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명을 꿈꾼 사람들은 왜 공장으로 갔을까

MBC <이제는 말할 수 있다> '한국의 진보' 3부작 방영

등록 2005.04.19 12:48수정 2005.04.19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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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수, 송영길, 노회찬, 심상정, 원희룡, 조승수. 현직 국회의원이라는 것 말고도 이들의 공통점은 무엇인가. 소속정당도 이념도 다른 이들은 바로 80년대 위장취업해 현장에서 노동운동을 벌인 사람이다.

1980년 광주민주화운동 이후 대한민국에서는 세계사에 유래가 없을 정도로 많은 지식인들이 공장에 취업한다. 그들은 왜 공장으로 갔을까. MBC <이제는 말할 수 있다>(기획 김환균) '한국의 진보' 3부작은 이에 대한 해답을 구하는 것부터 시작한다.

오는 24일부터 5월 1일, 8일까지 3부작으로 방영될 '한국의 진보'(연출 한학수)는 사회주의 혁명을 꿈꾼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다. '80년 광주'에 대한 울분으로 공장에 위장취업한 학생들의 노동운동이 85년 '인천지역 민주노동자연맹(인민노련)' 건설로 이어지고, 90년대 사회주의 붕괴와 함께 이들이 좌절하는 과정을 집중조명한다.

프로그램을 기획한 김환균 PD는 "지난 25년간 진보세력의 역사에는 우리 사회가 겪어왔던 갈등과 고민이 담겨있고, 이들이 겪어왔던 열정과 한계, 오류를 짚어볼 때도 됐다"고 기획의도를 밝혔다. 진보세력의 성찰을 위해서도 필수적이지만, 이들과 동반해야 할 건강한 보수에게도 시사점이 있다는 게 제작진의 설명이다.

24일 방영되는 1부 '공장으로 간 지식인들'은 80년대 위장취업자들에 대한 이야기다. 학계에서는 노동자들을 조직화, 사회민주화를 이루고자 하는 꿈을 안고 공장으로 간 지식인들 수를 1만여명 정도로 추산하고 있다.

그들은 왜 공장으로 갔는지, 공장 안에서는 어떤 일들이 일어났는지, 노동자들은 위장취업자들을 어떻게 바라봤는지, 당시 위장취업 활동을 했던 이들의 증언을 통해 알아본다. 또 위장취업자와 노동자의 합작품이자 정권과 충돌이 표면화되기 시작한 85년 '구로동맹파업'도 살펴본다.

5월 1일 방영될 2부 '인민노련, 혁명을 꿈꾸다' 편에서는 한국전쟁 이후 최대 비밀정치조직으로 불렸던 '인천지역 민주노동자연맹'(인민노련)이 87년 발족해 91년 전국적 지하정당을 조직하기까지 과정을 그린다. 또 이들이 주체사상파와 대립했던 이유도 조명해본다.


이어 5월 8일 방영 예정인 3부 '혁명의 퇴장, 떠난 자와 남은 자' 편에서는 90년대 닥쳐온 사회주의 몰락, 민중당의 실패 등 좌절하는 386세대와 쓰라린 현실을 맞이한 노동자들을 그린다. 현실에서 혁명정신이 퇴장하고 난 뒤, 떠난 자들과 남은 자들의 명암을 조명함과 동시에 한국 진보세력의 역사를 평가한다.

"진보세력의 '되돌아보기' 됐으면"
[인터뷰] '한국의 진보' 3부작 연출한 한학수 PD

▲ 한학수 MBC PD
ⓒ오마이뉴스 안홍기
MBC <이제는 말할 수 있다> ' 한국의 진보' 3부작을 연출한 한학수 PD. 지난해 '신의 아들과의 전쟁' 편에서 병역비리 실태를 추적 보도해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그 공로로 지난 2월 부패방지위원회에서 '반부패 수범 유공상 부패방지위원장상'을 받았다.


그는 80년대 진보세력의 역사를 다룬 것에 대해 "이런 프로그램이 더 빨리 만들어졌어야 했다"며 "진보진영에 대해선 자기 되돌아보기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고, 보수세력들도 시사점을 얻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9월부터 기획 및 취재에 들어가 7개월 준비 끝에 이번 프로그램을 내놓은 그는 위장취업 경험자들이 증언을 기피해 어려움을 겪었다고 털어놨다. 점조직으로 이뤄진 '인민노련'에 대한 전체적인 파악이 잘 안돼 애를 먹기도 했다.

다음은 한 PD와의 일문일답.

- 프로그램을 통해 전달하고 싶었던 메시지는?
"진보진영, 다른 표현으로 하면 '좌파'의 자기 되돌아보기가 부족했다고 본다. 이 프로그램이 되돌아보기의 기회가 됐으면 한다. 진보세력의 역사는 그들만의 역사가 아니다. 진보와 보수의 상호작용이었다는 점에서 보수세력들도 시사점을 얻었으면 한다."

- 인민노련에 초점을 맞춘 이유는?
"지하조직을 하나의 창으로 본다면, 많이 알려진 게 '사노맹', 'NL그룹' 등인데 그중 자신들 생각을 가장 투명하게 드러내고 정치적 실천으로 드러낸 게 인민노련이다. 한국전쟁 이후 최대 조직으로 지하정당을 만들었기 때문에 그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다."

- 이런 얘기가 왜 이제야 다뤄지게 됐을까.
"진보세력 내부에서 이 문제를 꺼내는 것에 대해 정치적 판단을 했다고 생각한다. 정세에 나쁜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두려움도 있었다고 본다. 그러나 이제는 이런 것을 벗고 가야 한다. 자신의 허물에 대해서도 진보진영이 냉정하게 드러내야 더 나아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 87학번인데 학교생활 하던 중 위장취업한 사람들이 가까이 있었나.
"물론 있다. 위장취업한 선배와 동료, 지하조직에 깊숙이 개입했던 선배들이 있다. 겪었던 이야기이고 나와 멀지 않은 이야기다. 80년대 학번들의 공통적인 이야기일 것이다."

- 제작하면서 어려웠던 점은?
"위장취업 활동했던 분들이 인터뷰를 잘 안하려 했다. 특히 여자분들이 그랬다. 주부도 있고 교수도 있다. 정계에 있는 사람들은 얘기를 잘했지만 아직 상처가 덜 아물었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인민노련 관련 자료도 부족했다. 점조직이라 관련자들이 전체를 잘 알지 못했다. 중앙위원급은 중앙위원회 일만, 지역조직은 지역조직 일만 알고 있다. 그래서 취재하기 어려웠다. 이번에 프로그램을 만들면서 '인민노련'에 대해 나름대로 '박사'가 됐다고 할 수 있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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