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법률검토 끝...국민이해 얻으면 추진"

[조순형 대표 관훈토론] "정통모임 사람들도 공천대상 올려놔야"

등록 2004.02.24 18:16수정 2004.02.24 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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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조순형 민주당 대표가 24일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조순형 민주당 대표가 24일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조순형 민주당 대표는 24일 "본연의 임무를 저버리고 불법 관권선거에만 몰두하는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탄핵의 법률적 검토를 마쳤다"며 "국민의 이해를 얻으면 탄핵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혀 여론 형성만 된다면 곧장 탄핵 절차에 들어갈 의사가 있음을 강하게 시사했다.

조 대표는 이날 오후 관훈클럽이 주최하는 관훈토론 기조연설에서 이처럼 말했으며, 이후 일문일답에서도 "실제 탄핵이 필요한 시기에 즉시 (탄핵 절차에) 착수하기 위해 여러 가지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해 '탄핵'이 정치적 수사가 아님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그러나 조 대표는 탄핵 절차에 들어갈 시기에 대해 명시하지는 않았다. 조 대표는 '총선 전 탄핵 절차에 들어가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우선 국민들이 (탄핵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를 봐야 한다"는 신중한 입장을 취한 뒤 "단순히 국회에서 산술적으로 3분의 2이상 의석이 된다고 발의하고 의결하는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조 대표는 또 최근 당내 분란과 관련, "추 의원이나 소장파와 견해를 달리한다"고 말해 소장파 등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조 대표는 "지난해 11월 28일 민주당 전당대회 정신은 '관용과 포용'"이라며 "전당대회에서 보여준 관용과 포용이라면 적어도 (정통모임 등의) 사람들도 공천 대상에 올려놓을 수는 있어야지 이를 원천봉쇄 한다면 말이 안 된다"고 주장했다.

앞서 조 대표는 이날 오전 상임중앙위에서도 6개항의 수습 방안을 제안하며 '유용태 총무와 강운태 총장 사퇴'를 촉구한 소장파의 요구를 거절한 바 있다.

그러나 조 대표는 당내 분란과 관계없이 추 의원을 "특출한 정치인"으로 평가한다고 밝혔다. 조 대표는 이날 추 의원에 대한 평가를 요구하는 질문을 받은 뒤 "아주 촉망되는 정치인"이라며 "자부심 강하고 특출하고 훌륭한 정치인"이라고 높이 평가했다.

이날 조 대표는 민주당의 국정 철학과 비전으로 '아시아·태평양 평화공영 프로젝트'를 제안했으며, 그 내용으로 ▲통일부와 외교부처를 합쳐 부총리 관할 외교통일부로 승격, 재경부와 통상기능을 재경통상부로 통합, 교육·과학·정통부처 통합 ▲서울·충청·평양 등 신3경(京) 정책 추진 ▲한강 수로 복원 등 방안을 발표했다.


아울러 신용불량자 구제를 위한 '리볼빙 어카운트(Revolving Account)' 제도 도입도 추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다음은 조 대표의 일문일답.


a 조순형 민주당 대표

조순형 민주당 대표 ⓒ 오마이뉴스 남소연

- 조 대표가 오늘(24일) 6가지 수습안을 제시하고 이를 받지 않으면 사퇴한다는 '최후통첩성' 발언을 했다. 오히려 민주당 사태를 더 중대한 고비로 몰고 가는 것 아닌가.
"추미애 의원과 소장파가 당을 쇄신해 총선에서 승리하자는 것은 이해하지만, 견해를 달리한다. 지금처럼 (소장파 등) 요구를 일방적으로 거부하고 이런 방안을 제시하면 내분 수습이 아니라 또 다른 혼란이 올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도 (일부분) 당연하다. 내 충정을 당에서 안 받으면 즉각 사퇴할 것이다. 조속히 당 내분을 수습하는 것이 옳은 일이 아닌가 한다."

- 조 대표의 최후통첩성 발언은 선친인 조병옥 박사가 보여준 포용의 정치와 차이가 있는 것 같다. 자기 견해를 고집하는 모습은 (선친의 모습과) 너무 대조적이 아닌가.
"추미애 의원과 소장파 요구사항의 가장 큰 핵심은 지난 대선에서 자기 당 대선후보를 제쳐놓고 타당 후보에 부역했거나 그 밖의 분당 책임자에게 공천을 주지 않아야 하고, 공천을 줘도 철회해야 한다는 것이다. 나는 지난해 11월 28일 민주당 전당대회 정신을 '관용과 포용'이라고 본다. 이런 (공천) 문제에도 관용과 포용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전당대회에서 보여준 관용과 포용이라면 적어도 이 사람들도 공천 대상에 올려놓을 수는 있어야지, 이를 원천봉쇄 한다면 말이 안 된다. 나는 오히려 너무 포용하고 관용해서 소장파들의 성명서에는 '온정주의'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 오늘 발표한 내용을 결정하기 전 추미애나 소장파 의원들을 만난 적 있나.
"지난 전당대회 이후 3개월이 채 안됐지만, 상임중앙위를 45차례나 했다. 여기서 당직 인사, 공천, 민주당의 진로와 정책, 비전을 여러 차례 논의했다. 결과가 좋지 않았더라도, 지도부가 45번의 공식회의를 통해서 결정했다. 그런데도 우리 당이 진로와 정체성을 상실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 지난번에도 소장파 의원들이 서면으로 진언한 적이 있어 설득했다. 나름대로 노력했다고 생각한다."

-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민주당의 지지도가 10% 남짓 된다. 이 상태로 가면 민주당이 제2당이라도 하겠느냐는 우려가 있는데.
"물론 많이 걱정되고 나도 불안하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열린우리당 지지도가 높지만, 원천적으로 열린우리당은 '사표'가 많이 발생할 한계를 가지고 있다. 말하자면 (전국 대부분 지역구에서) 2등이 많이 나올 가능성 있다.

민주당의 지지율이 떨어지는데, 외부적으로는 열린우리당의 전당대회 효과, 노 대통령의 총선 올인 전략, 나빠진 언론 환경 요인이 크다. 또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을 뒤쫓아가는 형국인 제2야당으로서의 한계도 있다. 내부적 요인으로는 그 동안 적지 않게 내분이 지속돼 왔다. 또 한-민 공조에 대한 오해 내지 몰이해가 당 내부와 우리 지지층에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 당 재정난 때문에 당 활동이 크게 지장 받는 것도 있다. 이 같은 요인들이 민주당의 지지도 하락 원인으로 분석되고 있다."

- 총선 목표 의석수가 있다면.
"의석수는 말 안 하는 것이 좋겠지만, 개인적으로 100석, 3분의 1을 목표로 세우고 있다."

- 조 대표가 '쓴소리'는 잘하지만 막상 '쓴행동'에는 직접 안 나선다는 비판이 있는데.
"그렇지 않다고 본다. 최근 대구출마 결단을 말로만 했나. 나는 FTA, 이라크파병에 내 재신임을 걸고 싶었다. 그러나 노 대통령을 따라한다고 할 것 같아 말하지 않았다. 당에 이라크 파병에 반대하는 의원들 수가 많아서 반대 당론을 채택했지만, 나는 당론에 반대해 국가이익을 우선으로 해야 한다고 했다. 쓴소리만 하고 행동 안 한다는데, 이 정치판에서는 쓴소리 자체만으로도 가치가 있다고 본다."

"국민들 탄핵 생소하지만 선례 만들 수 있다"

a 조순형 대표가 답변 도중 물을 마시고 있다.

조순형 대표가 답변 도중 물을 마시고 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 노 대통령이 1주년 기념 회견 중 경선자금 문제에 대해 '합법적인 여윳돈이 없어 십 수 억원을 썼을 것'이라고 밝혔는데.
"우선 자신이 경선자금을 십 수 억원 썼다면 그것 자체로 한도를 넘었다고 본다. 그리고 (기자회견 등을 통해) 자꾸 검찰에 지시를 주고 있다. 우리는 노 대통령과 정동영 의장을 이미 고발했기 때문에 끝까지 추궁하고, 정상적인 사법절차가 되지 않는다면 탄핵까지 갈 수밖에 없다."

- 탄핵에 대한 법률적 검토를 마쳤다는데 탄핵 절차에 들어간다면, 그 시기가 총선 전인지 아니면 총선 이후인지.
"민주당은 말로만이 아니라 실제 탄핵이 필요한 시기에 즉시 (탄핵 절차에) 착수하기 위해 여러 가지 준비하고 있다. 다만 우리 헌정사에 탄핵이 발의된 적은 몇 번 있었지만, 발의된 탄핵이 의결된 적은 한번도 없다. 그러다 보니, 정치권은 물론 국민들도 탄핵에 대해 생소하다. 우리 헌법은 대통령의 실정법 위반에 면책조항을 주고 있지만 대통령의 명백한 현행법 위반 혹은 도덕적 기반을 상실했을 때는 그냥 방치할 수 없지 않느냐. 물론 걱정도 있지만 여론이나 내외적 여건이 돼 탄핵을 발의해야 한다면 해야 되지 않는가 하는 생각이 든다."

- 4.15 총선 전에 이뤄지는 것으로 봐도 되나.
"우선 우리 국민들이 어떻게 생각하느냐를 봐야 한다. 단순히 국회에서 산술적으로 3분의 2이상 의석이 된다고 발의하고 의결하는 것이 아니라 더 신중하게 국민의 뜻을 살펴야 된다고 본다."

- 듣기에 따라서는 실천에 옮겨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들리는데.
"너무 익숙치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선례를 만들 수도 있고, 선례를 만들기까지 많은 진통과 시련이 있을 수도 있다고 본다."

- 총선 성적이 좋지 않으면 열린우리당과 다시 재통합 얘기가 나오지 않겠나.
"총선이 끝난 뒤에는 재통합 얘기가 자연스럽게 나올 수도 있다고 본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통합이 총선 후에라도 썩 마음 내키지는 않는다."

- 대구 출마하는데, 지역구는 정했나.
"아직 결정 못했다. 나는 대구 시민이 받아주면 그것으로 만족한다. 지방도시는 지역 사람이 국회의원 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있고, 또 DJ나 호남당이라는 반발도 강한데, 나는 대구 출마로 내 정치 생명이 끝나도 좋다."

- 낙선하면 대권에 도전하는 것 아니냐.
"그런 얘기를 듣기는 하지만 나라의 운영을 책임지고 5년 동안 할 능력이나 자질 등을 생각해 볼 때 도저히 그렇게는 생각 안 된다."

a 24일 열린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기자들이 조순형 대표에게 질문하고 있다.

24일 열린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기자들이 조순형 대표에게 질문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 개헌문제를 언급했는데, 조 대표는 개인적으로 현행 5년 단임제를 바꿀 필요가 없다고 한 것으로 알고 있다. 갑자기 바꾼 것은 당론이 모아진 것인지.
"민주당은 지난 전당대회에서 분권형 대통령제를 기본 정책으로 채택했다. 나는 오래 전부터 섣부른 개헌에 반대했다. 그런데 제가 당 대표로 취임하기 이전에 이미 분권형 대통령제가 당론으로 채택됐다. 5년 단임제의 단점과 폐단을 우리 정치권이 헌정을 운영하면서 어느 정도 보완할 수 있다고 본다. 결론적으로 단임제를 보완해 가면서 다음 세대에 개헌을 하면 어떻겠느냐는 생각을 갖고 있다."

- 조 대표가 밝힌 '신3경(京)'은 비효율적인 탁상공론 아닌가.
"지금 독일도 3경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또 역사적으로도 통일신라나 고려는 다경 체제로 운영됐다. 이처럼 웅대한 구상이 필요하다고 본다."

- 추미애 의원을 개인적으로 평가한다면.
"아주 촉망되는 정치인이다. 추 의원은 민주당에서 DJ가 발탁했는데, 몇 번을 대변인 하라고 했는데도 한사코 거절했다. (여성대변인이 각광받을 땐 데)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는 대변인을 절대 안 한다고 했다. 그 정도로의 자부심 강하다. 특출하고 훌륭한 정치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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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오마이뉴스 입사 후 사회부, 정치부, 경제부, 편집부를 거쳐 정치팀장, 사회 2팀장으로 일했다. 지난 2006년 군 의료체계 문제점을 고발한 고 노충국 병장 사망 사건 연속 보도로 언론인권재단이 주는 언론인권상 본상, 인터넷기자협회 올해의 보도 대상 등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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