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조작해 생사람 잡은 검찰 고발합니다"

박용운 전 옥천서장, 현직 검사장 등 직권남용죄로 고소

등록 2004.03.24 11:30수정 2004.03.29 1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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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에 의한 사건 조작 나하나로 끝나야.." 박용운 전 옥천결찰서장
"검찰에 의한 사건 조작 나하나로 끝나야.." 박용운 전 옥천결찰서장심규상
지역오락실 업주로부터 뇌물을 받은 부패경찰관으로 몰려 억울한 옥살이를 했던 박용운(52) 전 옥천경찰서장이 당시 수사담당 주임검사 등 검찰과 사건 관련자 8명을 24일 대검찰청에 형사 고소했다.

박 전 서장은 이날 오전 대검찰청에 들러 당시 자신의 수사를 맡았던 김모 검사장과 이모 차장검사, 윤모 특수부장검사, 한모 주임검사, 양모 입회계장 등 5명을 직권남용죄와 무고죄, 불법 체포 감금죄, 피의사실 공표죄 등으로 형사 고소장을 제출하고 철저한 수사를 요구했다.

박 전 서장은 또 당시 억울한 누명을 씌운 구모씨 등 전 부하직원 등 3명에 대해서도 무고죄와 명예훼손죄 등으로 함께 고소했다.

그는 형사고소 이유에 대해 "검찰이 불법 수사나 수사 오류의 차원이 아닌 고의적으로 사건을 조작해 생사람에게 형사처벌을 가하는 횡포를 저질렀다"며 "검사와 부하 직원들을 법정에 세우지 않는 한 기막힌 사건내막과 조작 사실을 밝힐 수 없어 부득이 형사고소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밝혔다.

전직 경찰서장이 검찰간부 등 형사 고소한 사연

그는 이어 "대법원의 무죄확정판결 후에도 일부에서 '죄는 있는데 증거불충분으로 무죄를 받은 것'이라는 등 모함성 여론이 돌고 있다"며 "공개법정에 가해자들을 세워 실체를 다 밝혀낼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당시 대전지검 차장으로 이 사건을 총지휘했던 이아무개 간부검사는 지난 해 <오마이뉴스>와의 전화를 통해 "특수부에서 상당히 사명감을 갖고 했고 잘된 사건으로 기억한다"면서 "왜 무죄판결이 나왔는지 모르겠다"고 말한 바 있다.


박 전 서장은 지난 해 8월, 이렇다 할 사실 확인 없이 검찰의 신빙성 없는 주장을 확대 보도해 명예에 큰 손상을 입었다며 4개 언론사를 상대로 모두 3억9000만원의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박 전 서장은 지난 2001년 4월 옥천경찰서장 집무실에서 불법 강제연행 당한 후 뇌물수수죄로 구속돼 같은 해 1심에서 징역 5년, 2심에서 징역 2년 6개월과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았으나 지난 해 10월 대법원이 검찰의 수사과정에서 강압과 회유를 통해 허위 자백을 이끌어내고 일부 피의자 신문 조서를 허위로 작성했다며 무죄를 확정했다.


박 전 서장은 2년 6개월의 재판기간 동안 일관되게 검찰이 자신에게 뇌물수수혐의를 씌우기 위해 수사 과정에서 ▲강제연행 및 불법체포와 감금 ▲회유와 강압 ▲피의자 신문조서 위조 등의 불법 행위가 있었으며 특히 변호인 접견 교통권마저 차단 당했다고 주장해 왔다.

다음은 이날 박 전 서장과 가진 주요 인터뷰 요지.

- 그동안 어떻게 지내 왔나?
"대법원 무죄 판결 전까지는 사건 실체를 밝히기 위해 동분서주했다. 작년 10월 무죄판결이후에는 국가배상, 손배 소송 제기 등 권리 회복을 위해 법적 절차를 밟아 왔다. 개인적으로 험악한 국가공권력에 의해 피해를 당한 만큼 주변에 다시는 그런 사람이 없도록 작은 인권 분야에서의 역할을 모색 중이다."

- 무죄판결 이후 경과에 대해 말해 달라
"구속 이후 경찰청장의 파면처분을 해소하기 위해 서울행정법원에 무효확인소송을 제기했으나 원고기각판결(3월 15일)을 받았다. 파면청구소송은 가능하나 구속영장을 보고 파면한 것이 원인무효에는 해당하지 않는다고 본 것이다.

파면처분 이후 소청청구가 기각된 이후 90일 이후 취소소송을 제기했어야 하는데 구속 중이라 때를 놓쳐 취소청구소송을 제기하지 못한 때문이다. 앞으로 대통령 사면 외에는 다른 길이 없지만 사면까지는 언감생심 바라지 않는다."

- 국가배상청구는 했나.
"무죄판결에 따른 국가배상청구를 했고 억울한 옥살이에 따른 형사보상배상청구를 했다."

"'허위자백' 판결 받았지만 책임지는 검찰 없어"

- 그 외 소송도 제기한 것으로 아는데
"이 사건을 사실 확인 없이 악의적으로 보도한 4개 언론사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했고 오늘은 검찰과 검찰의 회유협박에 부화뇌동해 억울한 누명을 씌운 전 부하직원 등 가해자 8명을 무고죄와 직권남용죄 등으로 대검찰청에 고소했다."

- 검찰을 고소한 이유는 뭔가
"검찰은 불법수사나 수사오류의 차원이 아닌 고의적으로 사건을 조작해 생사람에게 형사처벌을 가하는 횡포를 저질렀다. 수사상 실수나 불법수사 정도라면 참을 수 있으나 그 정도를 넘어섰다. 담당 주임검사였던 한모 검사의 경우 이같은 범죄 사실을 스스로 자복하고 있다. 한 검사의 녹취록에 이같은 내용이 들어 있다."

- 또 다른 피해자 중 한사람인 부하직원까지 고소하는 이유는 뭔가
"불쌍한 부하직원이다. 하지만 이들을 굳이 고소해 법정에 세우려는 까닭은 왜 엄청난 거짓말과 조작으로 사람을 파멸시키려 했는지에 대해 그 이유를 법정에서라도 백일하에 밝히기 위해서다. 동정이 가는 것은 사실이지만 관련 검사와 그들을 법정에 세우지 않는 한 기막힌 사건 내막과 조작 사실을 밝힐 수 없어 부득이 형사고소하지 않을 수 없었다. 또 대법원의 무죄확정판결 뒤에도 일부에서 죄는 있는데 증거불충분으로 무죄를 받은 것이라는 등 모함성 여론이 여전히 돌고 있다. 공개법정에 가해자들을 세워 실체를 다 밝혀낼 것이다."

- 검찰 고소죄명에 '폭행 가혹행위죄'도 들어 있는데?
"가혹행위는 나에 대한 게 아니다. 검찰이 상대 피의자인 구모씨를 회유협박과 강압 등 가혹행위를 하여 허위 자백을 이끌어냈고, 참고인 박모씨를 검사실 세면바닥에 발가벗겨 놓고 음모를 뽑아내는 등 가혹행위를 한 사실이 있다. 이는 성 고문 증인신문 공판조서에도 들어 있는 내용이다. 성고문을 당한 당사자가 국가인권위에 제소했다고 들었다."

- '허위공문서작성죄'는 뭔가
"담당 주임검사가 나와 이모 피고인과 대질조사를 하지 않고 마치 대질 조사를 많이 한 양 피의자 신문조서를 허위로 꾸몄다. 허위라는 것은 대법원 판결문에도 판시하고 있다."

- 현재 박씨가 고소한 검찰 직원들은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아나
"당시 검사장은 변호사 개업을 했다고 들었다. 당시 차장검사는 검사장으로 승진했다. 수사주임검사는 여전히 현직 검사로 일하고 있다. 누군가는 반드시 책임져야 하지만 책임지는 사람이 단 한 사람도 없다. 조작 수사의 실체를 공개법정에서 밝혀 다시는 이같은 일이 없도록 하겠다."

-최근 이와 관련한 책도 출간한 것으로 아는데?...
"감옥에서 아내에게 보낸 옥중서신과 '언론보도의 관행과 피해실상', '사법처리 일지와 대법원 무죄판결'을 이끈 ‘법정 최후 진술’전문 등을 책으로 엮었다. 제목은 '감옥에 여울지는 소쩍새 소리'다. 기득권과 권력으로부터 비껴난 소외된 이들에게 정의와 양심의 소리로 다가갈 수 있기를 바라며 출간했다.서점을 통해서도 구입이 가능하지만 개인 홈페이지(www.yongwoon.com)를 통해서도 구입할 수 있다"

- 개인 홈페이지를 '인권지킴이'로 이름 붙였는데...
"무죄판결 이후 전국 수많은 사람들이 억울한 일을 당했다며 해결 방안을 문의해 왔다. 나 외에도 제도와 권력으로부터 피해를 받는 분들이 한 둘이 아니구나 절감하고 최근 홈페이지를 개설해 내가 겪은 사건 경위와 진실을 담아 놓았다."

- 현재 심경은?
"경찰간부로서 오랫동안 근무했다. 하지만 복직이 안 된다면 연연하지 않고 남은 인생을 또 다른 분야에서 더 보람 있고 뜻 있게 살고 자 한다. 비록 타의에 의해 경찰서장을 물러났지만 운명이라고 본다."

- 검찰에 하고 싶은 말은?
"의욕을 갖고 수사하는 것은 중요하다. 하지만 막강한 권한을 개인의 입신양명의 방편으로 삼을 경우 피수사 대상과 국민에게 엄청난 희생을 강요할 우려가 있다. 일부 잘못된 검사들이 인권을 희생양 삼아 출세의 방편으로 삼으려 한 의도를 간과할 수 없다.

모 검사의 경우 당시 총경 2명을 구속한 공로로 전국 최우수 수사 검사상을 수상했다. 점수 높아져 출세의 길이 활짝 열리는 듯했지만 무소불위 권력을 행사한 비리가 나의 무죄로 드러난 것이다. 나는 비록 이런 일을 당했지만 더 이상 공권력의 횡포를 부리지 말기를 간곡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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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천리 (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천천히, 우직하게 가려고 합니다. 말은 느리지만 취재는 빠른 충청도가 생활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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