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정부와 민변, 각자의 길을 갈 뿐"

[인터뷰] 이석태 신임 민변회장… "올해 최대 목표는 국보법 폐지"

등록 2004.06.01 23:22수정 2004.06.02 16:42
0
원고료로 응원
이석태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신임 회장
이석태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신임 회장오마이뉴스 남소연

지난 달 29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 사상 처음으로 회원들의 직접선거를 통해 법무법인 덕수의 이석태 변호사(51·사시 24회)가 회장에 뽑혔다. 민변과 민변의 전신격인 '청년변호사회'에서 활발한 인권운동을 벌여온 이 회장은 참여정부 출범 이후부터 지난 2월까지 청와대 공직기강 비서관을 지내기도 했다.

지난 88년 창립 때부터 활발한 민주화운동을 벌여온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은 최근 참여정부의 주요 인재풀로도 주목받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과 문재인 청와대 시민사회수석비서관, 고영구 국가정보원장, 강금실 법무장관, 김창국 국가인권위원장 등이 민변 출신이다. 이번 총선에서는 천정배 원내대표를 비롯해 열린우리당 소속으로 13명, 한나라당 소속 1명 등 총 14명의 민변 출신자가 당선됐다.

지난 1일 이석태 변호사 사무실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이 회장은 "민변 출신자들이 현 정권과 여당에 포진해 있는 상황에서 민변의 권력감시와 비판이 가능하겠느냐"는 질문에 "민변과 참여정부는 각자의 길을 갈 뿐"이라고 일축했다.

이 회장은 "부안핵폐기장 사건과 파병 문제 등에 대해 현 정부를 가장 비판하면서 대안을 제시한 단체가 민변"이라며 "이후로도 개혁에 어긋나는 부분에 대해서는 우리의 목소리를 내겠다"고 말했다.

지난 회장 선출 총회에서 정족수 미달로 부결된 '민변 회원의 공직 진출시 회원자격 상실'안도 다시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공직에 진출하면 일단 탈퇴토록 하고, 재가입을 원할 경우 다시 입회 절차를 밟도록 하겠다는 것.

이 회장은 올해 주력 사업으로 국가보안법 폐지를 첫손에 꼽았다. "민변 내에 태스크포스팀을 구성하고, 올해 구체적인 활동 스케줄을 잡은 것은 올해가 처음"이라며 "올해가 국보법 완전폐지에 가장 좋은 조건"이라고 말했다.

"전문직 출신 국회의원 겸직 금지안 찬성한다"


이와 함께 한나라당이 추진중인 '변호사, 법무사, 공인회계사 출신 국회의원의 재직 기간 중 겸직 금지안'에 대해서도 "사견을 전제로 찬성한다"며 "민변 차원에서도 입장을 발표하겠다"고 지지의사를 밝혔다.

'양심적 병역거부'문제가 공론화 되는 계기를 마련했던 오태양씨 사건의 변호를 맡았던 이 회장은 최근 대만을 다녀왔다. 대통령 탄핵심판 이후 헌법재판소에서 이 문제가 중요하게 다뤄질 것에 대비해 지난 2000년부터 대체복무제가 시행되고 있는 대만 상황을 파악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는 "대체복무제가 실시되면 병역기피가 확산될 것이라는 우려가 기우임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환경운동연합 상임집행위원과 녹색교통운동 공동대표를 지낸 이 회장은 강기훈씨 유서대필 사건, 동성동본 불혼 헌법소원 사건, 매향리 소음피해 손해배상 청구사건 등의 변호를 맡았고, 미국의 유명한 채식주의자이자 환경운동가인 헬렌 니어링의 <아름다운 삶, 사랑, 그리고 마무리>의 번역서를 내기도 했다.

한편 민변 부회장에는 백승헌, 윤기원, 이기욱 변호사가, 감사단에는 김한주, 김진 변호사가, 사무총장에는 장주영 변호사가, 사무차장에는 강기탁, 이상희, 장경욱 변호사가 뽑혔다.

다음은 이 회장과의 인터뷰 요약.

오마이뉴스 남소연
- 당선 소감을 밝혀달라.
"(사회적인) 상황도 많이 변했고, 민변에 대한 사회적 기대도 높은 상태에서 어떻게 해서든 사회적 기대에 대해 적절히 부응할 수 있도록 하겠다. 우리 사회가 좋게 발전하는데 민변이 충분히 기여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을 그만둔 이유는. 민변회장을 하기 위해 나왔나.
"(웃음) 그것은 아니다. 개인적인 생각으로 (청와대 비서관으로) 1년 정도 있었으면 됐다고 생각했다. 그 동안 충분히 기여하고 역할을 다했다고 생각했다."

"민변 회원 공직 진출은 자연스런 흐름... 민변 정체성에 문제 없어"

- 민변 출신자들이 참여정부와 열린우리당에 다수 참여하고 있다. 민변이 제목소리를 못내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지난 1년 동안 민변이 사회단체의 선두에 서서, 참여정부와 대립이라고 표현하기 그렇지만, 달리 하는 상황이 있었다. 꾸준히 참여정부에 반대한 사안인 '부안사태'의 경우만 보더라도 최병모 전 회장이 대표로 나서서 이끌면서 민변의 선발대도 보내고 주민투표 등 과정을 민변에서 관리했다. 파병문제와 새만금 사태도 그렇다. 지나간 일들로 봐서 '민변이 참여정부의 코드대로 한다'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

또 민변회원들의 공직 진출은 자연스런 흐름이라고 생각한다. 열심히 활동해서 역량과 경험이 생기고 쌓이면, 사회에서 우리 회원들을 필요로 하게 될 것이 아닌가."

- 참여정부와 민변과의 바람직한 관계는 어떠해야 한다고 생각하나.
"질문에서 '바람직한 관계'라는 것은 어폐가 있다. 충돌할 수도 있고, 의견을 같이 할 수도 있지 않겠나. 참여정부와 민변은 각자의 길을 가는 것이다."

- 지난 정기총회에서 민변 회원이 공직 진출할 경우 회원 자격을 정지시키자는 개정안이 의결정족수 미달로 부결됐는데.
"그때 회칙 개정이 안됐으니까 누군가 제안을 다시 하면 회칙에 따라 논의해야 할 것이다. 예를 들어 파병문제를 놓고 자기 직책 때문에 계속해서 반대되는 이야기를 할 수밖에 없다면 민변 회원자격에서는 심각한 모순이 될 수도 있지 않겠나. 그 회원이 소속된 정당이나 직책에 따라 입장을 달리하는 것은 불가피하다.

그 동안 실제로 몇몇 회원들 중에 실제적인 행보가 민변의 입장하고 차이가 많아서 탈회를 권고했기도 했다. 이렇게 해서 탈퇴할 경우는 다시 입회심사를 거치게 될 것이다."

"앞으로는 경제권력도 정치권력과 동등하게 처벌해야"

- 불법 대선자금 수사 결과에 대해 참여연대는 '정치권력으로부터는 독립, 경제권력에는 굴복했다'고 평가했다. 적절한 평가라고 보나.
"(검찰의 수사결과에 대해) 굳이 좋게 생각한다면, 일종의 '재벌' 내지 기업들이 희생자적인 측면이 있지 않냐는 생각을 고려한 것 같다. (정치권력과 경제권력을) 대등한 입장에서 문제가 생겼으면 똑같은 비중을 두고 (수사를) 했어야 했는데, (이번 수사는) 주로 정치권력 쪽을 했다. 재화의 근원이 기업이고 생산현장이지만, 오히려 근원적으로 척결해야 할 것은 정치권력이고 그 다음이 기업이 아닌가라고 판단한 것 같다. 앞으로 유사한 일이 발생하면 대등한 입장에서 처벌해야 하지 않겠는가. 그렇게 생각한다."

"노무현 정부 1기 '검찰의 정치비리 근절' 큰 성과"

오마이뉴스 남소연
- 노무현 정부 1기, 사법 개혁 점수를 매긴다면.
"지금의 사법개혁에 대해 여러 각도로 볼 수 있지만, 검찰에 의해 부패의 온상처럼 되어왔던 정치비리를 끊어버렸다는 것은 큰 성과이다. 지난 선거가 끝나고 출마자들이 돈이 많이 남았다는 것이 그 증거가 아니겠나. 100억을 써서 1억이 남았다는 것이 아니라, 1∼2억의 돈을 써서 남았다는 것은 적어도 이제는 정치권력이 돈을 가지고 직위를 좌지우지하는 시대가 지났다는 것이다. 그런 참여정부의 생각이 가미돼 그것을 집행한 것이 검찰이다."

- 앞으로 노무현 정권에서 이것만은 꼭 개혁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 있다면.
"국가보안법 폐지다. 민변은 창립할 때부터 국가보안법 폐지를 주장했지만 올해는 특별히 '국가보안법 태스크포스팀'을 구성했다. 타임 스케줄을 만들어놓고 여론과 학계의 의견을 듣기도 하면서 오는 9월 에 열리는 정기국회에서 국가보안법 폐지를 이야기하려고 한다. 지난 국민의 정부에서는 국가보안법 개정 쪽에 비중을 두고 일해왔다면, 지금은 폐지로 방향을 정했다."

"양심적 병역거부 둘러싼 다른 판결 나오는 것은 바람직한 현상"

- 최근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한 두 명의 판사가 다른 판결을 내렸다. 이와 관련해 일부 언론에서 '코드 병'이 행정부와 입법부를 장악한 데 이어 사법부에도 옮기고 있다고 우려하고 있는데.
"그것은 정확하지 않은 것이다. 그런 의견이야말로 법적인 문제를 정치적인 눈으로 봐서 그런 것이다.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해 다른 판결이 나왔다는 것은 사법부가 변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번 판결은 민주주의에서 사법 적극주의에 의해 모자란 부분을 보완하고 해석하는 모습을 보여준 중요한 예다. '사법부가 흔들린다'는 것은 잘못된 것이 아니라 더 좋은 것이다.

법관이야말로 유일한 독립된 기관이다. 물론 상급 법원의 판례는 존중받아야 하지만 법관 스스로가 판단하면서 발전하는 것이다. 무조건 대법원의 판례를 받아들인다는 것은 후진적인 구조다. 일부 언론에서 '흔들린다'고 표현한 것은 정말로 법원을 흔들려고 하는 것으로 보여진다."

- 그래도 같은 사안에 대해 한쪽은 무죄가 나오고, 다른 쪽은 유죄가 나오면 보통 일반 국민들은 혼란스럽지 않겠나.
"같은 사안에 다른 판결이 나오는 것은 법이 미비하기 때문이다. 인권 옹호적인 관점에서 볼 때, (우리나라) 병역법은 잘못됐다. (시대가 바뀌었는데도) '대체 복무제'가 도입이 안되고 있다. 어떤 판사들은 인권 옹호적 관점에서 무죄로 낮춰주고, 어떤 판사들은 법정의 안정성에서 유죄를 판결하고 있다. 그러나 상당수의 판사들의 의견은 '병역법'이 문제가 있다고 본다. 이번에 헌법재판소에 관련 사건이 있어 결과가 주목된다."

- 최근에 대만에 가서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한 조사를 벌였는데.
"지난 2000년 5월에도 대만에 가서 '양심적 병역거부' 문제를 어떻게 다루는지 봤었다. 4년이 지난 지금은 어떤지 성공회대 한홍구 교수와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권 실현과 대체복무제 개선을 위한 연대회의의 최정민 집행위원장과 함께 대만에서 병역기피 현상이 일어나는지 다시 확인하기 위해 갔다 왔다.

감독 공무원에 따르면, 대만의 병역 대체복무가 노약자의 병 관리나 온갖 수발 등을 주로 이뤄지다 보니까 젊은이들이 봉사관념이 적은 상태에서 굉장히 관리하기 어렵다는 지적이었다. 그러나 종교적인 이유로 대체복무를 수행하는 자들은 봉사활동에 모범이 되고 있었고, 지난 4년 동안 대체복무가 가져온 문제점은 없었다는 것이다. 대만은 처음에 대체복무를 군복무보다 무려 11개월을 더 길게 했지만, 이제는 7개월을 줄여서 4개월만 더 복무를 하고 있었다.

대만은 대체복무제가 사회에 긍정적인 효과가 있으니까 기간을 줄여도 자신이 있었던 것이다. 더 나아가 흥미로운 것은 종교적인 이유로 병역을 거부한 사람이 90여명이었고, 비종교적인 이유가 10여명 정도였다. 대만은 종교적인 병역거부만 인정했고, 올해 1월에 비종교적인 병역거부가 없었다는 것이다. 이는 평화주의자들이 선택하기 쉬운 것이 자원봉사역이고, 젊은 평화주의자들이 그 정도를 감안해 판단했다. 문제는 다 해결됐다고 보인다."

오마이뉴스 남소연
"병역거부 문제, 인권 차원과 군 개혁 차원 동시 접근 필요"

- 대만의 사례가 우리 사회에 어떤 의미를 주는가.
"대만은 양심적 병역거부 문제를 해결하기 위에 인권 차원의 접근과 함께, 군 개혁 차원의 접근이라는 관점이 동시에 이뤄졌다. 군이 더 이상 머리숫자만을 갖고 운영하는 것이 아니다. 대체복무제가 도입되기 전에는 대만의 경우 병역 거부자에게 내려지는 조치는 징역 5년으로 우리의 3년보다 더 가혹했다.

우리나라 국방부가 그동안 발표했던 내용을 모아보면, 언제는 병사가 부족하다고 하고 또 다른 때는 남는다고 한다. 공익근무요원은 인원이 남기 때문에 이를 해소하는 취지에서 제도화한 것이다. 지금 시점에서 보면 전체적으로 국방문제를 현실에 맞게 합리적으로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병역거부문제를 돌파하는 데 좋은 사례가 될 것으로 생각된다."

"민변 창립 초기에는 불이익 우려해 회원 명단 공개 안 해"

- 민변과는 어떻게 연을 맺게 됐나.
"지난 1987년 6월 항쟁 이후 민변의 전신격인 '청년변호사회'에 참여했고, 그 뒤 민변으로 연결됐다. 민변이 창립된 당시에는 언론에서 회원이 누구냐고 물어와도 여전히 군사정권의 연장인 노태우 정권시절이어서 불이익을 당할까봐 회원 이름을 공개하지 않았다. 민변 회원이란 것이 감추던 때와 달리 이제는 개인에게 중요한 이력이 되는 세월이 돼 격세지감을 느낀다."

- 채식주의자라고 하던데.
"10년 전부터 채식을 시작했는데 완전히 풀만 먹는 채식은 못하고 있다. 개인적인 희망은 완전한 채식인데 만나는 사람도 많고 해서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생선까지만 먹는 정도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유인촌의 문체부, 청소년은 건드리지 말았어야 했다 유인촌의 문체부, 청소년은 건드리지 말았어야 했다
  2. 2 "손님 이렇게 없을 줄은 몰랐다"는 사장, 그럼에도 17년차 "손님 이렇게 없을 줄은 몰랐다"는 사장, 그럼에도 17년차
  3. 3 한강 노벨문학상 수상에 '조선일보' 왜 이럴까 한강 노벨문학상 수상에 '조선일보' 왜 이럴까
  4. 4 "주변에 주식 투자로 5천만원 이상 번 사람 있나요?" "주변에 주식 투자로 5천만원 이상 번 사람 있나요?"
  5. 5 윤 대통령 측근에 이런 사람이... 대한민국의 불행입니다 윤 대통령 측근에 이런 사람이... 대한민국의 불행입니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