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우
오늘은 누나와 함께 소아과에 다녀왔다. 매형 대신 누나와 동행하면 남편으로 오해를 받는 것이 억울하기도 하지만, 그래도 예쁜 조카들과 함께 나가는 건 내게도 즐거운 일이다. 이것도 먼 훗날 사랑 받는 남편이 되기 위한 준비 과정이라고 여기면 되니까.
윤서의 비강 구조상 축농증이 생기기 쉽다는 진단을 받았기 때문에 종종 누나와 소아과에 갈 일이 생기곤 했다. 역시나 오늘도 윤서는 콧속 깊숙이 고여있는 콧물을 빼내는 기계를 들이밀자 귀신같이 기계의 용도를 알아채고 울음을 터뜨리기 시작했다.
눈물과 콧물이 범벅이 돼 온몸을 비틀며 울어 젖히는데, 여의사와 누나로는 도저히 역부족이었다. 또 다른 간호사의 손을 빌려 윤서의 얼굴을 고정시키고 나서야, 비로소 콧물을 빼낼 수 있었다.
눈물범벅이 된 얼굴로 “엄마~”를 애처롭게 불러대는 윤서를 볼 때면 나는 가끔 ‘세상의 모든 엄마의 위대함’에 고개가 절로 숙여진다. 나 또한 과거에 윤서처럼 엄마를 찾았으리라. 내 자의식이 생기면서부터 엄마를 외쳤으리라. 이제 자랐다고, 이제 다 컸다고 그렇게 내 울음을 달래줬던 어머니를 소홀하게 생각하는 건 아닌지….
누나는 요즘 몸이 열 개라도 모자라다. 윤서의 연년생 동생 혜서까지 누나의 손길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우유를 타고, 밥을 차리고, 방을 치우고, 새벽까지 자지 않는 혜서를 재우기 위해 씨름하고…. 휴…. 옆에서 지켜보면 남편이 멀리 있는 누나가 때때로 안쓰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