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1월 12일 국회 앞에서 열린 민주노총의 `노무현정권 규탄 총파업 결의대회`에서 고 이용석씨 조합원의 영정사진을 들고 시위를 벌이는 노동자들오마이뉴스 권우성
새주인을 기다리고 있는 국회의사당을 청소하느라 바쁜 손을 놀리고 있는 박아무개씨는 비정규직 노동자다. 국회가 용역 계약을 맺고있는 청소업체에 소속되어 작년 5월부터 국회 청소일을 해오고 있지만 적은 임금에 아파도 해고당할까봐 쉬지도 못한다. 1년마다 계약을 갱신하는 처지라 퇴직금은 물론 4대 보험 혜택도 없다.
“기자양반한테 내 처지 늘어놓아도 뭐 바뀌는 것 있겠어? 괜히 (업체로부터) 불이익이나 받을지 모르지.”
박씨는 비정규직 차별 문제는 이미 체념했다는 투의 말을 남기고 남은 구역 청소를 해야한다면 자리를 떴다. 현재 국회에는 용역업체를 통해 고용된 김씨와 같은 비정규직을 제외하더라도 직접 고용된 비정규직의 노동자 규모가 600여명에 이른다.
이들은 국정감사 인턴, 도서관 일용직, 행정 보조, 조경 업무 등에 종사하고 있다. 평균 월급은 100만원 정도에 불과하고 특히 일용직의 경우 일한 날 수에 따라 임금을 받기 때문에 받는 일거리가 없는 날을 감안하면 받는 돈은 더 줄어든다.
억대가 넘는 연봉과 각종 특권을 누리는 국회의원들과 고용 불안에 시달리면서도 쥐꼬리만한 월급이 손에 쥐어지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처우. 17대 국회의 개원을 기다리고 여의도의 이중적인 풍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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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에 비정한 나라 대한민국
대한민국은 비정규직에 비정한 나라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비정규직에 대한 해고 등 법적보호 장치가 가장 허술하기로 두 손가락 안에 꼽힌다.
작년 11월 노동부가 세계은행 그룹이 발표한 ‘노동자 고용과 해고’ 보고서를 기초로 각국의 고용관련법 등을 비교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한국은 OECD 29개국 가운데 두 번째로 비정규직의 고용과 해고가 쉬운 국가로 분류됐다. 한국의 비정규직 고용규제 지수는 33(수치가 높을수록 규제법안이 강력하다는 것을 의미)으로 OECD 평균보다 한참 낮은 수치를 보였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급격하게 불어나기 시작한 비정규직의 문제는 더 이상 해결을 미룰 수 없을 만큼 심각한 상태로 방치되고 있다.
2003년 말에는 근로복지공단 비정규직 노동자 이용석씨가, 2004년 벽두에는 현대중공업 하청 노동자 박일수씨가 비정규직 차별철폐를 외치며 분신자살했다. 비정규직 차별 해소를 약속하며 집권한 노무현 정부 1년동안 벌어진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