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제 "자고 나니 목이 잘려 있었다"

27일 국회 본회의장서 검찰 맹비난 "검찰 수사에 파시즘의 광기가"

등록 2004.02.27 17:47수정 2004.02.27 1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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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27일 오후 본회의에서 이인제 자민련 의원은 신상발언을 통해 `일어났더니 목이 잘려있더라`라며 검찰수사를 비판했다.

27일 오후 본회의에서 이인제 자민련 의원은 신상발언을 통해 `일어났더니 목이 잘려있더라`라며 검찰수사를 비판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한나라당으로부터 2억5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체포영장이 청구될 예정인 이인제 자민련 의원이 자신에 대한 검찰 수사를 "정치검찰의 정치보복과 정적 죽이기"로 규정하며 강력히 반발했다.

이 의원은 27일 오후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신상발언을 통해 "자고 일어나니 유명해져 있었다는 바이런의 말이 있는데, 자고 나니 제 정치 생명의 목이 잘려 있었다"며 "(내가) 아무 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변명할 기회도 주지 않고 (내 정치생명이) 무참하게 단두대의 이슬로 사라졌다"고 주장하며 검찰 수사를 비난했다.

이 의원은 "프랑스 대혁명, 볼셰비키 혁명 등 적으로 지목되는 것 자체가 곧 죽음을 의미하는 시대가 있었지만, 그때는 옳건 그르건 혁명의 대의가 있었다"며 "그러나 과연 지금의 정치학살에는 어떤 대의가 존재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의원은 "역대 독재 정권이 경찰·행정 공무원·통반장 등 관련자들을 모두 동원해 선거 부정을 자행해 파멸을 조장한 적은 있지만, 상대 당을 이렇게 초토화시키고 정적을 차례차례 학살하는 만행을 저지른 정권은 없었다"며 노 대통령을 비난한 뒤 "(검찰의) 부패척결은 미명에 불과하고, 총선에서 전위에 설 세력을 구축하려는 것"이라고 검찰 수사를 '정적 죽이기'로 규정했다.

아울러 이 의원은 "대통령의 꿈을 키워온 내가 다른 당에서 돈을 받겠느냐"며 "내 특보가 (내 아내에게 돈을 줬다고) 처음부터 거짓말을 한 것이 아니라, 자기가 이 돈을 사적으로 사용했다고 진술했다가 그의 아내, 장모까지 연행해 허위진술을 압박했다"며 한나라당으로부터 돈을 받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다음은 이 의원의 국회 본회의 신상발언 전문.

"자고 일어나니 유명해져 있었다는 바이런의 말이 있다. 자고 나니 제 정치 생명의 목이 잘려 있었다. 피를 본 사람들이 흥분하고 있었다. 아무 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변명할 기회도 주지 않고 무참하게 단두대의 이슬로 사라진 것이다. 프랑스 대혁명, 볼셰비키 혁명 등 적으로 지목되는 것 자체가 죽음을 의미하는 시대가 있었다. 아무리 벗어나려 해도 그 올가미를 벗어날 수 없었다.


그러나 그때는 옳건 그르건 혁명의 대의가 있었다. 그러나 과연 지금의 정치학살에는 어떤 대의가 존재하나. 대통령이라는 최고의 권력을 잡은 사람이 어떤 말을 쏟았나. 시민혁명은 계속돼야 한다고 말했다. 의회주의를 부정하고 적대 세력을 없애려는 살벌한 파시즘의 광기가 묻어난다.

노 대통령 추종자들이 악랄하게 저렇게 하는 것을 21세기 대한민국 서울 복판에서 바라보리라 생각이나 할 수 있었나. 그의 무리는 누가 타도해야 할 적대 무리며, 얼마나 더 큰 권력이 필요해 혁명을 선동하는 것인지 고백해야 한다.


일부 정치검찰을 앞세워 부패를 척결한다는데, 자명하게 그 실체가 드러나고 있다. 역대 독재 정권이 경찰·행정 공무원·통반장 등 관련자들을 모두 동원해 선거 부정을 자행해 파멸을 조장한 적이 있다. 그러나 상대 당을 이렇게 초토화시키고 정적을 차례차례 학살하는 만행을 저지른 정권은 없었다. 부패척결은 미명에 불과하고 총선에서 혁명의 전위에 설 세력을 구축하려는 것이다.

나는 오늘 우리 검찰이 국민의 믿음과 사랑을 잃지 않기를 바라는 충정을 말한다. 한나라당에서 돈을 받은 적이 없고, 오는 사실도 모르고 있었다. 대통령의 꿈을 키워온 내가 다른 당에서 돈을 받은 일이 없다. 나의 특보가 처음부터 거짓말을 한 것이 아니라, 자기가 이 돈을 사적으로 사용했다고 진술했다가 그의 아내, 장모까지 연행해 허위진술을 압박했다는 것이다.

오늘 나는 나의 억울함을 호소하려고 이 자리에 선 것이 아니다. 진실과 결백은 법정에서 밝혀질 것이다. 정치검찰의 정치보복과 정적 죽이기는 의회를 장악하고 그들만의 혁명을 하겠다는 정치적 음모라는 것을 알리기 위해 한 것이다. 혁명을 선동하는 자들에게 의회마저 넘어가면 파쇼화의 길을 걷게 될 것이다. 그들의 운명도 불행해질 것이다.

그들의 음모를 깨뜨려야 한다. 싸워야 한다. 우리의 진정한 자유민주의의 소중한 가치를 지키고 건강한 세력으로 국회를 민의의 전당으로 채워주도록 저들과 투쟁해야 한다. 그들이 내 정치생명을 살해했으나 인간으로서 존엄 가치를 향유하는 국민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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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오마이뉴스 입사 후 사회부, 정치부, 경제부, 편집부를 거쳐 정치팀장, 사회 2팀장으로 일했다. 지난 2006년 군 의료체계 문제점을 고발한 고 노충국 병장 사망 사건 연속 보도로 언론인권재단이 주는 언론인권상 본상, 인터넷기자협회 올해의 보도 대상 등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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