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광주전남 82개 단체 '국민행동' 발족

16일 저녁 대학생-시민 공동으로 500여명 촛불시위

등록 2004.03.16 20:48수정 2004.03.18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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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16일 광주 금남로 삼복서점 앞. 탄핵이후 이곳은 촛불시위가 벌어지는 고정된 장소로 인식되고 있다.

16일 광주 금남로 삼복서점 앞. 탄핵이후 이곳은 촛불시위가 벌어지는 고정된 장소로 인식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안현주


광주 금남로가 서서히 달아오르고 있다.

광주전남지역 82개 시민사회단체는 17일 탄핵정국과 관련한 '탄핵무효 부패정치 척결 광주전남국민행동'을 정식 발족시키고 촛불시위를 본격화할 방침이다. 지금까지 산발적이고 임기응변식으로 전개되던 촛불시위는 광주전남 시민사회단체가 모두 망라된 국민행동이 출범함에 따라 새로운 국면을 맞을 전망이다.

광주전남 국민행동 한 관계자는 "탄핵에 대한 시민들의 분노를 쏟을 수 있는 마당이 이제 본격적으로 펼쳐진다"며 "친노 반노의 문제가 아니라 민생을 외면하고 의회쿠데타를 저지른 16대 국회에 대한 전면적인 투쟁을 펼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광주 금남로 삼복서점 앞에서는 광주전남대학생공동행동 주최로 닷새째 촛불시위가 이어졌다. 300여명의 대학생들은 '민주수호' '탄핵무효'가 적힌 빨간색의 카드를 치켜 올리며 국회의 탄핵을 맹렬히 성토했다. '미친국회 몰아내자'라는 피켓도 선보였다.

"누가 그들에게 대통령 탄핵할 권리 줬나"

a  이날 촛불시위위는 탄핵무효, 민주수호 카드는 학생들의 손에서 시민들의 손으로 옮겨가기 시작했다.

이날 촛불시위위는 탄핵무효, 민주수호 카드는 학생들의 손에서 시민들의 손으로 옮겨가기 시작했다. ⓒ 오마이뉴스 안현주

어둠이 깔리면서 촛불이 손에손에 전해지고 천만인 서명운동에도 시민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이어졌다. 서명운동에 대한 설명을 따로 하지 않아도 저절로 찾아와 서명하는 모습들이었다.

백형진 조선대학교 총학생회장은 인사말에서 "그 누가 노 대통령을 탄핵할 권리를 줬느냐"며 "16대 국회가 국민에게 힘을 주는 국회였느냐"고 말했다. 백 총학생회장은 "기업에서 수백억씩 받아먹고, 자신들이 저지를 부정부패를 가리기 위해 탄핵을 저질렀다"며 "더러운 정치 썩은 정치가 대통령을 탄핵했다니 말이 안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나라당이 어떤 당이냐"는 그는 "광주학살로 들어선 한나라당에 대해서는 더 이상 말을 하지 않겠다"며 연설의 대부분을 민주당을 성토하는데 할애했다. 백 총학생회장은 "민주당은 5·18때 광주시민들이 흘린 피로 만들어진 당"이라며 "그런 당이 국민들의 손으로 만든 대통령을 탄핵했는데 4월 15일 표로 심판하자"고 맹공을 퍼부었다

대학생 새내기들도 무대에 올라 한나라당과 민주당을 격렬히 비난했다. 이세기(조선대)씨는 "국민을 위한 국회이냐, 자기들 이익을 위한 국회이냐"며 "자기들의 이익을 위해 대통령을 탄핵시키는 이 나라가 제대로 돌아가는 나라냐"고 주장했다.


자신을 '호남대 새내기'라고 소개한 한 학생은 "민주화의 성지인 도청앞에 모인 것 만으로도 뜻깊게 생각한다"며 "정치를 잘 모르지만 지금 돌아가는 정치는 말이 안 된다"고 소신을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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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흘째 이어진 금남로 촛불행렬



촛불시위 현장 찾은 시민들 "민주당, 광주 시민 피로 만들어진 당"

a  지금까지 임기응변식으로 진행되던 촛불시위는 17일 82개 단체가 참여하는 '광주전남 국민행동'이 정식 출범하면서 본격적이고 체계적으로 펼쳐질 전망이다.

지금까지 임기응변식으로 진행되던 촛불시위는 17일 82개 단체가 참여하는 '광주전남 국민행동'이 정식 출범하면서 본격적이고 체계적으로 펼쳐질 전망이다. ⓒ 오마이뉴스 안현주

촛불시위가 벌어지고 있는 금남로 현장에는 특히 나이가 지긋한 시민들이 시종일관 자리를 지키고 있어 눈길을 끌었다.

나흘째 촛불시위 현장을 찾았다는 서필례(63·화정동) 할머니는 "집에 있자니 너무 분통이 터져 매일 이 자리에 나오고 있다"며 "한나라당과 민주당, 자민련 의원들이 탄핵을 받아야지 왜 대통령이 탄핵을 받아야 하느냐"고 말했다.

서씨는 "힘이 있다고 억지를 부려도 너무 억지를 부린다"며 "배우지도 못한 사람이지만 이런 썩은 정치는 물러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 할머니는 "친구 3명과 같이 매일 나오고 있다"며 "앞으로도 매일 같이 나올 것"이라고 결의를 다지기도 했다.

월산동에 산다는 김하영(59)씨는 80년 5월 학살 당시를 회고하며 말문을 열였다. 김씨는 기자에게 "이곳이 5월 21일 발포가 이뤄진 장소"라며 "이 자리에서 흘린 피를 먹고 태어난 당이 민주당"이라며 민주당에 대해 분개했다. 당시 총을 맞고 쓰러진 사람을 병원으로 직접 옮겨 날랐다는 김씨는 "광주의 피를 먹고 자란 민주당이 어떻게 한나라당과 손을 잡을 수 있느냐"며 "광주의 자존심을 완전히 뭉개버린 것"이라고 거칠게 반응했다.

5월만 되면 당시 현장이 생각나 항상 울고 간다는 그는 "대학생들의 촛불시위를 잘 지켜야 한다"며 "앞으로도 계속 지켜보러 나오겠다"고 말했다.

광주전남 국민행동 한 관계자는 "광주의 촛불시위 숫자가 아직 적은 것은 80년 광주의 경험에서 나온 피해의식으로 생각된다"며 "탄핵반대가 압도적으로 높게 나타난 만큼, 본격적인 조직이 출범하게 되면서 광주도 서서히 달아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a  촛불시위를 마친 대학생과 시민들이 충장로 일대를 돌며 거리행진을 벌이고 있다.

촛불시위를 마친 대학생과 시민들이 충장로 일대를 돌며 거리행진을 벌이고 있다. ⓒ 오마이뉴스 안현주


이어 8시부터 광주전남국민행동 주최로 진행된 촛불시위. '탄핵무효', '민주수호'가 적힌 레드카드는 학생들의 손에서 서서히 시민들의 손으로 옮겨갔다. 분위기가 무르익으면서 학생들에 비해 시민들의 숫자가 늘어 500여명에 이르렀다.

촛불시위에 참여한 시민과 학생들은 8시30분경 충장로 일대를 촛불을 들고 거리행진을 시작했다. 거리행진 후 이날 촛불시위를 마무리지을 예정이다.

17일 저녁 7시에는 광주전남 범 시민사회단체가 참여하는 광주전남 국민행동이 같은 장소에서 촛불시위를 겸한 정식 발대식을 개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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