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의 귀고리에 대한 편견을 버려

[태우의 뷰파인더 24] '우주적 인간'을 냄비에 가두지 마세요

등록 2004.05.13 13:01수정 2004.05.13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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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관계를 맺으면서 사람들은 종종 그 사람의 일부분을 확대해서 해석하는 실수를 저지른다. 개인의 지극히 일부분을 '대단히' 큰 비중으로 여기면서 그 사람을 판단하는 것이다.


그 작은 단서들은 판단하는 사람의 기호와 결합해 '거대한 선입견'으로 작용한다. 이러한 판단은 편향적이고 때때로 극단적인 성격까지 띠게 된다.

동양에서는 예부터 한 사람의 내면에 '거대한 우주가 존재한다'고 보았다. 보이지 않는 법칙과 질서가 지켜지는 우주의 신비처럼 한 사람도 신비롭고 거대한 존재라는 뜻이 그 말에 포함되어 있다. 따라서 한 사람을 판단하는 기준으로 지극히 작은 취향만을 내세운다는 것은 '우주적 인간'을 냄비에 가두려는 발상이다.

일반적으로 '모범적이지 않은 외모'가 이러한 확대 해석의 가장 좋은 빌미가 된다. 외모는 어떠해야 한다는 선입견으로 한 사람의 취향이 그 사람 전체로 확대 해석되는 것이다. 짧은 치마를 입은 여자는 음란하고, 염색한 머리를 길게 기른 남자는 나태하다는 식이다. 취향은 무시당하고 패션의 권리는 박탈당한다.

김태우
제대한 후, 귀를 뚫었다. '더 자유로운 사람'이 되고 싶었다. 어떤 분들은 귀를 뚫었다고 영혼이 자유로운 사람이 되냐고 반문할지도 모르지만, 나는 그럴 수 있다고 믿었다.

제대를 하고 복학을 기다리던 시점이었는데, 마음이 무척 답답했다. 꿈에 대한 도전이 자꾸 군대에서 몸에 밴 '자동적인 자기 통제'에 부딪혔기 때문이었다.

마치 저절로 작동하는 자동 시스템 가전제품처럼 내 마음은 "이제 군대도 다녀왔는데, 너도 정해진 코스를 따라서 살아가야지. 여태까지는 어리다는 이유로 용서가 됐지만, 너도 이제 군대를 다녀온 어엿한 성인 남자가 된 거라구"하며 자꾸 나에게 경고를 했다.


하지만 나는 그러한 자동 시스템을 멈추게 하고 싶었다. 스톱 버튼을 누르고 나의 진로는 100% 내가 정하고 싶었다.

하지만 나의 귀고리는 나를 아주 피곤하게 만들었다. 사람들은 나를 보려고 하지 않고, 귀고리만을 보려고 들었기 때문이었다.


나는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귀고리로 나를 판단하는 사람들에게 적의가 느껴질 정도였다.

'왜 저들은 마치 나를 다 알고 있는 듯이 행동할까'

그들에게 화가 났다. 그들은 마치 귀고리를 통해 나를 다 파악한 사람처럼 행동하려고 들었다. 당시 속해 있던 집단의 교수가 그랬고, 목사가 그랬고, 영어회화 학원의 동료가 그랬다.

그 지루한 신경전이 짜증나기도 했지만 마음 속에서는 오기가 발동해서 그럴수록 더욱 귀고리를 빼지 않았다. 왜 그들은 한 사람을 파악할 때, 선입견을 십분 활용한 확대 해석을 정당한 판단의 기준이라고 믿는 걸까.

어떤 사람들은 내게 말했다. "귀고리를 하고 있으면 솔직히 그런 느낌이 들지 않을 수가 없어. 일단 좀 노는구나. 그런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니까."

편견을 편견이라고 인정하지도 않았다. 하지만 싸움은 너무 길고 지루했다. 결국 나는 귀고리를 하지 않게 되었다. 귀는 다시 막혔고, 그 후 8년의 세월이 흘렀다.

김태우
1주일 전에 다시 귀를 뚫었다. 세상을 테스트해 보고 싶어졌다. 과연 이제 조금은 달라진 걸까. 억압적이고 일방적이던 사회 분위기가 개선되면서 다소 유연한 사고 방식들이 존재하는 걸까. 아직 확실한 증거는 찾지 못했다.

이제 이 사회에서 선입견이라는 양념이 쳐진 '익숙한 일반화의 오류'는 사라졌으면 좋겠다. 그래서 록커뿐 아니라 누구나 머리를 기를 수 있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그게 바로 '상대방의 취향에 대한 존중과 인정의 첫 걸음'이 될 수 있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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