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이주시켜 놓고 변상금 물라니"

포이동 주민들 강남구청 앞마당에서 시위..강남구 "우린 법대로"

등록 2004.06.01 19:48수정 2004.06.02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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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구 포이동 266번지 주민 150여 명은 1일 낮 서울 삼성동 강남구청 앞마당에서 강남구에서 부과한 토지 변상금 철회와 점유권 인정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강남구는 서울시 조례와 주민 실태조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이유를 들어 이들의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가까이 보이는 판자촌이 포이동 266번지의 빈민 집단 거주지이고  멀리 보이는 곳은 양재천 건너 아파트 단지 및 최고층 타워 팰리스다
가까이 보이는 판자촌이 포이동 266번지의 빈민 집단 거주지이고 멀리 보이는 곳은 양재천 건너 아파트 단지 및 최고층 타워 팰리스다포이동 철대위
이날 오전 11시부터 강남구청 앞에서 집회를 열고 있던 주민들은 오후 1시 42분께 강남구청장과의 면담을 요구하며 일제히 강남구청 앞마당으로 몰려가 본관 진입을 시도했다. 방패로 무장한 경찰이 이들의 진입을 격렬하게 막아 나서며 서로 충돌했다. 이 과정에서 주민 10여 명이 코뼈가 부러지고 머리가 깨지는 등의 부상을 당해 일부는 병원으로 긴급 후송됐다.

부상자가 다수 발생하자 흥분한 주민들은 경찰 책임자와 강남구청장의 사과를 요구하며 연좌농성에 들어갔다. 이들은 '철의 노동자'와 '투쟁의 한길로' 등의 투쟁가요를 부르며 2시간 동안 시위를 이어갔다. 일부 주민들은 경찰의 무리한 진압에 항의해 경찰 저지선 앞 땅바닥에 누워 옆으로 구르고 뒹굴며 육탄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사태 수습에 나선 경찰은 강남구청장과의 면담이 오는 17일께 성사될 수 있도록 노력하기로 약속하고 농성을 풀 것을 주민들께 요구했다. 18일까지 강남구청 앞에서의 집회 일정을 잡아놓고 있는 포이동 철거민대책위원회는 일몰 전에 농성을 풀기로 하고 오후 4시께 정리집회를 가진 다음 해산했다.

서울시의 체비지인 포이동 266번지는 서울시의 도시계획에 따르면 현재 도서관 용지로 되어 있다. 3800여 평에 이르는 이곳에는 지난 1981년 군사정권에 의해 강제로 집단 이주해온 104가구 350여 명이 각종 고물과 폐지, 재활용품을 수집하며 생활하고 있다.

포이동 철대위는 ▲현 거주지에서 23년간 터전을 잡아온 주민들에게 점유권을 인정할 것 ▲토지 변상금 부과를 철회하고 이미 수납한 변상금은 되돌려 줄 것 ▲주민들의 주민등록 등재를 인정할 것 등을 요구하고 있다.

포이동 철대위 김종만 총무부장은 "과거 군사독재정권이 이른바 자활근로대(재건대)를 발족시켜 거리의 부랑아, 넝마주이, 고아 등을 이곳으로 정책적으로 강제 이주시켰다"면서 "그런데 지금 와서 불법 무단 점유자라고 하여 강남구에서 토지 변상금을 가구당 수백만원씩 부과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강남구에 따르면 오는 18일 납부하기로 되어 있는 포이동 266번지에 대한 2003년도 토지 변상금이 주거용의 경우 1억4840만원으로 가구당 평균 142만6923원이다. 1990년 이후 부과돼 온 토지 변상금에 대해 거의 납부하지 않고 있는 주민들은 체납액이 가구당 평균 1천만원을 넘는다.

김종만 총무부장은 "1990년부터 편법으로 부과되고 있는 토지 변상금은 강제 이주정책를 면탈하려는 강남구의 떠넘기기식 행정 폭력이며, 잘못된 행정에 대한 책임지려는 공무원도 없는 실정"이라며 "합리적이고 합법적인 범위에서의 토지 사용료는 내겠지만 불법 점유자도 아닌 주민들에게 변상금을 물어라는 것은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강남구에서는 현재 포이동 266번지에 살고 있는 주민들의 상당수가 1990년 이후에 들어온 사람들이라고 억지를 부리고 있다"며 "지금까지 266번지(옛 201번지)에 살고 있는 주민들에게 주민등록 등재를 위한 전입신고를 그동안 동사무소에서 받아주지 않았기 때문에 마치 일부만이 1990년 이전부터 거주해 온 것처럼 나타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강남구 도시계획과 윤영민 도시관리팀장은 "포이동 266번지는 1983년부터 주변에 흩어져 있던 재건대가 점유를 시작하여 집단을 이루었고, 1990년대 이후 지속적으로 증가하여 2003년에 주거용 104세대, 영업용 25동으로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윤 팀장은 "1990년도 거주자와 현재의 거주자를 비교해 보면 20세대만이 동일한 세대로서 대부분의 주민들은 1990년대 이후 들어온 것으로 판단된다"며 주민들의 점유권 인정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윤 팀장은 주민들의 변상금 부과 철회 요구에 대해 "체비지 변상금의 부과는 서울시도시개발체비지관리조례 제17조에 따라 부과되는 것으로 부과 업무는 자치구청으로서는 피할 수 없는 업무"라고 강조하고 "그러나 체비지의 무허가 건물 점유자들이 어려운 가정 형편을 고려하여 지난달 12일 조례 등 법령 개정을 해서라도 대책을 세우도록 서울시장에게 요청했다"고 말했다.

또 주민들의 주민등록 등재 요구와 관련 "개포1동장과 구룡마을 주민의 주민등록 등재에 관련된 소송판결문을 참고하면 포이동 266번지는 관련법령이 요구하는 건축물의 요건을 갖추지 못하는 등 주민등록법의 입법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더욱이 주민등록 등재는 주소지 관할 동장의 사무로 이견이 있을 경우 점유권과 같이 법률적인 다툼에 의해 취득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포이동 철대위 김종만 총무부장은 "구룡마을은 정책적으로 이주해 온 것도 아니고, 또 국유지나 시유지가 아닌 사유지가 80%인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문정동 개미마을같이 법률적인 다툼에서 주민들이 이긴 판례도 있다. 왜 이런 곳은 모른 척 하고 개인땅을 점유하고 있는 구룡마을을 우리와 비교하는지 그 의도가 의심스럽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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