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

'5.25 신문시장 정상화 종합대책'에 시민·언론단체 혹평

등록 2004.05.25 16:55수정 2004.05.25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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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과천정부종합청사내 공정거래위원회 전경.

과천정부종합청사내 공정거래위원회 전경. ⓒ 오마이뉴스 권우성


공정거래위원회가 신문시장 정상화 일환으로 종합대책을 내놓았으나 생색내기에 그쳤다는 호된 비판에 직면했다.

공정위는 지난 2월 신문고시 전담부서 신설과 함께 이달초 신문시장 직권조사에 들어가면서 신문시장 정상화에 발벗고 나선 것으로 기대됐다. 그러나 공정위가 이번에 발표한 '종합대책'의 경우 그 이름이 무색할 정도로 면피성 조치로 일관하고 있다는 게 시민·언론단체의 공통된 반응이다.

시민·언론단체들은 공정위가 마련한 이번 대책으로는 효과적인 처방이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시민·언론단체들은 "공정위가 신문시장 정상화에 대한 진정한 의지가 있는지 의심스럽다"면서 "이렇듯 소극적이고 안일한 태도를 벗지 못한다면 신문시장을 전담하는 제2의 규제기구 설립운동에 들어가겠다"고 선언했다.

공정위 대책 뭘 담고 있나

a 강철규 공정거래위원장

강철규 공정거래위원장 ⓒ 오마이뉴스 권우성

공정거래위원회(위원장 강철규)는 25일 오전 11시 정례 브리핑을 열고 직권조사 추진, 제재수준 강화, 대국민캠페인 전개, 신고포상금제 도입 등을 골자로 한 신문판매시장 거래질서 정상화를 위한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공정위는 우선 신고발생 상습지역과 수도권, 지방 신흥개발 지역 등 고시위반 가능성이 큰 지역을 대상으로 직권조사를 실시하고 필요할 경우 올 하반기에 추가조사를 하겠다고 밝혔다. 직권조사 결과 본사와 연계성이 확인될 경우 본사에 대한 조사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또 과징금, 법위반 사실 공표명령, 지자체 웹사이트에 법위반 사실공지 등 제재수준을 강화하고 불법으로 확장한 독자 비율에 상응하는 조치와 더불어 적발빈도에 따라 제재강도를 높일 예정이다. 가령 3000부 이상 배달 지국이 규정한도를 넘어 무가지·경품제공 뒤 확장한 독자비율이 10% 이상일 경우 첫회는 과징금, 두번째는 위반사실 공지, 세번째는 검찰고발 등으로 시정조치를 내리겠다는 것이다.


이밖에 시민·언론단체들과 공동으로 '무가지·경품 안받기' 캠페인과 온라인 서명운동도 전개하는 한편 시민단체 자체의 감시활동 결과를 적극 활용하기로 했다. 공정위는 신문시장의 기본통계와 가격결정, 유통구조 등과 개선대책을 위한 종합적 연구도 추진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포상금제 도입·감시인력 보강은 중장기 검토대상에 그쳐


그러나 이번 종합대책으로 공정위가 신문시장 정상화를 이룰지는 미지수이다. 특히 그동안 신문고시 실효성을 높일 수 있는 방안으로 시민·언론단체에서 강력하게 요구했던 조속한 포상금제 도입, 감시인력 보강의 경우 '중장기 검토대상'에 언급되는데 그쳤다.

공정위는 종합대책에서 공정위 모니터요원(100명)에 '신문판매시장 명예감시요원증'을 발급하고 신고 교육을 실시할 계획이라고 밝혔지만, 본격적인 조사처리 인력보강은 검토단계라고 밝혔다.

신고포상금제에 대해서도 장기적인 과제로 남겨놓았다. '신고포상금제'란 유료 신문대금의 20%를 초과하는 경품 및 무가지를 제공받은 건이 신고될 경우 그 제공받은 가액의 일정배를 포상금으로 지급한다는 방안이다.

또 경품과 무가지 제공한도 축소와 본사-지국간 불공정거래행위 규제 등을 포함시킬 수 있도록 신문고시를 개정해야 한다는 요구 역시 반영되지 않았다. 따라서 이달초 신문고시를 위반한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등 3개 지국에 과징금을 부과하며 신문시장 정상화 종합대책을 내놓겠다던 공정위의 의지는 결국 '알맹이 빠진 생색내기'에 그쳤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최민희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 사무총장은 "더이상 공정위에 기대할 게 없다"며 "공정위가 계속 안일한 태도로 나간다면 우리는 신문시장을 전담하는 제2의 규제기구 설립운동을 벌일 수밖에 없다"고 단호한 입장을 보였다.

최 총장은 "장난하는 것도 아니고 종합대책을 내놓겠다고 하더니 그동안 공정위가 당연히 해야 했던 일을 명시한 수준밖에 더 되느냐, 캠페인의 경우는 시민단체들이 해왔던 것과 뭐가 다른지 모르겠다고"고 말했다. 최 총장은 "공정위가 신문시장 정상화에 정말 의지가 있다면 규제의 실효성을 높일 수 있도록 신문고시를 개정하고, 포상금제 도입으로 신고를 활성하는 게 지름길"이라고 덧붙였다. 또 "신문판매연대 소속 지국장들이 본사의 부당한 횡포에 맞서 단식농성까지 하고 있는데 본사-지국간 불공정거래를 규제할 수 있는 최소한의 조치도 없지 않느냐"고 비판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역시 이날 '이번에도 눈가리고 아웅하는 생색내기인가'라는 제목의 성명을 통해 공정위원회에 호된 비판을 가했다. 언론노조는 "종합대책이라는 이름이 무색할 정도로 온갖 화려한 입발림 속에서 '생색내기'와 '면피성' 대책으로 일관하고 있다"며 공정위 대책에 실망감을 나타냈다.

언론노조는 효율적인 규제를 위해서는 상시조사, 포상금제 도입, 신문고시 개정으로 경품제공 근절 및 무가지 제공한도 축소 등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언론노조는 포상금제 재원마련에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는 공정위에 대해 "과징금과 경품처분 대금 등 다양한 방안을 이용할 수 있다"며 "기획예산처 및 문화관광부와 협의하고 국회 도움을 얻어 일부 예산만 배정하면 된다"고 반박했다. 언론노조는 신문고시 강화와 포상금제 도입 등 신문시장 정상화를 위해 열린우리당, 한나라당, 민주노동당 등 3당이 당 차원에서 적극 나서줄 것도 호소했다.

a 지난해 1월 20일 서울 광진구 구의동 한 아파트 단지 입구에서 '조중동' 3사 판촉사원들이 각각 자전거경품을 동원해 독자를 유치하는 모습. 그러나 공정위원회는 신문시장 정상화를 위한 대처를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1월 20일 서울 광진구 구의동 한 아파트 단지 입구에서 '조중동' 3사 판촉사원들이 각각 자전거경품을 동원해 독자를 유치하는 모습. 그러나 공정위원회는 신문시장 정상화를 위한 대처를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공정위 "최선 다하고 있다... 지켜봐달라"

이같은 시민·언론단체의 비판적인 반응에 공정거래위원회는 난감한 입장을 보였다.

공정위의 관계자는 "공정위가 할 수 있는 노력을 모두 담았다"면서 "지금 실시 중인 직권조사 결과가 나오고 대국민캠페인이 실시되면 (불공정거래행위를) 상당히 근절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시민·언론단체 등에서 너무 조급하게 재촉하지 말고 좀 지켜봐줬으면 좋겠다"는 바람과 함께 "포상금제 도입의 경우 법 개정을 하지 않고도 가능한 방안을 다각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포상금제 도입의 관건인 예산확보 문제와 관련, "소액일 경우 '고시'로도 지급이 가능하지만 선거법처럼 50배 등으로 일정배의 포상금을 주게 되면 신고가 너무 많아 법 개정이 따라야 예산확보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신고가 너무 많이 들어올 경우 포상금액에 대한 검토도 이뤄져야 한다는 게 공정위측 입장이다.

이어 "신문고시 집행을 위해 인력이 더 필요하면 다른 국이나 과에서 지원받는 방안까지 모색하고 있다"며 "소비자보호국에서 운영중인 모니터요원 100명을 교육시켜서 신문시장 감시활동에 투입하는 것도 묘안을 마련하는 노력에서 나왔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경품금지 및 무가지 한도 축소, 부가가치세 도입에 대해서는 다소 부정적인 견해를 나타냈다. 이 관계자는 "부가세 부과 문제는 공정위 소관이 아니고 재정경제부 등에 건의할 사안"이라며 "20% 한도도 근절하지 못하는데 경품금지 및 무가지제공 한도를 5% 이내로 축소하는 게 가능하겠는가"라고 되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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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언론운동협의회(현 민언련) 사무차장, 미디어오늘 차장, 오마이뉴스 사회부장 역임. 참여정부 청와대 홍보수석실 행정관을 거쳐 현재 노무현재단 홍보출판부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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