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싹쓸이가 지역 발전에 도움 되나"

김형준 대구시의원 시정질의에서 일당독점 체제비판

등록 2004.04.21 14:08수정 2004.04.21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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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김형준 대구시의원

김형준 대구시의원 ⓒ 오마이뉴스 이승욱

대구시의회 한 의원이 임시회 시정질의에서 대구지역의 '한나라당 싹쓸이'에 대한 대책을 지적하고 나서 '화제'가 되고 있다.

지난 4·15 총선에서 한나라당이 대구 12석을 석권한 것과 관련, '일당 독점체제가 지역 발전에 도움이 되느냐'는 요지의 이번 시정질의는 지역 정가에서도 '미묘한'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이번 질의의 주인공은 최근 열린우리당에 입당한 김형준(58·비례대표) 시의원. 김 의원은 21일 오전 10시 대구시의회 130회 임시회 시정 질문에서 첫번째 질문자로 나와 지난 4·15 총선결과에 대한 질문과 자신의 견해를 쏟아냈다.

"일당 독점, 지역발전에 도움되나?"

이날 김 의원이 조해녕 대구시장에게 질문한 내용은 크게 세 가지.

첫째, 대구에서 일당의 독점체제가 지속되는 것이 지역발전에 도움이 될 것인가. 둘째, 참여정부가 추진 중인 공공기관의 지방이전과 테크노폴리스 건설 등 산적한 지역 현안문제 해결을 위해 어떤 의사소통 경로를 만들 것인가. 셋째 대구가 정치적 사회적 고립현상에서 벗어나기 위한 시 차원의 대책이 있는지.

김 의원은 이날 시정질문에서 "일부에서는 광주나 전북 등의 싹쓸이도 있지 않느냐고 말하고 있지만 본 의원은 생각이 다르다"면서 "광주나 전북에서 싹쓸이한 것이 민주당이 아니었고, 충청권의 싹쓸이가 자민련을 대상으로 한 것이 아니란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또 "노무현 대통령이 탄핵심판에서 다시 되돌아온다면 참여정부는 과반수가 넘는 여당과 함께 강력한 개혁드라이브 정책을 펼쳐 나가고 각종 지방화 시책도 한층 탄력을 받을 것"이라면서 "하지만 지역구 여당의원이 한 사람도 없는 사실은 대구의 발전을 적어도 10년을 늦추는 치명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고 주장했다.

김형준 의원, 대구경북의 고립화 우려


이와 함께 김 의원은 대구경북의 고립화에 대한 우려를 나타내기도 했다. "대구와 경북이 우리 정치사에서 주류의 역할을 해왔지만 오늘날 그 위치가 근본적으로 흔들린다"며 "대구를 보수와 수구의 외딴 섬으로 만들어 고립시킨다는 이야기마저 들려 걱정스럽다"고 우려했다.

이날 김 의원의 시정질문에 대해 조해녕 대구시장은 "선거 결과에 대해 행정수반으로서 시민의 선택을 왈가왈부하는 것은 온당치 못하다"고 답했다.

하지만 조 시장은 "다만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대구의 선거결과가 지역주의라는 지적은 지나친 해석 아니냐"면서 "열린우리당도 이번 선거에서 20%를 넘는 득표를 한 만큼 대선거구제였다면 3석은 얻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a 대구시의회 제 130회 임시회에서 김형준 시의원이 질문하고 있다.

대구시의회 제 130회 임시회에서 김형준 시의원이 질문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승욱

이날 김 의원이 4·15 총선 결과에 대한 시정질문을 한 것을 두고 일부에서는 시정과 관련된 질문이 아니라는 부정적인 시각도 있다. 하지만 그동안 한나라당 중심의 대구시의회에서 일당 독점체제에 대한 비판적 의견이 공식적으로 제기되면서 시의회에도 새로운 바람이 불지 않겠느냐는 희망적인 반응도 있다.

정책 견제 등 대구시의회 새바람 부나

김 의원은 임시회가 끝난 후 인터뷰에서 "대구가 너무 오랫동안 한나라당으로 '일방통행'한 것 아니냐는 걱정이 든다"며 "총선 결과는 차치하더라도 대구시장이 한나라당 소속이지만 여야를 아우를 수 있는 행정력을 펼쳐달라는 차원에서 질문한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대구시의회는 전체 27개 의석(공석 1) 중 열린우리당은 2석, 무소속은 3석이며 나머지 21개 의석은 한나라당 소속 시의원들로 채워져 있다.

"광주전남에서 한나라당 0%대 지지가 더 중요"
[현장] 김형준 시의원 질문 두고 '갑론을박'...불편한 심기 표출도

21일 열린우리당 김형준 대구시의원의 '한나라당 싹쓸이'와 관련한 시정질문이 있던 대구시의회 130회 임시회에서는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특히 한나라당 소속의 한 의원은 김형준 의원의 보충질문이 끝나자 발언권을 요구하고 김 의원의 질문 내용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한나라당 김재룡 의원은 "김 의원이 대구시 발전을 위한 충정어린 질문을 하셨지만 본인은 생각이 다르다"고 전제하고 "이번 총선에서 대구시민들은 매우 현명한 판단을 하셨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이어 "일부 언론에서 대구에서 한나라당이 싹쓸이했다고 하지만 내용적으로는 전혀 다르다"고 말했다.

그는 "대구에서 한나라당 후보들은 60%대, 열린우리당은 40%대의 지지를 얻었다. 그러나 호남지역, 광주나 전남·전북은 한나라당이 0점 몇 퍼센트의 지지율에 머물렀다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면서 상대적으로 호남지역의 '지역주의'가 더욱 심했다는 의견을 내비쳤다.

김 의원은 또 "조해녕 대구시장이 한나라당으로 당선된 시장이긴 하지만 (열린우리당 지역의원이 없는 데 대해) 전혀 눈치볼 필요 없다"면서 "한나라당 국회의원 12명이 대구시민의 입장이고 상대당 후보들에 비해 상품이 뛰어난 것이 검증된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김형준 의원의 질문에 이어 김재룡 의원의 발언이 이어지자 일부 의원들은 추가 발언을 요구했고 또 다른 일부 의원들은 "대충 이야기하고 마무리하라"며 웅성거렸다. 이에 강황 의장은 "지방의회로서 민의를 논해야 하는 자리이기 때문에 정치적 발언을 삼가해 달라"고 추가 발언을 제지했다.

하지만 일부 의원들은 발언권을 요구하면서 웅성거렸고, 김형준 의원의 발언 도중에는 일부 한나라당 소속 의원은 '허~허 참'을 내뱉으며, 자리를 뜨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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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경북 오마이뉴스(dg.oh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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