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보안법 폐지는 찬반 아닌 우선순위의 문제"

열린우리당 우원식(노원을) 당선자 인터뷰

등록 2004.05.15 19:14수정 2004.05.15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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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는 지난 9일 한총련 수배자 김경진씨의 연행과 관련하여 국가보안법 폐지 의견을 피력해온 서울시 노원구 17대 국회의원 당선자들의 의견을 모았다. 앞선 기사에서 노원갑 정봉주 당선자측의 의견을 기사화 한 바 있다. 이어, 10일 정오 무렵 노원을 지역 우원식(열린우리당) 당선자 사무실에서 좀더 여유 있는 인터뷰를 가졌다.

인터뷰가 진행된 10일 밤 9시경 김경진씨는 불구속 석방되었고, 국가보안법 관련 연행자는 두 명이 늘어났다. 계속된 상황변화 속에 신속하게 기사전달을 하지 못한 점, 독자들께 양해를 구하며 우원식 당선자와의 인터뷰를 전하고자 한다...<필자 주>


관련
기사
- 한총련 수배자 김경진씨, 노원경찰서로 연행

이번 인터뷰에서 우원식 당선자는 국가보안법 폐지가 찬반의 대상이 아니라, 우선 순위에 있어서의 논의가 진행되고 있음을 밝혔다. 아울러 전대협 세대의 국회의원 출마와 관련한 논란 등에 대해서도 입장을 밝혔다.

-김경진씨 연행 관련해서 먼저 묻겠다. 3년째 수배생활 중이었고, 한총련 관련 수배조치가 내려지면서 당연히 발생할 수밖에 없었던 사건이었다. 이번 연행에 관해 개인의 의견을 묻고 싶다.
사무실에서 인터뷰중인 우원식 당선자
사무실에서 인터뷰중인 우원식 당선자황영하
"우선 한총련이, 어찌되었건 대학생들의 대의기구이고, 과거 군사독재정권(의 연장선이었던 김영삼 정권)에서 국가보안법상의 이적단체로 규정하고 있는 것 자체가 잘못되었다. 시대가 그만큼 지나있고, 남북관계가 평화와 화해국면으로 가고 있는데, 실질적인 대학생 총의 기구를 이적단체로 규정하는 것 자체가 시대착오적이다.

한총련에 가입했다는 이유만으로 국가보안법으로 구속된다고 하는 것은 명백하게 잘못된 일이고, 그것이 국민의 정부, 참여정부 5년, 6년이 되고 있는데 해결하지 못했다는 것은 비극이다.

이것이 17대 국회가 해결해야 하는 가장 중요한 문제중 하나이다. 국가보안법 폐지가 단순히 한총련의 이적규정 문제가 아니라, 과거 정권유지수단으로 사용되어왔고, 인권유린의 가장 대표적인 법인만큼, 가장 먼저 해결되어야 한다."

국가보안법 폐지는 찬반이 아니라 우선순위의 문제


- 17대 국회에서 가장 먼저 해결되어야 할 법안으로는 무엇이 제기되고 있는가?
"가장 우선적으로 해결해야할 문제가, 국가보안법 폐지문제, 친일진상규명법을 제대로 만드는 것, 정간법(정기간행물에 관한 법률) 개정안 등이 되겠다."

- 국가보안법 폐지 관련해서는 김근태 의원도 폐지의견을 공개했는데, 실제 열린우리당 내부에서는 어느 정도까지 논의되고 있는가. 당선자 워크숍에서도 논란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는데.
"그렇게 크게 논란이 된 것은 아니고, '이것이 최우선 과제이다' 정도의 의견제시가 있었던 것이다. 특별한 반론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그런 것(국가보안법 폐지 등) 보다는 민생을 더 챙기는 일을 초기에 집중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 '첫 국회가 열리면 무엇을 중심으로 갈것이냐', '여기서 국가보안법, 친일진상규명법을 너무 전면에 내세우기보다는 어려운 민생을 살리는 것을 더 강점을 둬서 일하자', 이런 정도의 논란이 있었던 것이다.


(국가보안법) 폐지문제를 가지고 찬반논의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대체적으로 폐지를 주장하는 사람들도 많이 있고, 최소한 독소조항을 개정하는 문제, 없애는 문제 정도에는 가 있고, 이제는 한나라당도 많은 의원들이 그런 의견을 제시하고 있지 않은가?

대부분 형법으로 대체할 수 있으므로, '국가보안법을 따로 살려놓을 필요는 없다' 정도로 정리된다."

- 당선자께서도 국가보안법으로 피해를 보신 적이 있는가?
"(대학시절) 집시법으로 3년 살고, 출소 후 학교 앞에서 서점하다가 국가보안법으로 불구속 기소된 적이 있다."

- 열린우리당 당선자 워크숍 이야기를 하면서, 국가보안법 폐지 찬반논의가 아니라, 우선순위를 어디에 둘 것인가를 중심으로 논의 중이라고 했다. 실제로 김근태 대표나 다른 분들이 제기하는 국가보안법 폐지 등 개혁우선론 이외에, 민생현안을 우선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경우는 어떠한 입장인가. 가까이 노원병 선거구의 임채정 의원의 경우가 그렇다고 보도되었는데.
"그것은 보도가 지나치다. 그런 것도 아니고, 임채정 의원이 이런 법안에 관한 문제가 아니고, '당의 정체성, 당의 노선 등을 진보냐, 보수냐 하는 논의 자체가 의미 없다', '중도 통합노선으로 가야 한다', '중도 개혁노선으로 가야한다' 이런 것에서, 임채정 의원의 문제제기는 계속 언론에서 중도 우파냐 중도 좌파냐 그런 이야기를 하니까, 중도개혁노선 예를 들어, 민생을 중요시하는 노선이 열린우리당이 지금 채택해야 하는 방향이 아닌가 했던 것이다.

실용적 개혁노선, 실용노선이라고 해서 (국가보안법처럼) 지금 폐지하고 고쳐야할 과거의 유산들을 (개혁)하지 않겠다는 것이 아니다. 언론이 좀 과대하게, 마치 (당내에서) 계속 이견이 있는 것처럼 보이게 하려고 (하는 것 같다). 그런 건 아니다.

초기에 어디에 방점을 둘 것인가. 17대 국회에서, 여당으로서 처음으로, 소위 개혁진영이 의회권력의 과반수 이상을 차지하게 되었는데, 모든 책임이 우리에게 주어지고 있다. 과거에는 한나라당이 의회권력을 장악하고 있었기 때문에, 우리가 다 책임질 필요가 없었지만, 이제는 책임져야 하기 때문에, 처음 국회의 기조를 어디에 중점을 두고 갈 것인가 논의를 가진 것이다.

거기에 큰 차이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인터뷰 전, 통화 중인 우원식 당선자
인터뷰 전, 통화 중인 우원식 당선자황영하

"전대협 세대의 의회진입 바람직하다"

- 조금 동떨어진 이야기를 물어보겠다. 소위 386 세대, 전대협 세대라고 하는 쪽에 당선자께서 포함되어 있다.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가? (우 당선자는 연세대학교 76학번으로 투옥, 노동운동 등으로 21년만인 97년 졸업하였다) 일부에서는 이들 세대의 정치참여에 대해 김민석씨 등 몇몇의 활동을 보면서 반감을 갖거나 부정적인 시선을 갖는 경우도 있고, 다른 한편으로는 (운동권 출신들이) 진보정당인 민주노동당으로 가지 않고, 열린우리당으로 갔느냐 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386, 전대협 세대가 (열린우리당에) 많이 들어온 것은 환영할 일이다. 우리사회가 변화를 해야 하는데 (큰 역할이 된다). 변화란 이런 것이라고 본다. 제반 법도 마찬가지이고, 사회질서도 그러한데, 과거 기득권, 일제부터 구축되어온 기득권 세력들이 한번도 그 권력을 놓아본 적이 없기 때문에, 기득권들에게 유리하게 되어있는 법과 사회질서를 가지고 있었다.

그것을 모두에게 공정하도록 만들어 주는 것이 사회개혁,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고, 권리를 찾아주는 개혁의 중점일 것이다. 그런 점에서 보면 80년대, 소위 민주화 운동의 주류를 이루었던, 386 세대 - 라고 하는 것은 꼭 맞지 않고, 전대협 세대 - 들의 집단적인 참여는 (열린우리)당이 개혁노선을 가는데 소금 역할을 할 것으로 바람직하다.

민주노동당과의 관계는, 앞으로 민주노동당이 진보정당을 내세우고 있는데, 이번에 (국회에) 들어온 것도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현재 우리 사회가 가지고 있는 가장 중요한 과제는 계급적, 진보적 내용- 진보라는 개념도 상대적인 개념이어서 사회가 발전하면서 계속 변화하는 것인데 - 이라기 보다는, 기득권의 부당한 요구와 이권개입 등을 억누르면서 사회적인 약자들의 권리를 회복시켜 사회의 공정한 원칙을 만드는 일이다. 그런 개혁이 당면해서 해결해야할 중요한 목표가 아닌가 한다.

그런 개혁내용을 해결할 수 있는 주된 축은 열린우리당이다. 민주노동당은 앞으로 사회적 공정한 원칙을 기반으로 해서 성장해야할 세력이라고 생각한다. 좀더 후의 과제들이라고 할까? 지금 사회를 전선으로 본다면, 기득권세력과 그렇지 않은 세력간의 대결이고, 이번 총선을 통해서 사회의 주류가 어느 정도 이동하는 과정이었다.

그런 면에서 현재 열린우리당의 역할이 크기 때문에, 전대협세대의 열린우리당 참여는 자연스러운 일이고, 시대에 맞는 현상이다.

전대협 세대가 한나라당에 간 것은 비판받아 마땅하지만, 열린우리당에 합류한 것은 비판받을 이유가 없다. 김민석씨에 대한 부분은 그 개인에 대한 문제이다."

- 9일 전대협배 축구대회가 있었는데, 17대 총선 당선자 10여명이 참석했다고 한다. 혹시 참석했는가?
"아니다. 연락을 못 받았다. 전대협 세대가 아니어서 그런가보다 (웃음). 학교를 21년을 다녀서, 학교 다닐 때 전대협 활동시기였는데, (입학시기가) 전대협이 아니라고 안 부른 것 같다."

- 유시민 의원이 5월 3일, 열린우리당 부산시당 신입당원 환영회 강연 중에 이런 말을 했다. 서울대 동문회가 주최한 '17대 국회의원 당선 서울대 동문 축하모임'에 대한 강한 비판과, 그 자리에 김근태, 신기남 의원이 참가했다는 것에 충격 받았다는 내용이었다. (이날 모임에서는 '서울대당을 만들어도 되겠다'는 (농담조의) 발언이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필자 주)

이것은 서울대나 여타의 명문대 출신의 정치인들에게 동일하게 적용될 수 있겠다. 당선자 께서도 정치인을 많이 배출한 학교 출신이신데, 학벌과 정치와의 상관관계에 대한 입장을 들어보고 싶다.

"글쎄 (침묵). 특별히 생각을 안해 본 부분이다. 학교 동문들이 학교라는 인연으로 해서 모이는 것. 우리도 얼마 전에 모임을 가졌다. 운동권 출신으로 새롭게 국회의원에 당선된 6명이 모인 자리였는데, 과거 재학 당시의 생각들에 대해서 공유하고, 서로 의견을 교환하는 자리였다.

그런 자리는 좋은 것 같다. 학교와 자신이 활동했던 것들, 같은 시대에 학교라고 하는 하나의 단위에서 생활했던 사람들이 서로 당부하고 논의하는 것은 바람직한 것 같다. 그런데, 자신의 정체성이나 방향과는 다르게, 학교라고 하는 테두리 안에서 연을 맺으려고 하는, 연고주의적인 모습은 잘못된 것이다."

서울 균형발전을 위한 당선자 모임
강북지역 14개 지역구 의원

'강남북 균형발전을 위한 정책공약' 에서 '서울 균형발전 특별법' 으로 전환된 정책공약에 동참하는 당선자들의 모임에 포함된 17대 국회의원 당선자는 다음과 같다.

강북'갑' 오영식
강북'을' 최규식
노원'갑' 정봉주
노원'을' 우원식
노원'병' 임채정
도봉'갑' 김근태
도봉'을' 유인태
동대문'갑' 김희선
마포'을' 정청래
서대문'갑' 우상호
성북'갑' 유재건
성북'을' 신계륜
은평'갑' 이미경
중랑'갑' 이화영
/ 황영하
- 선거에서 대표적인 공약으로 강남북 균형발전을 내놓았는데, 앞서 말한 중에서 나왔던 것처럼, 우선 순위를 어디에 둘 것인가 하는 부분에서, 지역적인 혹은 경제적인 부분이 연계되어 있는 만큼 민감할 것 같은데, 그것과 관련하여 열린우리당 안에서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가?
"선거과정에서, '강남북 균형발전'이 서울지역 공약의 대표적인 사례였다. 같은 내용을 갖는 '서울균형발전 특별법'으로 채택이 되어 서울지역 공통공약이 되었다. 수일 내에 모임을 갖고, 특별법 연구와 제정방향을 위한 논의가 진행될 것이다. 추진해 갈 것이다."(13일 모임을 가졌다...필자 주)

- 이 경우도 우선순위에 든다고 볼 수 있나?
"당의 우선순위 결정에 연계되는 경우는 아니다. 공통공약을 걸었던 당선자들에게는 가장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하는 사안이고, 당의 결정과는 별도로 지속적인 추진이 될 내용이다."

- 선거 초반에, '강남북 균형발전' 공약이 강남지역 출마자들에게서는 반발이 나오고, 지역에서의 문제를 무마시키고자 했었는데, 당시 심정이 어떠했는가?
"강남, 강북 문제가 선거 공약으로 나왔지만, 선거 공약만으로의 문제가 아니고, 최소한의 공통과세, 적어도 서울이라는 공동체가 깨지지 않고 유지되려면 서로 누려야할 균형의 문제이고, 반드시 해야하는 문제라고 생각한다.

강남에서 출마한 후보들에게는 불리하게 작용한 부분이 있다. 안타깝게 생각한다. 열린우리당이 사회적 불균형, 사회적 약자들의 권리를 회복시키는데 관심을 갖고, 그것을 위해 부동산 대책 등을 제시하고 왔는데, 이에 대해 강남에 기반을 갖고 있다는 소위 기득권 세력들이 강남의 피해를 과대해석하고 있다. 이렇듯 과대 해석되는 부분이 강남에서 열린우리당 후보측에 불리하게 작용한 것 같다.

그런 점에서 안타깝긴 하지만, 사회정의를 확보하는 차원에서 '강남북 균형발전 특별법'을 제시한 것은 잘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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