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체험단' 러시아행 유람선은 난민 수용선?

등록 2004.05.09 03:53수정 2004.05.09 18:34
0
원고료로 응원
문제가 됐던 희망호 "D" Deck 방 모습.
문제가 됐던 희망호 "D" Deck 방 모습.오마이뉴스 강이종행

"배 멈춰! 우린 내리고 싶어…."

지난 7일 저녁 7시, 서태지(32)씨의 러시아 블라디보스톡 공연을 위해 러시아로 향하던 유람선 '희망호'(세원1호)에서 들린 절규다. 이 배에는 이번 행사를 위해 모집한 '상상체험단' 450여 명이 탑승하고 있었다.


문제는 희망호의 'D' Deck 방에서 발생했다. 이 방은 공식적으로 173명을 수용할 수 있는 큰 마루 방. 일본에서 주조된 배이기 때문에 바닥은 다다미였다. 그런데 '수용인원 173명'은 1인당 차지하는 면적을 약 0.8㎡로 계산했을 때 나온 수치였다. 처음부터 비현실적으로 계산됐던 것.

이런 사실을 알지 못했던 주최측은 이 방에 '넉넉히' 150여 명을 배정했다. 더구나 배정받은 사람들은 모두 여성이었다.

약 20여 명이 짐조차 풀지 못했는데도 이미 방은 포화상태에 이르렀다. 오갈 데 없는 체험단은 식당과 강당으로 사용된 이벤트 홀과 복도에 자리를 잡고 한숨쉴 수밖에 없었다.

어렵게 방에 자리를 잡은 사람들은 더 고생이었다. 방에는 화장실 냄새와 기름 냄새가 진동했다(바로 옆에 화장실이 있었다). 여행가방을 놓을 자리조차 마땅치 않았다.

'D' Deck 방에 배정받은 체험단은 불안감이 쌓이기 시작했다. 그 상태에서 배가 출발했기 때문에 체험단은 더 동요할 수밖에 없는 상황.


격분한 체험단은 배를 멈추라고 격분할 수밖에 없었다. 패닉상태. 눈물을 흘리며 소리지르는 사람. 내려달라는 외침과 제대로된 보상을 요구하는 사람….

결국 1만1033t급 유람선은 공해상에서 멈춰야만 했다. 그리고 주최측과 체험단원들과의 협상이 시작됐다. 협상 결과, 스태프들이 묵을 30개의 선실을 내놓고 방을 재배치하기로 결정했고, 러시아 도착 이후 보상 문제 등을 협의하기로 했다.


"말바꾸기 계속... 주최측은 신뢰 잃었다"

"우린 인내 체험단이 아니다. 회사에서 하는 얘기가 계속 바뀐다. 믿을 수 없다."

체험단의 불만은 컸다. 가장 큰 문제는 주최측의 말바꾸기. 800명이라는 대규모 인원이 러시아로 가기 위해 선택한 방법은 유람선이다. 상상호와 희망호 두 대의 유람선에 타고 서태지씨를 비롯해 관계자들과 체험단이 러시아행에 오르게 됐다. 그러나 규모와 내용면에서 상상호에 비해 희망호가 떨어졌던 것.

한 참가자는 "마치 상상호가 기차의 새마을호였다면 희망호는 비둘기호 수준이었다, 하지만 주최측에선 마치 무궁화호 정도 되는 것처럼 우리에게 말했다"고 분노했다. 다른 참가자는 "문제가 있는데도 아무것도 모른 채 출항했다는 것이 문제 아닌가"며 "신뢰를 잃으면서 욕먹을 행동했다"고 언성을 높였다.

한 체험단원은 "이번 사건을 누군가 책임져야 하겠지만 서태지 오빠에게 비난의 화살이 향해지는 것은 원치 않는다"고 말하기도 했다.

주최측 "잘못 인정한다, 보상하겠다"

이번 행사의 주최는 서태지컴퍼니와 KT&G. 체험단에 대한 책임은 KT&G가 맡고 있었다. 실무를 담당한 KT&G는 한 광고회사에 총기획을 맡겼다. 광고회사는 각 영역별로 협력업체를 선정해 업무를 분담한 상태. 분야별 업무 파악이 주최측에 제대로 전달이 안되는 등 커뮤니케이션에도 문제가 있었다. 때문에 이번 희망호 사건이 더 커졌다고 볼 수도 있다.

또한 "보다 솔직하게 열악한 상황을 정확히 체험단에게 말하고 양해를 구했다면 상황은 달라졌을 것"이란 지적도 나오고 있다.

주최측은 이번 선상사건에 대해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 KT&G 황인선 마케팅부장은 "우리가 마치 MT 가는 것처럼 생각을 잘못한 측면이 있다"며 "어떤 식으로든 보상하겠다"고 밝혔다. 9일 오전까지 구체적인 보상안이 마련될 것이라고 한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11년 동안 한국과 미국서 기자생활을 한 뒤 지금은 제주에서 새 삶을 펼치고 있습니다. 어두움이 아닌 밝음이 세상을 살리는 유일한 길임을 실천하고 나누기 위해 하루 하루를 지내고 있답니다.


AD

AD

AD

인기기사

  1. 1 성욕 드러내면 "걸레"... 김고은이 보여준 여자들의 현실 성욕 드러내면 "걸레"... 김고은이 보여준 여자들의 현실
  2. 2 연극인 유인촌 장관님, 이 일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연극인 유인촌 장관님, 이 일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3. 3 '딸 바보' 들어봤어도 '아버지 바보'는 못 들어보셨죠? '딸 바보' 들어봤어도 '아버지 바보'는 못 들어보셨죠?
  4. 4 울먹인 '소년이 온다' 주인공 어머니 "아들 죽음 헛되지 않았구나" 울먹인 '소년이 온다' 주인공 어머니 "아들 죽음 헛되지 않았구나"
  5. 5 '도이치' 자료 금융위원장 답변에 천준호 "아이고..." '도이치' 자료 금융위원장 답변에 천준호 "아이고..."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