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전 여러분은 공돌이 공순이..."

[광주] 달라진 노동자 대회..."비정규직 철폐" 한 목소리

등록 2004.05.01 21:49수정 2004.05.02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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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1일 오후 2시 광주 상무시민공원에서는 민주노총광주전남지역본부 주최로 114주년 세계노동절을 기념하는 '광주전남노동자대회'가 열렸다.

1일 오후 2시 광주 상무시민공원에서는 민주노총광주전남지역본부 주최로 114주년 세계노동절을 기념하는 '광주전남노동자대회'가 열렸다. ⓒ 오마이뉴스 이국언


"30년전 여러분은 공돌이 공순이였다. 조국 근대화라는 뒷면에서 모든 희생을 치르고 또 중심적 역할을 하면서도 가장 천시 받아야 했다. 그 다음 얻어진 이름이 근로자, 적당히 대우해 줄 테니 적당히 살라는 수치스런 명칭이었다. '노동자'는 가장 경건하고 찬란하고 영광스런 이름이다. 우리는 이 이름을 갖기 위해 수많은 탄압을 견디며 오늘에 이르렀다"

노동자대회가 사뭇 달라졌다. 1일 오후 2시 광주시 서구 상무공원에서 개최된 광주전남 노동자대회는 적어도 지난해와 같은 숨가쁜 목소리는 잠시 밀춰 둔 모습이었다. 제114주년 세계 노동절 대회를 맞아 개최된 이날 광주전남 노동자대회는 여느 해와는 달리 밝은 표정이 가득했다. 특히 어린아이들의 손을 잡고 나선 가족단위 참석자들이 많았다.

이날 대회는 본 행사에 이어 노동절을 기념하는 다양한 문화행사들이 연이어 펼쳐져 아낌없는 박수갈채를 받기도 했다. 민주노총 광주전남본부 한 관계자는 "집회형식보다는 시민들과 함께 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행사장 한켠에서는 보건의료 노동자들은 무료 혈압과 혈당을 체크하는 봉사활동을 펼쳤고, 페이스페인팅 등 부대행사도 다채로웠다.

되찾은 노동자의 생일, 시민들과 함께

달라진 분위기는 노동자를 대변해 온 민주노동당이 국회 원내 3당으로 입성한 것과 관련이 있다. 그러나 노동자들의 고단한 삶은 여전히 마찬가지. 다만 114년 전 노동자가 이 세상의 주인임을 선포한 그날의 의미를, 114년이 지난 이날에서야 다소의 위안을 삼을 수 있게 됐다.

a 이날 대회는 여느때보다 편안한 분위기에서 노동절을 기념하는 다양한 문화행사 중심으로 대회가 펼쳐졌다.

이날 대회는 여느때보다 편안한 분위기에서 노동절을 기념하는 다양한 문화행사 중심으로 대회가 펼쳐졌다. ⓒ 오마이뉴스 이국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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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마이뉴스 이국언

민주노동당 광주시당과 전남도당은 대회장에 '비정규직 차별철폐, 민주노동당이 앞장서겠습니다'라는 현수막을 통해 노동절을 맞는 당의 각오를 밝히기도 했다. 또한 '9문9답' 등을 통해 민주노동당의 역사와 정책을 소개하는 한편, 입당원서를 공개적으로 접수받기도 했다.

신중철 민주노총 광주전남지역본부장은 대회사에서 "지난해 사흘이 멀다하고 분신, 산화하고 전국에서 하루 평균 10명의 동료들이 산업재해로 우리 곁을 떠나갔다"며 각박한 노동자의 현실을 토해냈다.


신 본부장은 이어 "민주노조를 사수하기 위해 반세기 가까이 싸워 온 우리들이, 10년전 민주노총을 세우고 4년전 민주노동당을 건설해 오늘에 이르렀다"며 "노동자 농민을 대변하는 것만이 아니라 그들 자체가 노동자 농민인 10명의 국회의원이 국회를 입성하게 됐다"고 달라진 위상을 거듭 확인했다.

신 본부장은 또 "광주전남 100만 노동자들 중 68만여명이 비정규직이다"며 "노동자들끼리 차별하고 정규직·비정규직 모두를 말살시키는 현재의 노사정책을 분쇄하자"고 말하고는 이라크 파병안에 대한 반대의 뜻을 강조했다.


김정길 광주전남민중연대 상임의장은 격려사에서 "노동자가 역사의 주인으로 탄생한지 114주년, 전태일 열사가 노동3권을 보장하라며 산화해 간지 34년만에 노동자의 이름으로 당당히 노동자의 생일을 보내고 있다"며 "노동자는 가장 경건하고 영광스런 이름"이라고 강조했다.

김 상임의장은 이어 "이제 여러분은 더 이상 쫓기는 존재가 아니라 농민, 도시서민과 함께 새로운 사회를 건설하는 주체가 돼야 한다"며 "민중연대를 중심으로, 노동자 속의 민주노총이 아니라 7천만 민족과 전 국민 속에 민주노총이 돼 달라"고 당부했다.

대회에 참가한 1천여명의 노동자들은 비정규직을 더욱 확산시키게 될 정부의 파견법을 저지하는 한편, 이라크 파병철회에 주도적으로 나설 것을 결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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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마이뉴스 이국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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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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