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 열린 집시법연석회의의 '집시법 소음규제 입장발표' 기자회견에서 박석운 전국민중연대 집행위원장이 마이크를 들고 발언을 하고 있는 사이, 소음측정기는 86.1 데시벨을 기록했다.권박효원
문제는 이 '기준'이 80데시벨 수준이라는 것. 두 사람의 대화소리가 60데시벨임을 감안할 때, 확성기를 쓰면서 80데시벨 이하로 집회를 연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렇다고 육성으로만 집회를 진행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실제로 지난 20일 열린 집시법연석회의 기자회견에서 소음측정기는 대부분 80데시벨 이상의 소음치를 기록했다. 마이크와 이동식 앰프시설만 사용한 결과다.
개정 집시법은 집회 금지장소도 대폭 확대했다.
11조에 따르면 '국회의사당, 각급 법원, 헌법재판소 공관, 대통령 관저, 국회의장 공관, 대법원장 공관이나, 헌법재판소장 공관, 국무총리공관(행진은 제외), 국내주재 외국의 외교기관이나 외교사절의 숙소(기능을 침해할 우려 없는 경우 제외)' 100m 이내 장소가 집회금지다.
12조는 "대통령령이 정하는 주요도시의 주요도로에서의 집회 또는 시위에 대해 교통소통을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 이를 금지할 수 있다"고 정했다.
또한 18조에 따르면 "학교시설이나 군사시설 주변지역으로 집회 또는 시위로 인하여 학습권, 시설이나 군작전 수행에 심각한 피해가 발생할 경우, 타인 주거지역이나 유사한 장소로서 집회 또는 시위로서 재산·사생활에 현저한 해를 입힐 우려가 있는 경우" 등에 경찰은 집회신고서를 접수한 후에도 주최단체에게 금지통고를 할 수 있다.
개정집시법은 야간집회도 금지하고 있다. 총선정국에서 '탄핵무효 촛불문화제'가 금지된 것도 이 때문이다. 따라서 당시 이 행사를 주최한 범국민행동 집행부에 대한 경찰의 불구속 수사는 계속되고 있다.
하지만 이는 직장인들에게는 사실상 평일날 집회에 참가할 자유조차 허용하지 않는 '황당한 법조항'이라는 지적이 많다.
"집회 개념상 장소 점거·소음 발생 당연, 헌법이 용인한 것"
새 집시법의 집회규제 조항들은 시민불편을 줄인다는 측면도 있다. 지난해 이라크 파병, 비정규직 문제 해결, FTA 비준 반대 등의 문제로 서울 시내에서 크고 작은 시위가 이어졌고 몇몇 집회에서 격렬한 충돌이 발생한 터라 "집회가 너무 많아 불편하다"는 여론도 있다.
그러나 집시법연석회의는 이에 대해 "집회 개념 자체가 '다수 군중이 모이고, 모인 사람들끼리 또는 주변 시민들에게 의사를 표시하는 것'인만큼 일정한 장소를 점거하고 소음이 발생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반론을 펼친다. 헌법은 집회시위 자유를 보장하는 순간 이미 소음발생 등의 용인을 전제로 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또한 집시법연석회의는 집회에서의 '피해'가 단시간적이고 일시적이라고 설명한다.
소음의 경우, 환경부에서도 "'소음진동규제법'은 활동행위가 지속적이고 시설이 설치된 규제대상에 대해 개선조치하는 것으로 일시적으로 소음이 발생하는 집회시위에 적용하기 곤란하다"는 유권해석을 내린 바 있다.
집시법연대회의는 "결국 새 집시법이 촛불대회 등 평화적이고 다양한 방식의 집회가 정착하는 이 시점에서 새 집시법은 불필요한 마찰을 불러 일으킨다. 이후 책임을 피하기 위해 주최단체를 드러내지 않는 게릴라성 시위가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