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음료수비 · 부친 차비는 어디 해당하나"

신일순 대장 2차 공판 돈사용처 공방... '청와대 개입설'도 불거져

등록 2004.05.22 09:36수정 2004.06.09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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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군사법원.

군사법원. ⓒ 오마이뉴스 김병기


"피고인(신 대장)이 3군단장에 재직하는 동안 3억원의 자금을 집행했다. 이중 사적으로 집행한 부분은 1억원이 넘는다. 강아지 구충제에 쓴 돈도 10만원이다. 하지만 일반 병사에게 쓴 돈은 30여만원밖에 안 된다. 1000분의 1에 불과한 액수이다."

21일 국방부 군사법원에서 열린 신일순 한미연합사 부사령관(육군 대장. 육사 26기)의 2차 공판에서 최강욱 수석검찰관(소령)이 신 대장을 향해 질타한 발언이다. 이에 신 대장은 "난 말단병사까지 다 돌볼 수 있지 않다. 사단장, 연대장 등 간부 위주로 운영비를 썼다"고 밝혔다.

업무상 공금횡령 혐의로 구속 기소된 신 대장의 2차 공판(재판장 정수성 육군1군사령관. 육군대장)은 이날 오전 10시부터 국방부 청사 내 보통군사법원 소법정에서 열렸다. 1차 공판때와 마찬가지로 50여석의 소법정은 신 대장의 가족과 관계자 등으로 꽉 들어찼다.

7시간여에 걸친 2차 공판... 신 대장, 고개 숙인채 한숨 쉬기도

군복을 입고 피고인석에 앉은 신 대장은 시종일관 고개를 숙인 채 3군단장 시절 관리참모와 비서실장 등 5명의 증인들의 심문 내용을 경청했다. 신 대장은 때론 증인들의 진술에 동의하지 않는 듯 고개를 가로젓거나 한숨을 내쉬기도 했다. 이날 공판은 오후 6시40분에서야 폐정했다. 점심시간 2시간을 제외하면 거의 7시간여에 걸쳐 공판이 진행된 것이다.

우선 지난 19일 1차 공판 때에 이어 이날 공판에서도 신 대장이 공금횡령 혐의를 받고 있는 돈의 사용 용도를 둘러싸고 논쟁이 계속됐다. 신 대장과 그의 변호인은 횡령 혐의에 포함된 대부분의 돈은 '광의의 지휘권 행사'에 사용된 공적인 돈이었다고 강변했고, 군검찰은 실제 사용 내역을 조목조목 지적하면서 이같은 주장을 강력 부정했다.

그렇다면 신 대장은 1억여원에 달하는 '공금'을 구체적으로 어디에 사용한 것일까. 이날 공판의 심문 내용을 종합하면 신 대장은 이 돈의 대부분을 격려금과 지인들의 축·조의금, 외박비, 아들의 음료수 값, 부친의 차비, 기자 촌지 등에 사용했다.

이날 참석한 증인은 신 대장의 3군단장 재직 시절 관리참모와 비서실장 등 5명. 이들은 이날 공판에서 신대장이 293회에 걸쳐 사적 용도로 사용했다는 공금 사용 내역이 적시되어 있는 범죄일람표, 즉 군검찰이 신 대장을 구속기소할 때 작성한 횡령 혐의 내역을 보며 구체적으로 돈의 쓰임새가 '공적이었는지, 사적이었는지' 등을 진술했다. 이에 대한 논쟁을 요약해 재구성하면 다음과 같다.(A씨-신 대장 3군단장 재임시절 관리참모, B씨-비서실장, C씨-A씨 후임 관리참모)


"공금으로 사용된 아들 음료수비 · 부친 차비는 어느 항목에 해당하나"

"콘도이용대금, 리조트 이용비, 계룡호텔 숙박비 등은 어떤 경우에 사용한 것인가."(군판사)
"주로 외박하면 사용한 것이다. 누구를 만났는지는 모른다.(B씨)

"조의금, 부의금, 조화 등을 누구에게 보냈나."(군판사)
"기억이 나지는 않지만 과거에 같이 근무했던 사람들이 많았다."(B씨)

"선물, 더덕 등은 누구에게 주려고 산 것인가."(군판사)
"여러 경우가 있었는데 군부대 방문객 등에게 선물을 주기 위한 것이었다."(B씨)

"그럼 이중 공적으로 사용됐다고 생각되는 부분에 대해 진술해달라."(군판사)
"(범죄일람표에 적시된 293건의 사용내역은) B씨와 함께 장부를 보면서 사적으로 사용한 것을 정리한 것이다."(검찰관)

"00번은 피복비와 계급장 등인데 이건 어떻게 쓰인건가."(신 대장의 변호인)
"부관이 집행한 것 같다. 신 대장의 군복과 계급장을 산 것으로 보인다."(A씨)
"군복을 산 것을 대해 사적으로 쓴 것이라고 보기에는…."(신 대장의 변호인)
"피복비는 별도로 지급되고 있다."(검찰관)


"(신대장이 사용한) 아들 음료수비, 아버지 차비는 어느 항목에 해당하나"(검찰관)
"모르겠다."(신 대장)

"축의금 등은 개인적으로 사용한 것이 아닌가? 범죄라고 볼 수도 있는 건 아닌가."(군판사)
"축·조의금은 '정'의 개념으로 사용한 것이다. 내가 돌려받기 위해 한 것은 아니다."(신 대장)

"(범죄일람표를 보여주며) 증인이 보기에 이중 공적으로 사용된 것은 어떤 항목이라고 보나. 내용이 잘못 적힌 것이 무엇인가."(군판사)
"137번은 여러명의 기자들에게 공식적으로 전달된 것이기 때문에 공적으로 쓰인 것이다."(C씨)
"확인해주겠다. (장부를 보여주며) 여기보면 기자가 단 한 명 뿐이다."(검찰관)
"아, 000 기자. 그러면 이건 공적으로 쓰인 것은 아니다."(C씨)


범죄일람표 봐가며 '공금' 사용 여부 캐물어

한편 이날 공판에서는 A씨가 감사용 '허위장부'를 작성한 배경도 주목을 받았다. 우선 군검찰은 A씨를 상대로 신 대장이 3군단장 재직시절 비서실 운영비 61만5천원을 매달 지휘활동비에 포함해 수령, '사적'으로 사용한 것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이에 A씨는 "신 대장이 경리업무를 비서실장이 전담하라고 꾸지람을 주었기 때문에 경리 업무를 볼 수 없었다"고 해명했다.

그는 특히 "비서실장이 작성한 장부를 토대로 회계감사를 받기 위해 새롭게 장부를 작성했다"면서 "이에 첨부하는 영수증 등은 식당 등에서 (별도로) 받은 것을 사용했다"고 밝혔다.

A씨는 "신 대장이 사용했던 축부의금, 가족들에게 사용한 돈이 관행이라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A씨는 변호인 반대심문에서는 "회계측면에서 봤을 때 신 대장이 법규와 관행에서 벗어난 적은 있다"면서도 "그러나 이번 일로 (신 대장의) 군생활 38년의 공이 완전히 삭감되어서는 안된다는 아쉬움이 있다"고 술회했다.

이밖에도 3군단장 이임식 한 달 전에 신 대장이 ㄷ그룹의 회장으로부터 받은 '전별금'이라는 1000만원의 성격을 둘러싼 논란도 계속됐다. 결국 군검찰은 이날 ㄷ그룹 회장을 증인으로 신청했고, 3차 공판은 24일 오전 9시30분에 열릴 예정이다.

"청와대 지시문건 봤다" - "이첩된 '첩보' 내용일뿐"
2차 공판에서 불거진 청와대 개입 논란

2차 공판에서 신 대장의 횡령 혐의에 대한 공방보다 주목을 더 끈 주제는 군검찰단의 수사 착수 배경에 대한 논란이다. 신 대장의 3군단장 재직시절 관리참모였던 A씨는 이날 증인으로 출석해 "지난 2월경 군검찰 수사관 2명이 자신의 집에 찾아와 수사에 협조해달라고 했으나, 처음에는 거부했다"면서도 "하지만 수사관들이 '청와대 지시 사항'이라고 얘기하면서 나와 관련된 잘못된 사실이 적힌 문건을 보여줘 해명 차원에서 조사를 받게됐다"고 주장했다.

A씨는 3군단내 부대공사 수주와 관련해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됐다가 선고유예로 풀려난 바 있다. 그는 이날 공판에서 신 대장의 변호인인 이기욱 변호사가 "청와대가 어떻게 지시한 것 같냐"고 질문하자 "사정비서관이 국방부에 지시한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최강욱 수석검찰관이 "청와대의 지시 때문에 수사한다고 보나, 수사관들이 보여준 문서에 지시사항이 적혀있었나"라고 묻자 "(조사를) 거부했더니 문서를 보여줬다, 진정내용이 있었다"고 답변했다.

그러나 최 수석검찰관은 "그 진정 내용은 청와대 지시 문서가 아니라 첩보 관련된 내용"이라고 밝혔다. 잠시 휴정한 뒤 속개된 재판에서 최 수석검찰관은 "(A씨가) 청와대 개입을 언급해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고, 노파심 때문에 증인에게 다시 물었다"면서 "A씨가 본 문건은 대통령 비서실에서 통상 내려보내는 이첩처리 문건"이라며 "신 대장과 관련된 첩보 내용이었다"고 부연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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