며 "우리 당에는 걸핏하면 당을 박차고 나가 본인 의견을 말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렇다면 의총이나 상임위, 중앙위는 뭣 하러 하느냐"며 추 의원에 대한 불만을 숨기지 않았다.

김 의원은 이어 "지금 추미애 의원은 당의 핵심 중의 핵심인데 그런 분이 당을 박차고 나가서 이렇게 행동하면 안 된다"며 "추 의원은 거취를 대단히 신중해야 하고 진중한 태도를 보여야 한다"고 밝히며 추 의원의 복귀를 요구했다.

한편, 민주당 상임중앙위원회는 조 대표가 밝힌 '수습 방안이 수용되지 않을 경우 당 대표직을 사퇴하겠다'는 방안은 수용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또한 민주당은 내일(25일) 중앙상임위를 열어 선대위 구성 방안 등 조 대표가 제안한 당 수습 방안을 논의하는 한편, 29일께 의원총회를 소집해 선대위 구성에 대한 논의를 매듭지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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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오마이뉴스 입사 후 사회부, 정치부, 경제부, 편집부를 거쳐 정치팀장, 사회 2팀장으로 일했다. 지난 2006년 군 의료체계 문제점을 고발한 고 노충국 병장 사망 사건 연속 보도로 언론인권재단이 주는 언론인권상 본상, 인터넷기자협회 올해의 보도 대상 등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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