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 "SK텔레콤 기업분할도 고려해봐야"

정통부 SKT 재제 결정 앞두고 학계 SKT 규제 필요성 제기

등록 2004.05.19 22:18수정 2004.05.20 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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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산업학회가 19일 개최한 '이동통신시장의 경쟁상황과 공정경쟁정책'세미나에서 교수들이 주제 토론을 하는 모습.
한국산업학회가 19일 개최한 '이동통신시장의 경쟁상황과 공정경쟁정책'세미나에서 교수들이 주제 토론을 하는 모습.오마이뉴스 이승훈
우리나라 이동통신시장 점유율 변동추세를 볼 때 SK텔레콤으로의 시장쏠림 현상은 심각한 수준으로 진행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의 합병에 대한 시정명령은 SK텔레콤의 시장지배력 강화를 억제하는데 효과적이지 못했다.
- 성낙일 서울 시립대 교수

이통시장이 지금처럼 집중화된 가장 큰 이유는 우수한 셀룰러 주파수를 사용하는 두개의 사업자가 합병하면서 이 주파수를 한 기업(SK텔레콤)이 독점하게 되었다는 사실이다. 이러한 근본적인 원인이 변하지 않으면 번호이동성제의 효과는 언제든지 반전될 수 있다.
- 김영산 한양대 교수

고품질 주파수를 사용하는 셀룰러 시장(011-017)은 독점인데 상대적으로 품질이 떨어지는 주파수를 사용하는 PCS시장(016-018, 019)은 경쟁인 상황과 SK텔레콤의 시장선점에 따른 경쟁력 우위 등은 PCS사업자들에게 선택의 여기가 없는 외생적으로 주어진 조건들이다.
- 김재홍 한동대 교수


SK텔레콤과 신세기통신의 합병인가조건 위반여부에 대한 정보통신정책심의위원회(위원장 곽수일 서울대 교수)의 결정이 임박한 가운데 학계에서 'SK텔레콤의 시장점유율을 제한해야한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정책심의위는 25일 최종 심의를 갖고 SK텔레콤에 대한 재제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어서 이날 세미나의 논의 내용이 어떤 영향을 줄지 주목된다.

시장에서의 독과점과 공정거래 및 공정경쟁 등 산업전반의 정책을 연구하는 한국산업조직학회(회장 최정표 건국대 교수)는 19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이동통신시장의 경쟁상황과 공정경쟁 정책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주제 발표와 토론에 나선 5명의 교수들은 이동통신시장에서 SK텔레콤으로의 ‘쏠림현상’을 해소하고 경쟁을 활성화하기위해서는 SK텔레콤에 대한 시장점유율 상한규제 재도입, 주파수 재분배 및 사용료 차별화 등의 강력한 대책이 필요하다는데 인식을 같이 했다.


“국내 이통시장 합병 이후 독과점 구조로 전환”

첫 번째 주제 발표에 나선 성낙일 서울시립대 교수는 “국내 이통시장이 SK텔레콤과 신세기통신의 합병으로 독과점적 구조로 전환되었다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며 “공정위의 시정명령도 합병기업의 시장지배력 강화를 억제하는데 효과적이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셀룰러와 PCS 시장이란

국내 이동전화 시장은 크게 셀룰러 서비스 시장과 PCS 서비스 시장으로 나뉜다.

셀룰러 서비스는 SK텔레콤의 011과 017이 해당하는데 800MHz 대 주파수를 사용한다. PCS서비스는 KTF와 LG텔레콤의 016, 018, 019로 1.8GHz 대 주파수를 사용하고 있다. 낮은 주파수는 높은 주파수에 비해 기지국 하나의 커버리지(범위)가 넓어 주파수 효율성이 상대적으로 높고 통화품질도 우수하다.
성 교수는 “국내 이통시장은 90년대 후반만 하더라도 세계에서 가장 경쟁적인 시장의 하나였지만 두 회사의 합병후 국제기준으로 보아도 독과점적인 시장구조로 바뀌었다”며 “다른 선진국의 경우 선발사업자가 자국내 후발사업자를 인수한 사례가 거의 없고 동일한 디지털 셀룰러 사업자간 합병 사례는 전무하다”고 지적했다.

성 교수는 “시장쏠림 현상으로 의한 경쟁상황의 악화로 합병 이전(96~99년) 8.7%였던 요금인하 폭이 합병 후(2000~2003년) 4년간 5.5%로 떨어졌다”며 “합병으로 인한 경쟁상황 악화가 소비자들에게 돌아 갈 몫을 줄였다”고 밝혔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으로 성교수는 "SK텔레콤의 기업분할, 한시적 영업중지를 통한 시장점유율 상한 규제, 주파수 효율성 차이로 인한 근본적인 경쟁력 차를 해소할 주파수 재분배 및 주파수 사용료 차별화 등을 고려해 볼 수 있다"고 제안했다.

“우수한 주파수 독점이 경쟁상황 악화의 근본적 원인”

'이통시장의 번호이동성과 경쟁상황’이라는 주제발표에 나선 김영산 한양대 교수도 이통시장의 경쟁 제한 상황을 완화하기 위해 SK텔레콤에 대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국내 이통시장이 현재와 같이 집중화된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우수한 셀룰러 주파수를 사용하는 두개의 사업자가 합치면서 이 주파수를 한 기업이 독점하게 되었다는 사실”이라며 “이러한 근본적인 원인이 변하지 않는 이상 번호이동성의 시차적용의 효과는 언제든지 반전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SK텔레콤이 KTF와 LG텔레콤보다 훨씬 많은 마케팅 비용을 지출하고 있고 번호이동성이 도입되기 직전인 2003년 순증가입자의 약 87%가 SK텔레콤 가입자였음을 고려하면 장기적으로 SK텔레콤으로의 집중이 더욱 심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대책으로 김 교수는 “소비자들의 번호이동을 쉽게하기 위해 단말기 보조금을 한시적으로 허용하거나 단말기 상호간 호환성을 제고해 이동전화 서비스의 차별성을 줄여야 할 것”이라면서 “대책이 실효를 거두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공정경쟁의 근본적인 장애요인인 주파수 품질 차이를 해소하기위한 차별적 주파수 사용료 부과”라고 역설했다.

‘이동통신서비스 시장쏠림 현상의 이론적 분석’이라는 주제발표에 나선 김재홍 한동대 교수는 주파수 품질 차이문제를 집중적으로 거론했다.

“셀룰러 시장 독점 허락하고 있는 나라는 한국뿐”

SK텔레콤 본사
SK텔레콤 본사SK텔레콤
김 교수는 “셀룰러 사업자와 PCS사업자간의 불공정경쟁의 본질적인 원인은 PCS서비스가 셀룰러 서비스보다 열등한 주파수를 사용한다는 사실”이라며 “PCS사업자가 셀룰러 사업자와 경쟁하기 위해서는 기지국 건설에 더 많은 투자를 할 수 밖에 없고 이는 다시 생산원가 면에서 PCS사업자가 셀룰러 사업자보다 더 불리한 위치에 설 수밖에 없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어 “주파수 차이 때문에 SK텔레콤과 PCS사업자들 간의 이윤 격차가 벌어지고 이는 품질향상, 부가통신서비스의 개발, 마케팅 등에 필요한 투자재원의 차이를 가져와 SK텔레콤의 경쟁우위는 점차 강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또 “셀룰러와 PCS와 같이 품질이 다른 이동전화서비스 시장이 공존하는 세계 주요국가에서 셀룰러 시장에 독점사업자를 허가하고 있는 경우는 한국이 유일한 사례”라고 밝혔다.

이를 해소하기 위한 대책으로 김 교수는 SK텔레콤이 가지고 있는 두개의 주파수 중 하나를 새로운 사업자에게 이양해 셀룰러 시장의 경쟁체제 도입, 이윤격차를 해소할 수 있는 주파수 사용료 차별부과 등을 제시했다.

SKT "시장점유율 차이는 경쟁력의 차이일 뿐“

이에 대해 SK텔레콤은 “주파수의 효율성 문제는 한번도 테스트가 된 적이 없어 검증된 바 없다”며 “지금의 시장점유율 차이는 구조적 문제가 아니라 경쟁력의 차이일 뿐”이라고 반박했다.

SK테레콤 관계자는 “실제로 영국에서는 PCS 주파수(GSM1800)를 사용하는 4위 사업자가 셀룰러 주파수(GSM900)를 사용하는 업체와 경쟁에서 이겼고, 국내에서도 PCS주파수를 사용하는 KTF가 셀룰러 주파수를 사용하는 신세기보다 시장점유률이 높아지기도 했다”며 “주파수 차이 때문에 공정경쟁에 구조적인 문제가 발생한다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SK텔레콤은 성낙일 교수가 KT에서 오래 연구원으로 근무했던 점을 들어 “이번 세미나에서 나온 주장은 공정치 못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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