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중지세! 은평을 폭풍전야

[D-1 격전지 르포] 20~60대의 민심을 듣다

등록 2004.04.14 20:00수정 2004.04.15 1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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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부터 시작된 제 17대 국회의원 선거 운동은 14일 자정을 기해 모두 끝난다. 이제 모든 심판은 국민들의 손으로 넘어갔다. 사진은 이번 17대 총선에 출마한 은평을 후보들의 선거 포스터다 ⓒ 김진석

"우리당이 좋은 것도 정동영 의장이 이쁜 것도 아냐! 하지만 뽑아놓은 대통령은 살려 놓고 봐야 되지 않겠나.

"고민 할 것 뭐 있나? 지역구인 만큼 인물은 이재오에 당은 우리당에 투표하면 되는 거 아냐?"

백중지세(伯仲之勢)! 한나라 이재오(58) 의원과 우리당 송미화(42) 후보가 접전을 벌이고 있는 초접전지 은평을의 유권자들은 전망을 묻는 질문에 한 마디로 답했다. 선거를 하루 앞 둔 은평을은 폭풍 전야처럼 긴장감이 감돌았다.

유권자들은 민심을 취재하는 기자에게 연신 '순수한 목적으로 묻는 것이냐?' 고 반문하며 좀처럼 속내를 드러내려 하지 않았다. 은평을 상가 어디를 가든 선거 보도를 알리는 TV가 켜져 있었으며, 그늘 아래 모인 주민들은 신문을 탐독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기자가 만난 은평을 유권자들은 "이 곳은 하루 벌어 하루 먹고살기도 급급한 지역이다. 왜 그리 언론이 호들갑스러운지 모르겠다"면서, "조용히 소신껏 투표 할 것" 이라고 차분히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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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오의 인지도냐, 송미화의 탄핵 심판이냐


"세대별 투표 참여율 차이 드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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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합동 토론회에서 만난 한나라 이재오 후보와 열린우리당 송미화 후보가 서로 악수를 하고 있다. ⓒ 김진석

불광, 역촌, 연신내, 구산역 등의 역세권을 돌며 20대부터 60대까지 각 연령별로 10인의 유권자를 만났다. 은평을 또한 20-30대의 표심이 적잖은 변수로 작용 할 전망이다. 40-60대가 90%로 투표 참여 하겠다고 밝힌 반면, 20-30대 유권자들은 60% 정도만 투표 의사를 밝혔다.

연신내에서 만난 이원영(27)씨는 "탄핵은 당연히 반대한다. 하지만 현 상황에서 탄핵심판론이 표심에 큰 영향을 끼치진 않을 것" 이라며 "시간이 흐르면서 정치에 무관심한 젊은이들이 성향이 다시 되살아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불광동에서 가계를 하고 있는 김혁(60, 가명) 씨는 "정동영 발언 후 폭풍이 여전히 거세다. 지지하는 당을 떠나 오히려 개인을 중시하는 젊은이들보다 공익을 중시하는 우리 세대가 더 적극적으로 투표에 참여 할 것" 이라고 예측하며 "결국 젊은이들의 투표 참여율이 본 선거의 변수가 될 것" 이라고 지적했다.

최수근(37, 자영업)씨는 "시간이 흘러 탄핵 거품도 많이 빠졌다. 지금으로선 냉정하게 헌재의 재판을 기다리는 게 최선이지 않겠는가?" 라며 "인물이든 당이든 결국 '미래' 를 보고 뽑을 것이다. 1인 2표제로 인해 민주노동당의 선전이 예상된다" 고 말했다.

공인중개사 박환수(45, 가명) 씨는 "탄핵심판론이 정동영 의장 발언 후 원점으로 돌아갔다, 좋은 말도 여러 번 들으면 질리는데, 하물며 좋지도 않은 말이 그리 반복되는데 누가 환영하겠는가?" 라며 "탄핵을 잊겠다는 건 아니다. 탄핵안의 경우 표심을 결정짓는 다른 여러 요소 인물, 정책, 비전 등 그 중 하나에 불과할 것" 이라고 답했다.

"그래도 일단 대통령은 살리고 봐야..." VS "인물은 이재오, 당은 우리당."

"무슨 의도로 물어보는 겁니까? 전 아는 것도 없고 말하고 싶지도 않습니다!"

투표일을 하루 앞둔 은평을 유권자들의 표정은 굳어있었다. 민심을 취재하는 기자의 질문에 은평을 주민들은 말과 표정을 아끼며 좀처럼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구자영(55, 가명) 씨는 "실은 나도 알고 싶어 죽겠다. 하루에도 수 십 번씩 바뀌는 게 이 바닥 민심이다" 며 "상황이 첨예하게 대립되고 있다는 걸 기자가 더 잘 알지 않는가? 합동유세가 없어지면서 주민들과 솔직히 편하게 얘기 할 수 있는 기회가 사려져 답답하다" 고 토로했다.

"일단 뽑아놓은 대통령인데 어쩌겠는가? 제대로 일 할 수 있는 기회를 국민이 줘야 마땅하지 않겠는가? 대통령을 평생 하는 것도 아니고 우리가 뽑은 이상 끝까지 믿어줘야 한다"

택시운전을 하는 최재동(58) 씨의 우리당 송미화 후보 지지론이다. 최씨는 "한나라당은 그간 충분히 해먹었다. 내가 돈이 있고 힘이 있다면 왜 한나라당을 지지하지 않겠냐"면서,"결국 대통령이 힘이 있어야 나라가 안정되고 나같이 힘없는 서민들이 잘 살수 있지 않겠는가? 그것이 우리당을 지지하는 차선의 근거"라고 밝혔다.

"탄핵은 헌재가 판단 할 것이기에 본 선거와는 무관하다. 지역구를 뽑는 것 인만큼 인물은 이재오에 당은 우리당에 투표하면 공평한 것 아닌가?"

문구점을 하는 신석주(69, 가명)씨의 한나라 이재오 후보 지지론이다. 그는 "우리당도 대통령도 똑같이 돈을 먹지 않았나? 만약 노대통령에게 더 큰 힘과 능력이 있었다면 이회창 못지 않게 돈을 먹었을 것이다. 그것이 정치판이지 않는가?" 라며 "그 누구보다도 은평 지역을 가장 잘 알고 발전시킬 수 있는 인물을 뽑아야지, 단지 한나라당이라는 이유만으로 무시하는 건 합리적이지 못하다" 고 덧붙였다.

은평을 유권자들은 서로 단 한 치의 양보도 없었다. 17대 총선 D-1일. 결과를 기다리는 은평을에는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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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자정을 기해 선거 운동은 끝난다. 4월 15일 국민들은 4년을 책임질 국회의원을 뽑게 된다. ⓒ 김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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