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는 실천학문이다”

[인터뷰]월드비전 성남복지관 최성균 관장

등록 2004.05.22 14:06수정 2004.05.22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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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하루 매순간이 감동적이고 보람될 수 있을까. 사회복지 32년 외길인생을 걸어온 월드비전 성남종합사회복지관 최성균 관장은 삶이 참 즐겁다. 애절한 사연을 안고 살아가는 이들과 함께 부대끼며 사는 삶이 그에겐 천국이자 천직이기 때문이다. 매일 되풀이되는 좌절과 보람의 연속인 삶이 그래서 좋다.

구호단체 한국월드비전 경기지부장이기도 한 최 관장은 최근엔 북한 용천역 폭파사고 피해자를 위한 구호활동에도 연신 다리품을 팔고 있다. 경기권 소재 초중고교에 사랑의 저금통을 비치해 알음알음 모인 정성을 한아름 담아 시름하는 북한이웃에게도 전할 예정이다. 치열하지만 누구보다 유쾌한 일상을 살아가는 최 관장을만나봤다.

a 월드비전 성남종합사회복지관 최성균 관장

월드비전 성남종합사회복지관 최성균 관장 ⓒ 이종구

-한국월드비전은 국내 최초로 용천역 폭파사고 구호활동과 구호품 조달 작업을 진행할 걸로 아는데요.
"폭파사고 후 월드비전 긴급구호팀이 국내 최초로 투입됐죠. 담요와 쌀 등 생필품들을 그 지역 주민에게 무료배급하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지금도 긴급 구호품이나 의료품 등은 지속적으로 조달하고 있습니다."

-월드비전 성남복지관에서도 용천역 피해자 돕기 모금활동을 전개중인 걸로 아는데 어떤 활동을 하고 있는지요.
"사랑의 빵 돌리기 운동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경기권 초중고교에 저금통을 놓아두고 자율적으로 동참을 유도하는 프로젝트죠. 많은 인력이 필요해 조금은 힘이 들지만 학생들의 소중한 정성이 담기는 의미있는 운동인 만큼 좋은 결실이 기대됩니다."

-한국사회복지사협회 회장도 겸하고 있는데 어깨가 무거울거라 생각합니다. 남은 임기동안 꼭 이루고 싶은 일이 있다면 무엇입니까.
"현재 사회복지사는 전국에 10만명에 달합니다. 그러나 사회복지사에 대한 처우는 너무나도 열악하죠. 사회복지사끼리 결혼하면 영세민 자녀를 낳는다는 얘기가 있을 정도입니다. 이젠 사회복지사도 희생만 강요할 게 아니라 떳떳한 대우를 해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남은 임기 1년 동안 사회복지사 처우를 일선 학교 선생님 수준으로 끌어올리도록 노력할 방침입니다."

-월드비전 성남복지관은 성남 수정중원구의 유일한 종합사회복지관인데요. 그래서 더욱 지역민과 호흡하는 역할이 필요하다 봅니다.
"복지관은 지역 주민들의 휴식터입니다. 누구나 와서 쉴수 있는 공간이죠. 현재 빈곤, 노인, 아동 등 다양한 지역민 지원프로그램을 선보이고 있는데 그 중에서도 '사랑의 도시락 배달사업'과 '청소년 지원사업'은 복지관의 주력 사업입니다. 청소년 250명과 노인 460명을 지원하고 있는데 노인들에겐 편안한 삶을 그리고 청소년들에겐 꿈을 잃지 않도록 관심을 기울이는 사업입니다."

-복지관 지원프로그램을 보면 독특한 철학이 담겼다고 생각됩니다. 특별한 마인드가 있다고 보는데.
"100% 지원은 무의미합니다. 스스로 일어날 수 있는 동기를 마련해주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죠. 예를들면 생활이 어려운 노인분들에겐 식사를 대접하지만 거기서 그치지 않고 그 분들이 진정 보람을 찾을 수 있는 일거리를 제공하는거죠. 또 청소년들에게도 사회에서 수혜를 입으면 단돈 10원이라도 대가를 지불토록 하고 있습니다. 그것도 어려우면 자원봉사라도 하도록 요청합니다. 그래야만 세상을 살아가는 자립심이 생기기 때문이죠."


-아직 우리나라는 복지수준이 성숙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국민들의 관심이 더 절실한 부분인 것 같은데요.
"장애인이 잘 사는 나라, 청소년들이 꿈을 키울 수 있는 나라가 진정 잘사는 나라입니다. 그러나 우리 나라는 안타깝게도 이 부분에선 성숙치 않았습니다. 자기 자신부터 남을 돕는 일에 나서야 합니다. 내 이웃을 내 몸같이 사랑할 때 진정으로 아름다운 나라가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월드비전 성남복지관 최성균 관장에겐 의미있는 책 한권이 있다. 최 관장의 오랜 지인들과 후학들이 모래알 정성으로 담아낸 162인의 글모음 <사랑 만남 사회복지>가 그것이다.


최 관장의 삶과 사회복지 철학을 그들만의 시각으로 전해온 기념문집이자 그의 인생살이 발자취가 듬뿍 묻어난 책이다. 다시 태어나도 사회복지사 길을 걷고 싶다는 최 관장. 사회복지는 이론학문이 아닌 실천학문이라며 오늘도 내 이웃을 찾아 발길을 재촉하는 그의 모습에서 참다운 사회복지사의 아버지상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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