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형근, '음지'에서 운동하고 '양지'를 지향?

[4·15 총선격전지 ⑦ 부산북강서갑] 이철 우세 속 정형근 맹추격

등록 2004.04.07 18:33수정 2004.04.12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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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이철 부산 북강서갑 후보가 6일 한 아파트 앞에서 열린 개인연설회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왼쪽) / 정형근 한나라당 부산 북강서갑 후보가 7일 오후 구포시장 앞에서 열린 개인연설회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이철 부산 북강서갑 후보가 6일 한 아파트 앞에서 열린 개인연설회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왼쪽) / 정형근 한나라당 부산 북강서갑 후보가 7일 오후 구포시장 앞에서 열린 개인연설회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부산 북강서갑은 이번 총선에서 전직 공안검사와 정치사형수의 대결로 전국적 관심을 끌고있는 지역구다.

현역 의원인 정형근(59) 한나라당 후보는 옛 안기부 출신으로 부산 북강서갑에서만 15, 16대 국회의원 배지를 연거푸 달았다. 이에 도전하는 이철(56) 열린우리당 후보는 민청학련 의장 출신으로 지난 74년 유신 치하에서 사형선고까지 받았다.

이처럼 서로 상반된 길을 걸어온 두 사람이 오는 15일 건곤일척의 승부를 가르기 때문에 전국 유권자의 이목이 자연스럽게 북강서갑으로 쏠리고 있는 것. 두 사람의 유일한 공통점은 '서울대 출신'이라는 점밖에 없다.

북강서갑 지역구는 지난 2000년 16대 총선까지만 해도 난공불락의 요새였다. 정형근 의원은 16대 총선에서 한나라당내 전국 1위의 득표율(4만8104표, 76.6%)을 자랑하며 당당히 국회로 입성했다. 당시 시민사회세력의 낙천낙선운동 '1급 대상자'로 지목됐음에도 불구하고 놀라운 기록을 수립해낸 것이다.

그러나 이번 선거에서는 양상이 180도 바뀐 상태다. 열린우리당이 북강서갑을 '전략지역구'로 선정, 이철 후보를 내려보내면서부터 흔들리기 시작한 표심은 탄핵 정국으로 급격하게 반한나라당으로 돌아섰다. 여기에 끊임없이 제기돼온 정 후보의 '반인권 전력' 시비도 확대재생산 되는 추세여서 현재 정 후보는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은 그 동안 각종 언론이 보도한 여론조사 결과만 보더라도 확연하게 드러나고 있다. 지난 3월 21일부터 31일까지 모든 여론조사에서 이 후보가 정 후보를 최소 15% 이상 앞서가고 있다.

3/21 KBS-MR (우)이철 40.4 (한)정형근 21.8 (무)도희윤 6 (자)노태석 4.5 (무응답 26.7)
3/24 SBS-TNS (우)이철 44.8 (한)정형근 26.4
3/25 KBS-MR (우)이철 48.2 (한)정형근 24.8 (무)도희윤 3.5 (자)노태석 2.3 (무응답 21.2)
3/27 <조선>-갤럽 (우)이철 41 (한)정형근 27.1 (무)도희윤 3.2 (자)노태석 0.8 (무응답 27.5)
3/28 MBC-KR (우)이철 40.6 (한)정형근 21.7
3/31 SBS-TNS (우)이철 46 (한)정형근 26.4
3/31 KBS-MR (우)이철 43.3 (한)정형근 28.3 (무)도희윤 2.1 (민)박희동 2.1 (무응답 23.4)



정 후보 캠프도 현재 '열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는 점을 자연스럽게 인정하고 있다. 정 후보 캠프의 한 관계자는 "자꾸 북강서갑을 격전지로 언론에서 보도하는데, 사실 여론조사 결과만 보더라도 여기는 격전지가 아니다"라며 "확실히 지고 있다"고 말했다.

a 정형근 한나라당 부산 북강서갑 후보가 7일 오후 구포시장 앞에서 연설회를 가진뒤 시장을 돌며 유권자들과 악수하고 있다.

정형근 한나라당 부산 북강서갑 후보가 7일 오후 구포시장 앞에서 연설회를 가진뒤 시장을 돌며 유권자들과 악수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정 후보, 언론 인터뷰 등 일체 '회피'... 철저한 맨투맨 호소


'난공불락의 요새'가 거의 무너진 상황에서 이철, 정형근 두 후보의 선거운동 행보도 사뭇 다르다.

이철 후보는 '민주화운동 경력'을 최대한 내세우며 지역 주민들을 만나고 있다. 여기에 정동영 의장, 김근태 원내대표 등 당 지도부도 부산을 찾을 때마다 북강서갑에 들러 이 후보에 대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민주주의 수호'를 선거 슬로건으로 내세운 열린우리당 답게 반인권 전력을 가진 후보는 확실히 떨어뜨리겠다는 계산이다.

이 후보가 이처럼 '양지'에서 선거운동을 하는데 반해, 정 후보는 정반대의 행보를 보이고 있다. 옛 안기부 출신 답게 "음지에서 선거운동하고 양지를 지향한다"는 작전이다.

정 후보는 현재 선거운동에 필요한 일부 방송연설을 제외하고는 모든 언론과의 인터뷰를 철저히 피하고 있다. 인터뷰나 기사가 나갈 때마다 따라붙는 '공안검사'라는 꼬리표가 상당히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정 후보 캠프의 한 관계자는 "언론들이 모두 기사를 내보낼 때 '정치사형수와 공안검사의 대결'이라는 점만 부각시켜 언론과의 인터뷰는 일체 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대신 정 후보는 본인이 직접 아파트촌과 상가를 돌며 지역 바닥을 훑고 유권자들을 직접 만나는 '맨투맨' 호소를 하고 있다.

공안 전력에 대한 상대후보의 선전에 대해서도 정 후보측은 맞대응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정 후보측은 경제 문제에 집중, 자신이 북구 경제 살리기의 적임자임을 유권자들에게 알리는 선거전략을 쓰고 있다.

a 이철 부산 북강서갑 후보가 6일 오후 유권자들과 악수를 하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이철 부산 북강서갑 후보가 6일 오후 유권자들과 악수를 하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열린우리당, 승리 낙관... 정 후보 '경제살리기' 공약 얼마나 먹힐까?

그러나 정 후보의 뒤집기 시도에도 열린우리당은 승리를 낙관하고 있다. '탄핵풍'으로 급상승한 지지율이 '노인풍'으로 일부 빠졌더라도, 여전히 북강서갑은 영도 지역구와 함께 부동의 '우세' 지역으로 꼽히고 있다.

다만 북강서갑의 지역 특성상 정 후보의 '경제살리기' 공약이 유권자들의 지지를 얼마나 얻을 수 있느냐에 따라 예측하지 못하는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 북강서갑은 부산에서도 경제가 가장 낙후된 오지로 인식되는 지역. 정 후보가 경제에 집중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정 후보측 한 관계자는 "북강서갑은 부산에서도 가장 낙후된 곳인데, 지역 주민들에게 정치사형수니 공안검사니 하는 얘기를 하면 주민들이 욕한다"며 "오히려 정 후보는 그런 정치적인 문제보다 경제살리기에 집중하고, 경제 관련 공약으로 유권자들을 집중 공략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북강서갑에는 이철, 정형근 후보 외에도 박희동(민주), 노태석(자민련), 도희윤(무소속) 후보가 출마했으나 지난달 31일 이전 여론조사에서 모두 3%에 못 미치는 지지를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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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오마이뉴스 입사 후 사회부, 정치부, 경제부, 편집부를 거쳐 정치팀장, 사회 2팀장으로 일했다. 지난 2006년 군 의료체계 문제점을 고발한 고 노충국 병장 사망 사건 연속 보도로 언론인권재단이 주는 언론인권상 본상, 인터넷기자협회 올해의 보도 대상 등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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