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자무협소설> 전사의 후예 298

어떤 놈이야? (6)

등록 2004.03.15 14:05수정 2004.03.15 15:55
0
원고료로 응원
새 도법은 전에 배웠던 것과는 전혀 다른 차원의 도법이었다. 더욱 빨라졌고, 더욱 강해졌으며, 더욱 현묘한 변화를 일으켰다.

덕분에 아직 예비 대원 신분이지만 정식 대원들보다도 더 강한 무공의 소유자가 되었다. 이 모든 것은 자신들에게 아낌없이 무공을 전수해주는 초지악 덕분이었다.


하여 명령에 죽고 명령에 산다는 강령이 있는 와룡곡이 아니더라도 그의 명이라면 무엇이든 따를 준비가 되어 있었다.

도열해있는 대원들을 둘라본 초지악은 만족스럽다는 표정을 지으며 괴소를 베어 물었다.

“두 계집을 생포하면 본곡에 잠입한 목적을 캐낸 후 너희에게 상으로 내려질 것이다. 따라서 상처 없이 잡도록! 알겠는가?”
“존명!”

한참 피 끓는 열혈 청년들인 대원들은 사라와 유라의 고운 자태를 떠올리며 부르르 떨었다.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흥분될 정도로 아름다웠고, 요염하였으며, 유혹적이었기 때문이다.

“그럼 지금부터 본좌가 명하는 대로 이동하도록! 제일대!”
“명령만 내려 주십시오.”


“좋아, 너희는 와룡동을 통해 놈들의 배후에 은신해 있다가 신호가 올라가면 즉각 공격하도록!”
“존명!”

“제이대!”
“제이대 복명 대기하고 있습니다.”


“좋아, 너희는 비룡폭으로 향하는 통로로 나간 뒤 놈들의 왼쪽을 쳐라.”
“알겠습니다.”

“제삼대는 황룡소 뒤쪽을 돌아 놈들의 우측을 친다.”
“존명!”

“제사대는 본좌를 따라 나가되 놈들이 나타나면 당황하는 척하면서 후퇴하되 언제든 공격할 태세를 갖추도록!”
“존명!”

“좋아, 지금부터 이동하도록! 잠시 후, 어둠이 깔리면 신호를 보낼 테니 한 놈도 놓치지 않도록 만반의 태세를 갖춰라.”
“존명!”

썰물처럼 빠져나가는 예비 대원들은 본격적인 강호행을 하기 전이지만 임무가 부여되자 약간씩 흥분한 듯싶었다. 초지악은 그런 그들을 대견스럽다는 듯 바라보고 있었다.

물러가는 대원들을 바라보던 문득 생각난 듯 주변을 살폈다.

‘흠! 지금쯤 정탐나간 놈이 돌아올 때가 되었는데…’

“속하, 예비대원 삼백칠십이호 보고 드립니다.”
“보고하라!”

“곡주께서 예상하신 대로였습니다. 두 계집 가운데 하나가 기녀인 척하며 유인하고, 좌우에서 급습하려 하고 있었습니다.”
“흠! 그래? 알았다. 수고했다. 이만 물러가도록!”
“존명!”

보고하던 자가 사라지자 초지악의 입가에 다시 괴소가 물렸다.

‘흐흐흐! 앞으로 한 달간은 심심지 않겠군.’

초지악은 사라와 유라를 어떻게 유린할 것인지 생각하며 음소를 터뜨리며 천천히 걸어나갔다.

손자(孫子)는 모공편(謀攻篇)에서 지피지기(知彼知己)면 백전불태(百戰不殆)라 하였다.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 번을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는 뜻이다.

와룡곡의 인근의 지리는 손바닥 들여다보듯 환하고, 적이 어떤 형태로 공격해올지도 뻔하다.

게다가 적의 습격에 대응할 만반의 준비도 갖춰져 있으니 오늘은 귀찮게 하던 놈들을 일망타진할 수 있을 것이다.

상대가 누구인지 정확히 알 수는 없으나 지금까지의 상황으로 미루어 결코 무명소졸은 아닐 것이다. 따라서 한운거사 초지악이라는 성명과 외호가 또 한번 강호에 진동할 것이다.

그렇기에 입가에 웃음을 베어 문 것이다. 그 어느 누구도 감히 넘볼 수 없던 와룡곡에 전운(戰雲)이 감도는 초저녁이었다.

* * *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얼굴 창백한 계산원을 보고 손님이 한 행동 얼굴 창백한 계산원을 보고 손님이 한 행동
  2. 2 유럽인들의 인증샷 "한국의 '금지된 라면' 우리가 먹어봤다" 유럽인들의 인증샷 "한국의 '금지된 라면' 우리가 먹어봤다"
  3. 3 일타 강사처럼 학교 수업 했더니... 뜻밖의 결과 일타 강사처럼 학교 수업 했더니... 뜻밖의 결과
  4. 4 꼭 이렇게 주차해야겠어요? 꼭 이렇게 주차해야겠어요?
  5. 5 알고도 대책 없는 윤 정부... 한국에 유례 없는 위기 온다 알고도 대책 없는 윤 정부... 한국에 유례 없는 위기 온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