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이 보이지 않는 벚꽃 산책로

오는 3. 27-3. 28일까지 '제주왕벚꽃 잔치' 열려

등록 2004.03.24 15:07수정 2004.03.24 1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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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우내 굳어있던 흙을 비집고 파릇파릇 돋아나는 새싹은 어느새 신록이 되어 간다. 벌써 계절은 3월 그 끄트머리에 와 있으니 형형색색의 꽃 소식에 눈이 부시다.

a 벚꽃 산책로를 따라서

벚꽃 산책로를 따라서 ⓒ 김강임

아스팔트 길 모퉁이에 자리잡고 있는 제주종합경기장의 서측 광장은 피어나는 벚꽃의 개화 소식으로 아침을 열었다. 여느 때 같으면 차들의 경적 소리로 시끌벅적 하겠지만, 파르르 이파리를 떨구면서 깨어나는 벚꽃의 아우성은 경적소리를 삼키고 있다.


서측 광장 산책로에 들어서니 하늘이 보이지 않았다. 흐드러지게 핀 개나리. 유채 꽃 그리고 벚꽃 사이를 걸어 보니 봄꽃의 향기에 취해 갈길을 잃었다.

a 꽃잎이 파르르

꽃잎이 파르르 ⓒ 김강임

성질 급한 놈들은 벌써 이파리를 열고 만개했으나 아직 늦잠을 자느라 준비를 못한 놈은 봉오리를 터트리지 못하고 계절을 기다리고 있는 모습이다.

a 유채꽃과 어우러진

유채꽃과 어우러진 ⓒ 김강임

유채 꽃으로 뒤덮인 산책로는 혼자서만 걸을 수 있을 정도로 오솔길이었다. 오솔길을 따라 가니 유채 꽃 향기가 코를 찌른다. 작은 키의 유채 꽃과 키가 큰 벚꽃이 오롯이 서 있는 모습은 마치 강자와 약자의 아름다운 세상의 조화처럼 여겨졌다.

다른 쪽 모퉁이로 발길을 돌리니 그곳에는 개나리가 오는 손님을 반긴다. 노랗다 못해 진노란 색으로 변해버린 개나리는 벌써 4월을 기다리는 듯 푸른 이파리의 새순을 틔우고 있었다. 개나리와 어우러진 벚꽃의 풍경 또한 한 폭의 그림이다.

a 개나리와 어우러진

개나리와 어우러진 ⓒ 김강임

산책로를 걷다가 잠시 걸어 온 길을 돌아본다. 좀더 시간 여유를 가지고 왔더라면 이 푸른 잔디 위에 누워서 두 팔을 벌리고 하늘을 바라보면 좋았을 것을….

산책로 끝까지 다 걷지 못하는 아쉬움을 접고 하늘 높은 줄 모르고 피어 있는 벚꽃의 꽃잎을 향해 카메라의 초점을 맞췄다. 여기 저기서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는 꽃잎은 수도 셀 수 없을 만큼 밤하늘의 별처럼 다가온다.


이곳 제주종합경기장에서는 오는 3월 27일부터 28일까지 '2004년 제주 봄꽃축제 왕벚꽃 잔치'가 열린다. 이 행사는 제주시 주최로 열리게 되며, 왕벚꽃잔치 조직위원회 주관으로 3월의 하늘을 수놓게 될 예정이다.

a 벚꽃속에 있으니 하늘이 보이지 않는다.

벚꽃속에 있으니 하늘이 보이지 않는다. ⓒ 김강임

초·중·고생들이 참여하는 환경그림대회와 폐품활용 모형 만들기를 화두로 열리게 될 '제주 봄꽃축제 왕벚꽃 잔치'는 제주향토음식경연대회와 가족과 함께 하는 무료 사진촬영 및 제주공예품 전시회를 비롯해 다양한 행사가 개최된다.

또 봄꽃 전시 판매로 봄꽃과 제주야생화, 난, 석부작 등을 판매할 예정이며 제주향토음식 전시와 함께 경연 대회도 열릴 예정이다.


특히 행사 기간 중인 3월 28일 제주종합경기장에서 '4·3 국제 평화마라톤 대회'가 열릴 예정이어서 봄꽃 속에 잊혀져 간 4·3의 영혼을 달래는 계기가 될 것이다.

흐드러지게 핀 벚꽃 꽃길을 걸어 보면서 봄의 향연에 흠뻑 취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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