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티즌들 "폭설 속 고립 30시간 국가가 배상하라"

'고속도로 대란' 네티즌 177명 첫 손배소송제기

등록 2004.03.25 13:01수정 2004.03.25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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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심규상
네티즌들이 폭설 피해에 대해 국가와 한국도로공사를 상대로 첫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 그동안 시민단체가 지난 5일 고속도로 마비상태로 고립된 피해자들을 모아 소송을 제기한 적은 있으나 인터넷 카페를 통해 피해자들이 스스로 원고인단을 구성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피해자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인터넷 카페 '3.5 고속도로대책'(cafe.daum.net/countermove) 회원 177명의 소송 대리인 박정일 변호사는 25일 국가와 도로공사를 상대로 총 4억1600만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서울중앙지법에 냈다.

박 변호사는 “피해자들이 총 고립시간 중 4시간은 참을 수 있는 시간으로 보고 이를 초과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시간당 10만원(노인, 여성, 미성년자는 15만원)의 위자료에 시간당 6547원의 소득손실 배상을 청구했다”고 밝혔다. 총 손해배상 금액은 1인당 평균 200여만원에 이른다.

‘천재’가 아니라 ‘인재’임을 입증하는 것이 관건

이번 소송의 쟁점은 두가지다. 첫번째는 이번 고속도로 마비 사태가 100년만에 내린 3월 최대 폭설이라 어쩔 수 없는 천재였는지 아니면 도로공사와 국가가 신속하게 대응했다면 막을 수 있는 인재인지의 여부, 두 번째는 피해자들의 정신적 육체적 고통에 대해 어느정도까지 위자료를 인정해 줄 수 있는가의 문제다.

원고측은 지난 5일 새벽 4시부터 이미 충청권에 대설주의보가 발령되어있었기 때문에 폭설로 인한 피해를 미리 예견할 수 있었고 아침 7시경부터 고속도로가 마비되어 있었음에도 7시간이 지난 오후 2시가 되어서야 고속도로 진입통제를 실시했다는 점을 들어 이번 피해는 명백한 인재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또 국가와 도로공사 측이 고립된 피해자들에게 음식물, 연료 등을 충분히 공급했어야 함에도 형식적인 구호 조치만 취해 고통을 가중시켰다고 주장했다.


손해배상 소송에서 승소하려면 피해사실과 시설물 관리자의 과실 사이의 연관성을 입증할 수 있어야 하고 구체적인 피해규모를 산출할 수 있어야 한다. 특히 국가배상법 5조는 도로, 하천 등의 설치와 관리에 공무원의 명백한 과실과 하자가 있는 경우에 한해 배상을 인정하고 있어 국가를 상대로 승소하기가 상당히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지난 98년 고양시 선유동 폭우 피해자들이 낸 소송에 대해 법원이 “200년 만에 한 번 꼴로 찾아오는 자연재해이고 하천 보수공사 하자가 입증되지 않았다”며 1심과 2심에서 모두 원고패소 판결을 내린 경우도 있다.


소송 대리인 “승소 판례도 많아 승소 가능성은 100% ”

박 변호사는 승소 가능성을 확신한다. 그는 “법원이 폭설 고립 피해를 100% 자연재해라고 보지는 않을 거라 승소 가능성은 100%”라며 “다만 물질적 손해가 발생한 것이 아니라 추위, 배고픔 등의 육체적 고통과 정신적 고통을 당한 것이기 때문에 이에 대해 얼마의 위자료를 지급해야 할 것인지가 문제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 변호사는 “지난 98년 지하철 2호선 전동차가 1시간가량 멈춰 고립되었던 피해자들이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승소해 시간당 10만원의 배상금을 받았다”며 “이외에도 98년 폭우로 인한 인명피해에 대해 수백년 만의 폭우일지라도 예견 가능한 경우에는 100%인재로 보아 건물주의 책임을 인정한 판례도 있다”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박 변호사는 이번 소송의 의미에 대해 “시민단체가 조직적으로 원고들을 모집한 것과 달리 이번 소송은 피해자들이 인터넷 카페에 모여 자연스럽게 소송을 준비하고 변호사가 결합한 것”이라며 “인터넷이 소액 다수 피해자들을 하나의 힘으로 모아 거대 기업이나 국가 등을 자신의 권리를 지키는 좋은 사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원고 측은 앞으로 피해자들의 추가 신청이 있을 경우 2차 소장 제출도 신중하게 검토하고 카페 게시판을 통해 소송 수행 중 쟁점이 된 부분에 대한 대응논리와 자료 등을 수집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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