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의 소나타' 과자를 아시나요?

아날로그형 인간의 디지털 분투기(4)

등록 2004.06.02 06:19수정 2004.06.02 1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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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인터넷을 돌아다니다 보면 생각지도 않던 재밌는 정보를 볼 경우가 있다.


우연히 일본 야후게시판에 들어갔다가 "겨울의 소나타 과자를 먹어보았냐"는 이상한 질문 아래로 먹어보았다고 답한 리플이 달려있었다. 이 질의응답은 낯선 이방인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a 千秋庵제과에서 판매하고 있는 겨울의 소나타 파운드케익

千秋庵제과에서 판매하고 있는 겨울의 소나타 파운드케익 ⓒ 千秋庵

한 1년 전쯤 배용준과 최지우가 출연한 '겨울연가' 장면을 그대로 복사해 우유팩에 인쇄해서 사용했다는 일명 '겨울연가 우유'가 대만에서 잘 팔린다는 신문 기사를 본 지 그리 오래지 않은 것 같은데 이제는 과자까지….

그것도 대만이 아닌 지적재산권 문제가 비교적 까탈스러운 일본에서 만들어졌다니 이상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확실히 일본에서 겨울연가가 인기가 있나보구나'하는 생각반, 도대체 어떻게 생긴 과자이기에 하는 의문반, 호기심반으로 게시판에 쓰인 주소를 따라가니 정말 그 곳에서는 후유노소나타(冬のソナタ 겨울의 소나타)란 이름의 파운드케잌이 버젓이 팔리고 있다.

후유노소나타 파운드 케익을 제조하고 있는 회사는 바로 홋카이도 삿뽀로 시에 있는 센수안 제과 주식회사. 1921년에 창업하여 지금까지 과자를 만들고 있다는 이 회사는 후유노소나타 파운드 케익 말고도 현재 일본에서 히트하고 있는 드라마 이름을 지닌 케잌 여러 종류를 만들어 파는 독특한 상술을 구사하고 있다.

아마 방송국에 드라마 로고 사용액을 어느 정도 지불하고 사용하고 있으리라 추측된다. 한편으로는 그만큼 일본 내에서 겨울연가의 인기가 높다는 증거라서 뿌듯해할 법한데 그보다는 정작 겨울연가를 수출한 우리보다 오히려 겨울연가를 수입한 NHK 쪽이 외국 드라마 한편 수입으로 인해 우리가 상상할 수 없는 수입까지 짭짤하게 챙기고 있는 것이 아닌가?

그러다보니 오히려 왠지 한류 열풍이라며 흥분하고 떠들기만 했지 정작 별 실속없는 우리 나라의 모습을 보는 것같아 씁쓸한 느낌이 들었다.


정보의 바다? 쓰레기의 바다?

a 일본千秋庵제과(주) 사이트(http://senshuan.co.jp 
)

일본千秋庵제과(주) 사이트(http://senshuan.co.jp ) ⓒ 千秋庵

어쩌면 후유노소나타 파운드 케익 관련 정보는 인터넷을 돌아다니다보면 흔히 발견할 수 있는 아주 조그만 사례일 뿐이다. 이처럼 인터넷은 안방에 앉아서도 실시간으로 대만으로 갔다가 일본으로 갈 수 있는 동시성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특성은 기존의 신문이나 기타 자료에서도 보지 못한 다른 나라들의 새로운 정보들을 실시간으로 같은 공간에서 얼마든지 수집할 수 있는 특성 때문인데 이러한 특성 덕분에 인터넷으로 구현된 사이버 공간을 무한한 정보의 바다라 부른다.

그러나 이러한 정보의 무한성은 역설적으로 쓸모없고 유효기간이 지난 채 방치되어 떠돌고 있는 정보쓰레기가 무한대로 양산된다는 것을 뜻하기도 한다.


이 쓰레기들은 생산자가 알아서 정리하거나 삭제하지 않는 이상 마치 고장난 우주선이 진공의 우주 공간을 목적도 없이 떠다니는 것처럼 사이버 공간을 부유하면서 정보수집에 걸리적거리는 암초가 되기 마련이다.

결국 이러한 인터넷의 특성상 '얼마나 알고 어떻게 하느냐'에 대한 노하우보다는, 이런 저런 쓰레기더미에 부딪치거나 헤메지 않고 정확한 정보를 따라 단시간에 찾아갈 수 있느냐로 좌우되는 노웨어(Know-Where)의 중요성이 당연히 커질 수 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한 것같다.

우스개소리가 아니라 정말 마음 먹기에 따라서는 방 한 구석에서 대만과 일본에, 겨울연가 우유와 겨울연가 파운드케익을 동시주문해서 먹을 수 있는 시대가 점점 가까워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꿈같은 현실이 다가올수록 그에 따라 생각지 못한 수많은 폐해들이 발생하기 쉽다. 이미 인터넷을 통해 수집한 개인정보를 이용한 지능적인 사기사건이라든가 자살사이트와 같은 비사회적인 모임들, 인터넷을 이용한 성범죄 등등 새롭고 흉폭한 범죄가 증가하고 있다.

또 인터넷 상에 떠도는 불법 음란물과 같은 불량스런 정보의 쓰레기 속에서 빠져나오지 못해 몸과 마음이 황폐해지는 사례 또한 쉽게 목격할 수 있다.

결국 정보의 바다는 누구에게나 길이 열려있지만 무한한 정보의 바다 속에서 올바른 정보를 찾아 취사선택하고 습득하는 몫과 책임은 어느 누구도 아닌 바로 자신에게 귀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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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업을 그만두고 10년간 운영하던 어린이집을 그만두고 파주에서 어르신을 위한 요양원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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