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부문 비정규직 4619명 정규직된다

정부 발표에 노동계 "생색내기"- 재계 "민간부문 적용 불가"

등록 2004.05.19 14:33수정 2004.05.19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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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19일 노동부, 행정자치부, 기획예산처 합동기자회견을 갖고 공공부문 비정규직 대책을 발표했다. 왼쪽부터 김주현 행자부 차관, 김대환 노동부 장관, 변양균 기획예산처 차관
정부는 19일 노동부, 행정자치부, 기획예산처 합동기자회견을 갖고 공공부문 비정규직 대책을 발표했다. 왼쪽부터 김주현 행자부 차관, 김대환 노동부 장관, 변양균 기획예산처 차관오마이뉴스 이승훈
공공부문 비정규직 가운데 공무원과 동일한 업무에 종사하고 있는 상시위탁집배원, 학교영양사, 사서 등 4600여명이 공무원으로 채용된다.

또 환경미화원과 도로보수원 등 2만7000명은 상용직화하고 각급 학교 보조조리원과 정부부처 사무보조 등 6만5000여명은 일용직 신분에서 연봉계약직으로 전환되거나 보수가 오르는 등 신분안정이 강화되고 처우가 개선된다.

정부는 19일 노동부, 행정자치부, 기획예산처의 합동기자회견을 갖고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한 공공부문 비정규직 대책을 발표했다.

이번 대책에 의해 혜택을 받게 되는 비정규직 규모는 공공부문 전체 비정규직 23만4000여명의 60%인 13만9000명에 이른다.

집배원, 영양사 사서 등 4600여명 정규직화

대책에 따르면 상시위탁집배원 1726명, 학교영양사 1842명, 사서 1051명 등 4619명은 공무원 정원확대를 통해 공무원으로 채용된다. 고용보험과 산재재활 등의 업무를 맡고 있는 근로복지공단 계약직 740명도 3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정규직화된다.

정통부의 상시위탁집배원의 경우 체신노조와의 합의에 따라 작년에 863명이 정규직으로 증원됐고, 올해도 역시 863명을 정규직으로 증원하기로 했다. 그리고 나머지 1500명에 달하는 비정규직 집배원은 업무량 변동에 대비하기 위해 비정규직 신분을 유지하고 정규직 추가 증원은 추후 검토하기로 했다.


교육부 소속인 영양사와 사서는 단계적으로 정규직화하되 비정규직에 대해서는 공무원 수준으로 처우를 개선하기로 했다.

현재 1년 단위 계약직인 행자부 소속 환경미화원 2만1657명과 도로보수원 3211명과 노동부 직업상담원 1766명은 정년 57세까지 무기계약을 맺거나 계약자동갱신을 통해 상용직으로 전환된다.


일용직인 각급 학교 조리보조원 3만5669명, 조리사 4619명, 사무·교무·실험 보조 1만8198명과 각 정부부처 사무보조 7081명 등 총 6만5567명은 비정규직으로 유지하되 1년 단위 연봉제 형태로 운용하고 퇴직금과 유급휴가 등 근로기준법상 권리를 부여해 처우를 개선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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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년 말까지 추가 대책 마련할 것

이번 대책에서 제외된 청원경찰, 기간제 교사 단순노무원 등 9만5459명에 대해서는 업무의 특성상 비정규직 활용이 불가피하다는 판단에 따라 정부부문은 오는 9월까지, 공기업과 산하기관은 금년 말까지 대책을 마련키로 했다. 특히 정부는 공기업과 산하기관의 경우 자율성과 고용의 유연성을 고려해 불합리한 차별 해소에 중점을 둘 방침이다.

그러나 시설관리나 청소, 경비 업무에 종사하고 있는 공공부문 용역·파견직에 대해서는 정규직화나 상용직화가 여의치 않아 근로기준법·최저임금법 등 노동관계법을 위반한 용역 업체에 대해 계약상 불이익을 주는 방안을 통해 근로조건을 보호해 나가기로 했다.

정부는 이번 대책을 추진해나가기 위해 정규직에 대해서만 인력관리를 해오던 것을 비정규직을 포함한 공공부문 인력 전반에 대해 관리해 나가고 근로감독 및 사회보험 적용 누락 단속을 강화해 가기로 했다. 이번 대책 추진에 필요한 예산은 향후 5년간 320억원씩 모두 1600억원 규모다.

정부 "비정규직 차별 해소와 노동시장 유연성 모두 고려한 것"

김대환 노동부 장관은 "비정규직 차별 해소를 하면서도 노동 시장의 유연성을 해치지 말아야 하는 점을 고려했다"며 "비정규직의 구체적인 고용·직무형태에 대해 분석하고 민간부문에 끼칠 영향을 모두 고려해 이런 수준의 신분안정과 처우개선이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방안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날 발표된 대책에 대해 노동계와 재계 모두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어 향후 노·사·정간 공방이 예상된다.

노동계는 이번 대책이 생색내기에 불과해 미흡한 대책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민주노총은 "학교 영양사와 사서, 환경미화원, 집배원 등은 이미 집배원처럼 노사합의로 추진하기로 합의했거나, 환경미화원처럼 이미 상용직 신분을 가지고 있는 노동자를 대상으로 한 것으로 새로울 것이 없다"며 "최근까지 10만명 정규직화안을 추진해온 정부가 경영계 입장을 대변하는 경제부처의 반발에 밀려 결국 용두사미 대책을 내놓았다"고 혹평했다.

전경련을 비롯한 경제단체들도 비정규직 문제는 노동시장 유연성 확대를 통해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이라 이번 정부의 대책이 민간부문에 적용될 수는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다음은 김대환 노동부 장관과 일문일답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는 김대환 노동부 장관.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는 김대환 노동부 장관.오마이뉴스 이승훈
- 노동부가 원래 마련했던 안에는 비정규직 10만여명을 공무원화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다. 이번 대책이 종전의 내용보다 후퇴했다는 지적이 있는데
"정부부처에서 안이 확정되기 전에 그런 안을 가지고 논의했던 것은 사실이다. 공무원화 되는 부분은 변화가 없고 오늘 발표된 것 중 신분안정과 처우개선 부분을 현재의 수준보다 더 강화시키는 방안을 생각했었다.

그러나 부처간 협의과정에서 비정규직의 차별개선과 함께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훼손하지 말아야 한다는 두 가지 시각에서 논의를 했다. 그 과정에서 조리사나 조리보조원 등 7만여명은 당장 정규직화 하기보다는 업무의 특성을 고려하고 민간부문에 미치는 영향을 감안해서 오늘 발표한 내용대로 하기로 조정한 것이다."

- 노동계에서는 반발이 있을 것으로 보이는데
"노동계에서는 미흡하다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정부 내에서 많은 토론이 있었다. 실사구시적으로 접근하자고 해서 실제 고용형태와 근무형태, 처우 등에 초점을 맞췄다. 또 민간부문과 비교하고 여러 조건을 종합적으로 감안해서 이번 수준으로 하는 것이 적합하다고 생각했다. 현실적으로 노동계에서 이야기하는 것처럼 모든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하는 것이 대책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비정규직 가운데 직무형태에 따라 구체적인 대책이 필요한 곳도 있다."

- 비정규직은 민간부분이 훨씬 많은데 재계에서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해치는 것이 아니냐는 염려가 많다
"비정규직 문제가 현재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97년 IMF 외환위기 당시 공공부문 인력을 줄였고 공무원이 필요한 부분도 인력 충원을 못해서 비정규직이 늘었다. 민간부문도 구조조정해서 비정규직이 늘었다. 비정규직이 7~8년 누적되면서 사회적 형평문제가 제기됐고 이에 따라 작년 10월부터 기획예산처와 노동부가 면밀하게 실태조사에 들어갔다.

재계에서는 정부대책에 전면 반대했다는 언론 보도도 있는데 정부의 대책이 일부 노조의 주장대로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바꾸라는 것이 아니냐는 생각에 선입견을 갖고 반대의사를 표명한 것이다. 하지만 이번 정부대책이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해치지 않고 인력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방안이라는 점을 느낄 것이다. 정부가 민간부문 강제할 수 없다. 다만 이번 대책은 민간부분도 자발적으로 직무형태를 분석해서 유연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인력을 효율적으로 당당하게 사용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 공공근로 부문도 비정규직인데 대책은 무엇이고 이번 대책에 포함된 근로자의 최저임금 수준은 어떻게 할 것인가
"공공근로자는 이번 정부 대책의 대상과는 다르다. 최저임금의 경우 연도별 구체적인 안이 나와 있고 이들에 대해서는 5년간에 걸쳐 점진적으로 처우개선을 할 예정이다."

- 이번 대책이 민간부분에 많은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이는데
"이번 대책은 효율적 노동인력 운영측면 등에서 민간부문도 진지하게 고민하라는 가이드 라인의 역할을 할 것이다. 민간부문의 비정규직 고용형태는 다양하고 큰 비중을 차지하는데 앞으로 기간제나 장기근로자 등의 부분은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유지하면서 기본적 권리가 보장될 수 있도록 방향으로 유도할 계획이다.

파견근로자도 대표적 비정규직인데 정부가 불합리한 차별을 없애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파견근로자 제도가 타이트하게 운영되는 부분이 있어 이 부분은 재계가 이야기하는 유연성 제고를 일부 수용하되 불합리한 차별은 시정되어야 한다는 정부의 요구를 반영해 법개정을 포함한 대책을 마련할 것이다."

- 예산은 얼마나 늘어나는 것인가
"변양균 기획예산처 차관 : 예산문제는 상황에 따라 유동적이다. 대략 추정해보면 향후 5년 동안 매년 320억원씩 모두 1600억원이 들어간다. 5년 이후 시점부터는 매년 1600억원씩 더 필요하게 된다."

- 정부 출연 연구기관의 비정규직도 큰 문제가 되는데 이번 대책에는 빠지는 것인가
"그부분은 이번에는 반영이 안됐다. 금년 말까지 추가대책을 마련할 것이다. 노동부 혼자서 하는 것이 아니라 9월까지 각 정부부처에서 추가 직무분석을 통해 대책을 마련 제출토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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