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띄워주며 사이좋게 노무현 비판

[한나라 대표경선 TV토론] 탄핵정당성 홍보 여당성토 일관

등록 2004.03.22 01:50수정 2004.03.22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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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KBS 시청자위원회 자유게시판에 올라온 네티즌의 글

KBS 시청자위원회 자유게시판에 올라온 네티즌의 글 ⓒ 지용민


우여곡절을 거쳐 21일 전격적으로 방송된 '한나라당 대표경선 5인 토론회'가 애초 약속과는 달리 노무현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에 대한 공격 일색으로 진행돼 네티즌의 거센 비판을 받고 있다.

탄핵역풍에 휘청거리는 거대야당의 새 얼굴을 보려던 시청자들은 후보들의 경륜과 도덕성보다는 여권성토 발언을 반복해서 청취했다. 다음은 한나라당 대표 후보자들의 토론회에서 한 발언 중 일부다.

탄핵 신중하게 처리했다. 후회없다 - 홍사덕
국론분열의 책임은 노무현 대통령에게 있다 - 홍사덕
이대로 가면 1당 독재다. 지금도 50석도 안 되는 의석으로 나라를 흔들었다 - 홍사덕
노 대통령 집권 후, 일자리가 오히려 줄었다. 민생이 파탄됐다 - 김문수
현 노무현 정부에는 북한인권 발언이 없다. 북한의 인권도 생각해야 한다 - 박진
한나라당 변하겠다. 마지막으로 한번만 더 한나라당에 기회를 달라 - - 박근혜


방송이 끝난 직후, 토론회를 중계했던 KBS의 <시청자위원회> 자유게시판 등에는 총선 상대당을 비난하고 공격할 기회가 어떻게 특정 정당에게만 주어질 수 있느냐는 내용의 비판글이 이어지고 있다.

이명재씨는 시청자위원회에 올린 글에서 "저게 대표경선 토론으로 보이십니까? 탄핵 정당성 설명하고, 노무현 대통령 욕하고, 열린우리당 헐뜯고…. 방송 시간으로 페어플레이가 불가능하다면 사회자에게 그런 사항들을 충분히 알려야 하지 않았을까요? 정말 실망이군요"라는 입장을 보였다.

강길성씨 역시 "한나라당의 대표후보자 토론도 좋지만 합동 대여 성토장으로 가는 것만은 제지를 해야 하지 않을까요? 이러다 한나라당 더 망신 당하는 꼴이 오지 않을까요? 이건 토론이 아니고 여당 성토장입니다"라는 의견을 올렸다.

정치웹진 <서프라이즈>에 글을 올린 한 네티즌은 "한 사람이 노 대통령의 실정 아닌 실정을 문제로 내고 상대가 해법을 내는 척하면서 노 대통령을 물고 늘어지는 식의 진행을 하고 있다"며 "자기들이 만든 탄핵정국을 노 대통령의 잘못으로 만들어진 것처럼 국민들의 판단을 흐리게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사회자, 타당 비난 말라고 주문만 해

후보토론회가 시작되면서 사회자는 다른 당과의 형평성을 고려해 다른 당을 비방하지 말 것과 대통령 탄핵과 관련된 미묘한 상황인 만큼 헌법재판소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발언은 절대로 삼가줄 것을 한나라당 후보자들에게 요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헌법재판소에 영향을 줄 발언이라 함은 '대통령 탄핵 관련' 발언이었으며, 사회자는 이를 자제할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홍사덕 후보를 비롯한 일부 탄핵을 주도한 후보들은 탄핵 정당성 '홍보'에 치중했다. 박근혜 후보가 현재의 국론분열에 대해 우려하는 질문을 던지자 홍사덕 후보는 "통합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 노무현 대통령에게 있다… 국회는 열린우리당이 탄생하기 전까지 잘 이루어졌다. 어느 날 열린우리당이 생긴 뒤부터 잘 안돌아갔다. 이제는 좀 바꿔야겠다"라고 대답했다. 비판의 대상이 된 노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에게는 해명의 기회가 주어지지 않은 상태였다.

한 후보가 현 상황에 대한 우려섞인 질문을 던지면 다른 후보는 이를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에 대한 공격의 소재로 삼는 토론이 처음부터 계속 진행됐다. 심지어 권오을 후보가 한나라당 지지율 폭락을 두고 '홍사덕 책임론' 제기하자 홍사덕 후보는 이를 열린우리당 공격의 소재로 삼기까지 했다.

권오을 : 최병렬 대표는 한나라당 지지율 폭락의 책임을 지고 사퇴한다. 홍사덕 후보 역시 총무로서 당 지지율을 폭락시킨 책임을 져야 할 사람인데 오히려 당 대표를 하겠다고 출마한 것은 자격에 문제 있다.

홍사덕 : 당연히 책임을 져야 할 대목이다… 그러나 국민들에게 드리는 메시지가 중요하다. 이대로 가면 1당 독재가 된다. 열린우리당이 50석도 안 되는 의석으로도 국회를 휘저었는데 앞으로 곤란하다. 국민들에게 호소를 해야 한다.


홍사덕 후보는 이에 만족하지 않고 권오을 후보를 공개적으로 비판하기까지 했다. 일부 언론에 소개된 권오을 후보의 '탄핵에 반대하지만 당론이어서 따랐다'는 보도에 대해 홍 후보는 "대통령이 불법발언을 했고, 불법을 계속하겠다는 의사표현을 했고 전 국민이 보는 앞에서 30분 동안… 그것을 보고도 탄핵에는 반대하지만 당론이라서 따랐다는 것은 문제다"라고 비판했다.

급박하게 토론회가 진행된 탓인지 사회자의 역할이 애매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5명의 후보들이 약속이나 한 듯이 타 당에 대한 비판과 헌법재판소에 영향을 줄 수 있는 '탄핵 정당'을 외치는데도 사회자는 적극적인 제지는커녕 "어쩜 씽긋씽긋 웃으면서 질문하고 대답을 하시는지 대단하다"는 등 '원활한 진행'에 무게를 뒀다는 지적이다.

경선 토론장에서까지 '대통령 책임론'

한나라당이 갑작스레 새 대표를 뽑는 이유는 지지율 폭락에 따른 위기감의 발로였다. 이대로 가면 총선에서 불리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던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후보자 TV 토론회가 당연히 여권을 공격하고, 대통령 탄핵을 정당화시키는 수단으로 이용될 것임을 쉽게 예견되는 대목이다.

열린우리당측은 방송사에서 토론회를 생중계하기로 방침을 정하자 '방송사 TV토론이 대통령 탄핵에 대한 헌재 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데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했다. 그리고 그 우려는 몇 시간 뒤 현실로 확인됐다. 열린우리당은 22일 방송 3사 등을 방문해 자신들에게도 공정한 방송기회를 요구할 방침이다.

토론을 지켜보던 한 네티즌은 "당 대표의 경륜과 비전은 찾아볼 수가 없었다. 경선 토론회에서까지 노 대통령과 여당에 대한 공격이 전부였다"며 "누가 당대표가 되든 대통령 발목잡기는 계속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23일 전당대회를 앞둔 상태에서 한나라당 후보들의 TV 토론은 22일에만 SBS, MBC, iTV에서 각각 방영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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