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후기] '김문수-유시민-심상정'의 서노련 인연

등록 2004.05.23 11:24수정 2004.05.23 11:58
0
원고료로 응원
a 지난 9∼11일 민주노동당 남원연수원에서 열린 의원연수에서 만난 심상정 당선자.

지난 9∼11일 민주노동당 남원연수원에서 열린 의원연수에서 만난 심상정 당선자. ⓒ 오마이뉴스 권박효원

기자가 심상정 민주노동당 당선자를 인터뷰 하기는 이번이 두 번째다. 2년 전 금속노조 사무처장으로 재직할 당시, '먹물에 물들지 않은 철의 노동자'라는 제목으로 인터뷰를 쓴 적이 있다.

당시 기자는 인터뷰 하는 내내 "이런 사람이 정치를 해야 하는데"라는 생각을 떨칠 수 없었다. 그래서 인터뷰 말미에 정치를 할 생각이 없느냐고 물었다.

그 때 그는 "내가 나이 들어 더 이상 노동운동을 할 수 없게 되었을 때 주변 사람들에게 내 인생을 자랑스럽게 얘기할 수 있다면, 그런 날이 오길 바란다"고 답했다.

정치를 선택한 생각의 변화가 궁금했다. 심 당선자는 85년 서울노동운동연합(서노련) 결성 당시로 거슬러가 설명했다. 구로동맹파업이 5일만에 무참히 깨지면서 노동자 정치조직의 필요성이 제기되었고 그 결과 결성된 게 서노련이었다.

당시 서노련은 김문수씨(현 한나라당 의원)가 사무국장으로 있던 전태일기념사업회 사무실을 썼는데 김문수씨가 서노련의 공개조직을, 심상정씨가 비공개의 총책을 맡고 있었다. 그리고 유시민(현 열린우리당 의원), 박노해, 백태웅, 문성현 등이 참여해 있었다.

"나는 '서노련이 뭐냐'고 그러면 엠피오(MPO, 대중정치조직)라고 했어. 당시 이론적으로 정립되지는 않았지만 나는 노동자 정당의 대중적인 형태에 대한 문제의식이 강했거든. 그런데 서노련에서는 노동운동이 자꾸 이념논쟁으로 비화되고 내부 결속력은 떨어져갔지. 그 때 제일 과격파가 사노맹을 결성했고 나는 비합조직 참여를 거부했다가 경험주의자로 낙인 찍혔지."

이후 심 당선자의 노동운동과 대중정치조직의 결합에 대한 고민은 지속되었다. 그것이 민주노동당 창당발기인을 거쳐, 오늘날 민주노동당의 비례대표로 나서게 된 배경이었다.


심 당선자는 17대 국회에서 의원의 자격으로 김문수, 유시민씨를 다시 만나게 된다. 이에 대해 그는 "서로 추구하는 가치가 다를 뿐, 그 분들이 나를 기준으로 재평가 될 필요는 없다"며 "이미 오래 전 세계관이나 운동관을 확인했기 때문에 별다른 소회는 없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김문수-유시민-심상정, 세 사람은 서울대 동문이기도 하다. 김문수 의원이 선배이고 유시민 의원과는 동기. 또 각각 3선, 재선, 초선이라는 점도 흥미롭다. 심 당선자는 "정치적 입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인간관계를 활용할 필요가 있다"며 "학맥이나 인맥이 아닌 정책을 중심으로 한 의원간의 공조는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쌍방 인터뷰를 한 번 해보는 것은 어떠냐'는 제안은 단호히 거절했다. 그는 "그 분들도 정치활동으로 평가받을 권리가 있다"며 '과거'를 통한 평가가 아닌 앞으로의 의정활동으로 평가 받기를 원했다. '운동' 이력도 큰 재산인 요즘, 노동운동 외길을 걸어온 신인정치인의 완고함은 신선하게 느껴졌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억대 연봉이지만 번아웃 "죽을 것 같았다"... 그가 선택한 길 억대 연봉이지만 번아웃 "죽을 것 같았다"... 그가 선택한 길
  2. 2 28년 만에 김장 독립 선언, 시어머니 반응은? 28년 만에 김장 독립 선언, 시어머니 반응은?
  3. 3 체코 언론이 김건희 여사 보도하면서 사라진 단어 '사기꾼' '거짓말'  체코 언론이 김건희 여사 보도하면서 사라진 단어 '사기꾼' '거짓말'
  4. 4 마을에서 먹을 걸 못 삽니다, '식품 사막' 아십니까 마을에서 먹을 걸 못 삽니다, '식품 사막' 아십니까
  5. 5 6개 읍면 관통 345kV 송전선로, 근데 주민들은 모른다 6개 읍면 관통 345kV 송전선로, 근데 주민들은 모른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