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발 700m 여기가 무릉도원인가?

서귀포 70경(21) 휴양 생태체험의 명소 <서귀포자연휴양림>

등록 2004.03.02 16:47수정 2004.03.03 1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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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랑새를 품안에 안고 살아가면서 파랑새를 찾아 나서는 것처럼, 우리는 늘 새로운 것에 대한 동경으로 길을 떠난다.

a 새장 속에는

새장 속에는 ⓒ 김강임

내가 꿈꿔왔던 무릉도원은 어디에 있을까? 복사꽃이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숲 속일까. 아니면 황금덩이가 흩어져 있는 '엘도라도'일까?

제주시에서 1100도로(99번 도로)를 타고 달리다 보면 한라산 기슭이 보인다. 여기가 한라산의 끝인가 싶으면 다시 이어지는 깊은 산 속. 한라산을 가로질러 꼬불꼬불 이어지는 길을 따라 가노라면 깊은 산 속만큼이나 깊어지는 것이 내 마음이다.


a 서귀포 자연휴양림 입구

서귀포 자연휴양림 입구 ⓒ 김강임

오르막길과 내리막길을 따라 내가 머문 곳은 한라산의 울창한 숲 속 서귀포 자연휴양림이었다. 해발고도 700m 서귀포 자연휴양림. 이곳에서 보이는 세상은 어떤 색일까?

서귀포 자연휴양림 입구에 들어서자, 보이는 것이라고는 하늘과 숲뿐이었다. 세상은 지금 꿈틀거리는 봄소식으로 시끌벅적한데, 서귀포 자연휴양림은 발자국 소리 하나 들리지 않는 고요가 흐르고 있었다.

a 생태관찰문 속으로

생태관찰문 속으로 ⓒ 김강임

건널목과 신호등은 없지만 마음 놓고 걸을 수 있는 곳. 느긋하게 한시름 놓고 마음의 평화를 얻을 수 있는 곳. 생태 관찰문으로 이어지는 통나무 숲은 외길뿐이었다.

이곳에는 누가 살고 있을까? 통나무로 이어지는 산책로 옆에는 이름 모를 나무가 무리를 지어 하늘을 찌르고 있다. 나무를 따라가니 숲이 보인다. 그 숲 속에는 수를 셀 수 없을 만치 깔려 낙엽이 숲과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통나무 길을 마다하고 낙엽을 밟아보니 바스락바스락 자연의 소리가 들린다.

a " 새들이 살아요"

" 새들이 살아요" ⓒ 김강임

'이곳에는 새들이 살아요'


나무에 걸쳐 있는 새장 속에는 아무런 인기척이 없었다. 한라산에는 다양한 새들이 산다. 한라산을 중심으로 서식한 새들은 310종에 이르며 천연기념물로 지정한 새들이 있다.

아마 이 숲의 끄트머리에는 골짜기가 있으리라. 쉬엄쉬엄 걸어가는 통나무 길이 방금 보았던 세상 속의 풍경과는 너무나 달랐다.


a 숲속으로

숲속으로 ⓒ 김강임

우리나라 최남단의 자연휴양림이면서 자연체험교육장인 서귀포자연휴양림은 서귀포시가 지정한 서귀포 70경의 한곳이다. 특히 서귀포 자연휴양림은 영산인 한라산과 '오백나한'의 웅장한 기상을 이어 받은 법정악을 중심으로 북쪽으로 백록담과 영실기암이 있다. 더욱이 남쪽으로는 서귀포 시가지와 태평양 푸른 바다가 한눈에 보이고 소와 말들이 한가롭게 풀을 뜯으며 뛰어 노는 드넓은 목장이 펼쳐진다.

a 쉼터

쉼터 ⓒ 김강임

서귀포자연휴양림은 이제 막 계절이 꿈틀거리고 있었다. 산막과 숙박동은 손님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따금 멀리서 찾아온 손님이 밤하늘의 별을 헤기 위해 찾아 왔는지, 하룻밤을 이곳에서 묶고 갈 것처럼 짐을 정리한다.

여름밤의 자연휴양림을 생각하는 사람에게 이곳은 낮에는 각종 새들이 합창을 하고, 밤이 되면 별들이 머리 위로 금방이라도 쏟아질 듯하며, 소쩍새와 풀벌레 소리가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곳으로 기억되어질 것이다.

a 길을 따라서

길을 따라서 ⓒ 김강임

맨발로 걸어도 좋을 산책로에는 끝없이 길이 이어졌다. 인조 목재 불록으로 이어지는 1.2km의 삼림욕 코스는 여름이 아니라도 좋다.

이곳을 따라가면 무릉도원이 있을까? 아무도 걷지 않아 더욱 아늑한 산책로를 걸어 보았다. 구두를 벗어제치고 맨발로 걸어보니 아직 계절은 겨울 속에 있는 듯 하다. 발바닥에 묻어나는 차가운 한기에 몸이 오싹해 진다. 잠시 느슨했던 감정이 긴장하는 순간이다.

지난여름, 일상이 바쁘다는 이유로 휴가를 제대로 즐기지 못하다가 남편과 함께 마지막 여름 햇빛을 서귀포 자연휴양림에서 붙잡았던 기억이 떠올랐다.

전망대 주변에는 법정악이라는 오름이 있다. 그 법정악 산책로를 따라 가니, 한라산 계곡에서 흐르는 물이 법정악 골짜기로 이어져 폭포수처럼 흘러 내렸다. 그러나 지금은 아쉽게도 지난여름 들었던 그 폭포수의 화음을 들을 수가 없었다.

a 안락의자 처럼

안락의자 처럼 ⓒ 김강임

체력단련장과 족구장. 숲 속의 무대도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깊은 산속에 자리한 산막에서 빼어난 자연경관을 보면서 세상의 시름이 잊어보는 것도 좋을 듯 하다. 길가에 마련된 의자는 아늑함을 주기에 충분했다.

서귀포 자연휴양림은 녹음이 짙어 가는 여름이 되면 나무가 뿜어내는 피톤치드라는 향기가 흐르고 있어 초여름부터 늦가을까지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는 곳이다. 그러기에 휴양관광과 생태체험 여행을 즐길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곳에는 복사꽃이 피어있지 않았지만 아늑함이 있었다. 황금이 흩어져 있는 '엘도라도'는 아니었지만 평화가 있었다. 그리고 인간과 자연의 아름다운 화음이 있었다.

a 깊은 산속 옹달샘 누가 먹고 가나요?

깊은 산속 옹달샘 누가 먹고 가나요? ⓒ 김강임

'깊은 산 속 옹달샘'

누가 깊은 산속 옹달샘의 물을 다 마시고 갔을까? 옹달샘에는 물이 없었다.

달밤에 노루가 숨바꼭질 하다가 목마르면 달려와 물만 먹고 갔을까? 다만 그 옹달샘을 보고 목이 마른 것은 그저 내 마음이 메말라 있어 물을 그리워 할 뿐.

덧붙이는 글 | 서귀포 자연 휴양림은 서귀포시가 지정한 서귀포 70경의 한 곳이다.
 찾아가는 길은 제주시- 1100도로(99번도로)-어리목-영실을 지나-서귀포자연휴양림으로 50분 정도가 소요된다.

덧붙이는 글 서귀포 자연 휴양림은 서귀포시가 지정한 서귀포 70경의 한 곳이다.
 찾아가는 길은 제주시- 1100도로(99번도로)-어리목-영실을 지나-서귀포자연휴양림으로 50분 정도가 소요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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