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열린 공무원, 교사의 정치활동 보장 촉구결의대회. 개정 집시법 대응 연석회의 소속 한 시민단체 회원이 경찰의 과잉대응을 감시하기 위한 '집회장 인권침해 감시단(가슴에 노란색 목걸이)' 활동을 하고 있다.김진석
10일 광화문에서 열린 공무원, 교사들의 정치자유 보장 촉구 결의대회. 집회 '지킴이'들이 등장했다. 개정집시법철폐 대응 연석회의(이하 연석회의) 소속의 시민단체 회원들이 '집회현장 인권침해 시민감시단'이라고 쓰여진 노란색 아이디카드를 목에 걸고 집회장을 '감시'하고 있었다. 3월부터 발효된 개정집시법에 따라 경찰의 과잉대응을 감시하고 참석자들과의 마찰을 조정하기 위해서다.
연석회의의 주제준 상황실장은 이들 감시단에 대해 "선거 후 집시법 재개정 운동과 헌법소원 논의를 위해 현장을 직접 다니면서 사례를 취합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특히 소음규제를 한 것은 가장 악의적이라고 성토했다.
주 실장은 "아직 구체적인 시행령은 나오지 않았지만 논의되고 있는 80데시벨로 한정할 경우 이는 5명 정도가 모여 떠드는 수준의 규제"라며 "마이크 사용도 하지 말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말했다.
| | | 개정집시법의 위헌 논란조항 | | | | ▲집회신고서 제출기간을 720시간∼48시간으로 제한해 수개월 전부터 장소를 공지해야 하는 대규모 집회를 제한한 것 ▲집회에서 폭력이 발생할 경우 남은 집회 시위를 금지통고 할 수 있도록 해 사소한 충돌만으로도 집회를 금지하고 자의적 운영으로 악용될 가능성이 높은 점 ▲서울시내에만 무려 2229개나 있는 초중고교나 시내에 인접한 군사시설 주변 집회를 금지조치한 규정 ▲외교기관 주변 집회 중 대규모 시위로 확산될 우려가 없거나 휴일에 열리는 집회만 허용하는 규정 ▲관한 경찰서장에게 고속도로와 전국 95개 주요 도로행진 허용 판단권을 부여한 규정 ▲소음에 대해 규제해 집단함성이나 확성기 사용중지 명령을 가능케 한 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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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11월 민주노총의 화염병 사용 논란 이후 급물살을 탄 집시법 개정. 새 집시법은 사실상 집회 신고제를 허가제로 바꾸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또한 어떤 정당도 개악 집시법에 대해 당론으로 반대를 표명하지 않아 시민단체들은 "모든 국회의원들을 낙천대상에 넣어야 할 지경"이라고 지적했다.
연석회의측은 "열린우리당 의원 일부가 막아보겠다는 의지를 보이긴 했지만 법사위를 통과할 때 그 의원들 마저 나타나지 않았다"며 "현재 한나라당, 민주당, 자민련은 개정에 반대하고 있고 열우당은 소극적이나마 개정의 필요성에 동의하고, 민노당은 적극적으로 개정을 주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야간집회를 금지하고 있는 개정 집시법에 따라 탄핵반대 촛불문화제를 주최한 범국민행동의 집행부에 대한 경찰의 불구속 수사는 계속되고 있다. 이에 대해 손호철(서강대 정치학) 교수는 열린우리당 정동영 대표에게 선거 이후 집시법 개정을 당론으로 공식화할 것을 요구했다.
"정 의장은 촛불집회에 대해 시민들의 자발적이고 평화적인 의사표현이었다며 경찰의 위법성 주장을 비판했다. 하지만 그는 집시법 개정안에 찬성표를 던졌다. 자기에게 유리한 것은 합법이고 불리한 것은 불법이라고 하는 이중적 사고를 보여주었다. 이에 대해 공식사과하고 총선 뒤 열우당이 나서서 재개정을 하겠다는 것을 약속해야 한다."
안병진 박사는 "9·11 테러 이후 서구 자유주의 정권의 보수성이 강화되면서 집시법이나 반테러법안을 통해 시민들의 의사표현을 가로막고 있는데 참여민주주의의 확대를 내세운 노무현 정부도 이러한 흐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고 설명했다.
잔디공원 돼버린 시청 앞 광장 "들어가지 마시오?"
3·1만세 운동 이후 약 한 세기가 지나는 동안 국민의 육성이 모아진 서울 시청 앞 광장. 그 곳에 사람 대신 잔디가 들어섰다. 광장역사의 산실이 '녹색'으로 뒤바뀐 모습을 바라보는 시민의 마음은 우울하다. 잔디밭은 '들어가지 마시오' '밟지 마시오'라는 금지구역으로 익숙하기 때문이다. 지난 월드컵 때처럼 온몸의 무게로 방방 뛰고, 지난 탄핵무효 촛불집회 때처럼 자전거와 인라인스케이트를 타고 시청 앞 광장을 질주할 수 있을까.
서울시는 시민에게 광장을 돌려주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시민공모로 제안된 '빛의 광장'안을 폐기시킨 채, 정도 600년을 기념해 매년 열리고 있는 서울시 주최의 '서울시민의 날 행사(하이서울페스티벌)'를 위해 잔디광장으로 급조했다.
이에 시민단체, 건축인 등으로 구성된 공대위가 꾸려져 거세게 항의하고 있다. 이상헌(건국대 건축역사학) 교수는 "전세계적으로 광장에 잔디가 심어진 경우는 없다"며 "비움이 광장의 공간미학"이라고 말한다. 또한 문화사회연구소 류승준 연구원은 "광장은 텍스트이고, 그 텍스트의 콘텐츠는 시민"이라고 말한다. 광장의 내용을 채우는 주체는 시민이라는 얘기다.
시민이 자발적으로 열어 가는 직접민주주의의 광장은 현재 '눈치'를 보고 있다. 개정된 집시법, 선거법으로 입조심에 사람조심을 하지 않을 수 없는 형편. 탄핵무효 촛불문화제를 주도한 범국민행동의 박석운 집행위원장은 "인터넷과 광장을 통해 시민들의 정치적 주장과 욕구는 다양한 방식으로 표현되고 있는데 법과 제도는 오히려 후퇴하고 있다"며 "하지만 역사적에서 시민은 정부의 제약이 커지면 커질수록 광장의 문을 더 크게 열어 제쳤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