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자무협소설> 전사의 후예 297

어떤 놈이야? (5)

등록 2004.03.10 14:31수정 2004.03.10 1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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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멈춰라!”
“와와와와! 죽여라! 와와와와!”

“아앗! 누, 누구냣?”
“누구냣? 누가 감히 와룡곡에 난입하느냐?”
“아앗! 적이닷. 막아라!”


무단침입자들을 이제 막 제압하였다는 안도감에 긴장을 풀고 있던 예비대원들은 허겁지겁 병장기를 고쳐 잡고 돌아섰다. 그 순간 예리한 파공음과 더불어 수없이 많은 암기들이 쇄도하였다.

“아앗! 암기닷! 막아라!”
티팅! 티티티티팅! 태탱! 태태탱! 치칙! 치치치칙!……

사라와 유라가 정체절명의 위기에 빠져있을 때 급습한 사람들은 청타족 용사들이었다. 태산으로 향하는 동안 두 여인은 곳곳에 표식을 남겼다. 그것은 청타족 사람들만 아는 것으로 태산으로 향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리는 것이었다.

이날은 와룡곡의 명성에 먹칠이 칠해지는 날이었다.

정체불명인 자들의 급습으로 다 잡았던 무단 침입자들을 놓쳤을 뿐만 아니라 대원들 전원이 반 시간 가량 꼼짝도 못했던 것이다. 암기에는 격중되는 즉시 기력이 빠져버리는 산공독(散功毒)이 발라져 있었던 것이다.


초지악은 이빨이 부서져라고 갈았지만 그것은 비단 그만 그런 것은 아니었다. 자하두에 의해 구함을 받는 순간 긴장이 풀리면서 혼절의 나락으로 떨어져 내렸던 두 여인은 원수인 초지악을 그냥 두고 왔다는 말에 땅을 쳤다.

그를 생포하려면 얼마든지 생포할 수 있었다.


그런데 두 딸의 목숨을 구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판단한 자하두가 서둘러 퇴각명령을 내려 그냥 나왔다는 것이다.

며칠 후, 전열을 정비한 청타족은 재차 와룡곡으로 향했다.

그날은 청타족 역사상 최초로 실패가 무엇인지, 승리를 하지 못한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톡톡히 배워야 하는 참담한 날이었다.

상대의 공력을 일시적으로 제한하는 암기는 준비된 방패에 의해 무용지물이 되었고, 용맹스럽기로 이름난 청타족 용사들의 공격 역시 예비 정의수호대원들에 의하여 번번이 막혀버렸던 것이다. 뿐만 아니었다.

많은 수효가 내상과 외상을 당하는 등 피해가 있었던 것이다.

절치부심(切齒腐心)한 청타족은 재차 습격하였으나 그때마다 거꾸로 당하는 치욕을 겪었다.

십여 차례나 되는 습격에도 불구하고 와룡곡에서는 방어만 할 뿐 적극적인 소탕작전에 나서지 않았다. 게다가 공격을 가하면 가할수록 점점 더 강해진다는 느낌이었다.

사라와 유라는 약이 오를 대로 올랐으나 방법이 없었다.

초지악을 비롯한 대원들은 와룡곡에 칩거한 채 외출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람인 이상 먹지 않고는 살 수 없으니 언젠가는 식량을 구하러 나오려니 생각하고는 입구에 포진한 채 잔뜩 벼르고 있었으나 아무 소용이 없었다.

자급자족한다는 것을 몰랐던 것이다.

그 외에도 급습을 하였다가 일부러 후퇴하는 등 유인책이란 유인책을 모두 동원하였으나 그래도 나오지 않았다.

같은 시간, 한운거사는 일월도법의 정수를 깨우쳐 새로운 도법을 창안해내느라 여념이 없었고, 대원들은 그로부터 새 도법을 전수받아 그것을 수련하느라 여념이 없었기에 어떠한 유인책으로도 성공할 수 없었던 것이다.

오늘 사라가 치파오를 걸친 것은 마지막 유인책인 미인계를 쓰려는 것이다. 초지악이 색이라면 사족을 못쓴다는 것을 짐작하기에 생각해낸 유인책이었다.

“자, 이제 날이 어둑어둑해지면 놈들이 넌지 알아보기 힘들 거다. 그때 다친 척하면 누군가가 나올 것이다. 안에 들어가서 신호를 보내면 사방에서 짓쳐들 것이니 정신 바짝 차려야 한다.”
“알았어요. 전, 준비되었으니 시간이 되면 신호를 보내주세요.”

사라는 잔뜩 긴장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같은 시각, 와룡곡의 너른 연무장에는 예비 정의수호대원들이 오(伍)와 열(列)을 맞춰 도열해 있었다.

“잠시 후 놈들이 들이닥칠 것이다. 그 동안엔 불완전한 도법 때문에 변변한 성과를 올리지 못하였으나 오늘은 다르다. 놈들이 어떤 유인책을 쓰건 속는 척해라. 그러다 본좌가 신호를 보내면 그때부터 역습을 하는데 죽여도 좋다. 알겠는가?”
“예! 알겠습니다.”

초지악의 말에 대원들이 일제히 군례를 올렸다.

지난 수개월간 새로운 도법 연마에 몰두해 있던 대원들은 자신들의 무공이 일취월장하고 있다는 것을 스스로 느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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