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렉트릭 탱고

나의승의 음악 이야기 50- 고탄 프로젝트

등록 2004.03.30 20:13수정 2004.03.31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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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50년쯤 전, 예언자 '마호메트'의 후예들은 당시 서고트 족이 지배하던 서부 유럽과 전쟁을 치렀다. 그들은 전쟁을 하면서 종이 만드는 법만 전파한 것은 아니었다. 사라센과 서부 유럽의 문화는 서로 영향을 주고받게 된다.

사라센은 스페인의 이베리아 반도를 점령했다. 그때부터 그 땅은 동서 혼합문화의 흔적을 고스란히 안고 살아왔다. 스페인의 플라멩코가 이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다.


그때부터 약 750년 후인 1492년 콜럼버스의 신대륙 발견 이후, 서부 유럽의 욕망과 이기주의에 가득 찬 인간들은 신대륙을 폭력으로 정복한다. 비극으로 시작된 신대륙의 역사는 또 하나의 거대한 혼합문화를 간직하게 되었다. 중남아메리카는 음악 문화의 '보물창고'다.

신대륙의 아름다운 토속 음악은 수없이 발견되지만, 아르헨티나의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의 홍등가에서 자연 발생한 탱고에서는 플라멩코의 흔적이 발견된다.

많은 증거들 중에서 드라마틱한 분위기와 정과 동이 반복되는 숨가쁨이 공유되는 것 정도는 누구나 쉽게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또 달리 보면 플라멩코에서는 북부 아프리카에서부터 인도에 이르는 거대한 이슬람, 또는 유랑(방랑)문화의 흔적도 발견된다. 문화의 역사는 거대한 '패러디'라 할 수 있다.

최근 파리에서 흥미로운 음악이 하나 둘 전해져 온다. 디 제이(D.J) 라빈의 '붓다 바'의 경우 물가 비싼 나라에서 온 것이어서인지 가격이 비싼 편이긴 하지만 속이 가득 채워져 있다. D.J 믹싱(Mixing)의 음악이지만, 동양과 서양의 섞음(Mixing)이기도 하다. '오뜨 꾸뛰르'의 패션 쇼에 배경음악으로 등장할 것만 같은 분위기와 '앰비언트'등의 최근 유행음악의 분위기들과 무관하지 않은 음악, 그리고 세련된 맛을 갖춘 음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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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고탄 프로젝트'(Gotan Project)의 '탱고의 복수'(La Revancha del Tango)는 파리에서 날아온 또 하나의 화살이다. 화살에 묶여 있는 편지를 읽어보자. "우리는 평화를 원한다"가 그들의 첫 번째 이야기다.

파리와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음악가들로 구성된 '고탄 프로젝트'는 요즘 같은 약육강식의 전쟁 시대에 대해 할 말을 서슴지 않는다. 여기서 그들은 은유를 통해 평화를 기원한다.


그러면서도 그들의 음악은 작렬하는 태양 빛 속에서 움직이는 원색의 야한 수영복을 연상하게 한다. "전통적인 탱고 더하기, 펑키 그루브 더하기, 일렉트릭 곱하기, 아르헨티나의 언어"라고 설명하면 어떨까.

신대륙과 구대륙의 만남, 그리고 전통적 탱고에 대한 신세대식 재해석, 그것 역시 흥미로운 '패러디'다. 그리고 여덟 번째 음악, '파리의 마지막 탱고'를 듣게 될 때쯤이면 그들의 분위기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일렉트릭 탱고'의 '고탄 프로젝트', 탱고는 신선하게도 이제 고탄 프로젝트에 의해서, 그런 모습도 갖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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